[추천앱] SNS에 쓰지 못한 나의 솔직한 이야기, 이팅

이상우 lswoo@itdonga.com

페이스북에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면 친구들이 '힘내라'는 댓글을 달아준다.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생길 때도 있다. 어디 깊은 '대나무 숲'에 들어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사람을 위한 앱이 있다. 대학교 연합 앱 개발 동이라 'Nexters'가 개발한 이팅(eting)이다. 이 앱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다른 사람이 여기에 댓글을 달아준다. 물론 철저한 익명성도 보장한다. 21세기의 대나무 숲이라 할 수 있다.

이팅 로고
이팅 로고

앱의 구조와 기능은 간단하다. 크게 메인 페이지, 글 작성 페이지, 댓글 확인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메인 페이지를 왼쪽으로 밀고 날짜가 적힌 수첩에 하고 싶은 말을 쓰면, 이 앱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에게 무작위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를 전달받은 사람이 댓글을 남길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속에 쌓아두고 말 못한 이야기를 (누구인지 모르지만)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위안이 된다. 만약 여기에 응원이나 위로의 댓글이 달린다면 마음속의 '응어리'가 사라지리라.

이팅
이팅

자신의 메시지에 댓글이 달리면 알람이 울린다. 메인 페이지를 오른쪽으로 밀면 자신이 지금까지 자신이 보냈던 말(개발자는 이를 다이어리라고 부르더라)이 모두 나타난다. 댓글이 달렸으면 노란 별로, 달리지 않았으면 회색 별로 표시된다. 댓글이 달렸지만,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면 더 진한 노란색으로 표시된다.

이팅
이팅

다른 이의 댓글이 자신의 다이어리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거나 욕설 등 불쾌한 내용이라면 삭제하거나 신고할 수 있다. 댓글을 삭제하면 자신의 다이어리는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이팅
이팅

시간에 따라서 자신의 다이어리에 붙는 색상도 달라진다. 오전에는 파스텔 색조의 보라색, 오후에는 민트색, 야간에는 옅은 남색이다. 참고로 시간에 따라 배경 색도 이와 비슷하게 바뀐다.

다른 사람의 댓글로 힘을 냈다면, 이제 다른사람의 다이어리에도 응원이나 위로의 댓글을 해보자.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보낸 다이어리는 메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팅 로고 오른쪽 위에 나타나는 '우주선' 모양을 누르면 다른 사람의 다이어리가 나타난다. 만약 우주선이 없다면 오른쪽 아래 있는 노란 별을 눌러 우주선을 받아올 수 있다. 이 기능은 현재 우주선이 없을 때만 사용할 수 있고, 한 번 누르고 나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팅
이팅

자신에게 배달(?)된 다이어리에는 '좋아요', '힘내요' 등의 표시와 함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응원의 말을 남길지 꾸짖는 말을 남길지는 자유다.

이팅
이팅

자신이 댓글을 남기기 애매한 내용이거나, 불쾌한 내용이라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신고할 수 있다. 오른쪽 아래 있는 'PASS' 버튼을 누르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고, 오른쪽 위에 있는 'Report'를 누르면 해당 다이어리를 신고할 수 있다. 5회 이상 신고를 받은 사람은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거나 받을 수 없다.

보통 이 앱에 털어놓는 속마음은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말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이런 사람을 위한 잠금 기능도 있다. 메인 페이지 오른쪽 가장 아래 있는 톱니바퀴 버튼을 누르면, 'Password' 항목에서 네자릿수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다. 여기서는 비밀번호 설정 외에도 댓글이 달렸을 때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거나, 자신이 지금까지 남긴 다이어리를 이메일로 보내 백업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있다.

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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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앱을 처음 봤을 때 '랜덤 채팅 앱처럼 '익명성' 뒤에 숨어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하는 사용자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 이런 내용의 글은 보지 못했다. 신고를 많이 받은 사용자는 글을 남길 수 없는 제도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성통신'이라는 앱의 콘셉트에 맞는 사용자의 수준이 더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리에 글을 남길 때는 받아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댓글을 다는 사람도 그 사람을 모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다. 특히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는 댓글 하나로 끝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헤어진다... 단호하면서 감성적이다.

이팅
이팅

아쉬운 점은 댓글을 달아준 사람에게 피드백을 줄 수 없다는 것. 실제로 필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 사람에게 내 고마움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댓글을 남긴 사람에게 굳이 메시지를 보내지 않더라도 '좋아요'같은 버튼을 눌러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학창시절 '구지욕'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구지욕이 지나치면 상대방의 사생활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는 자신의 생활을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생활에 관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팅은 이런 '소셜'한 생활에 지친 사람을 위한 앱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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