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반려동물이 걱정이라면? 영상통화 급식기 '펫스테이션'

나진희 najin@itdonga.com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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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올해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인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관련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장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사료, 집, 샴푸 등 기본 용품에서 나아가 옷, 미용 용품, 유모차, 호텔, 놀이터 등 맞춤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펫스테이션'도 이러한 흐름을 잇는 제품 중 하나로, 집에 혼자 있을 개/고양이 등을 위한 신개념 영상통화 자동 급식기다. 시간에 맞춰 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기본이고,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한 영상통화 기능도 지원한다. 덕분에 보호자가 집을 나와서도 '얘가 밥은 굶지 않았을지, 사고는 치지 않았을지, 혹시 어디 다치진 않았을지' 등 산더미 같은 걱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기자는 현재 8개월 정도 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펫스테이션을 한 달 정도 사용해본 후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작성한다.

집에 CCTV 한 대 설치한 기분 - 영상통화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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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테이션은 앞서 말했듯이 본체의 카메라 렌즈를 이용해 영상통화가 가능한 제품이다. 200만 화소 카메라는 720p의 HD 해상도를 지원한다. 피사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계단 현상이 살짝 생기긴 하지만, 무리 없이 반려동물의 동태와 표정을 살필 수 있는 수준이다. 스카이프 통화 품질은 무선 네트워크 속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참고할 것.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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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쌀쌀해져 고양이가 추울까 봐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출근한다. 따라서 불을 켜지 않으면 집 안이 꽤 어둡다. 펫스테이션의 화질은 빛이 부족한 상황에도 마치 적외선 카메라처럼 피사체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반려동물의 상태를 더 잘 살피고 싶다면 집 안을 최대한 밝게 유지하는 게 좋겠다.

펫스테이션이 무선 공유기의 와이파이(Wi-fi) 신호를 잡아야 스카이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비밀번호 설정은 필수다.

반려동물과 영상통화를 하려면 스카이프 ID가 최소 2개 있어야 한다. 보호자용 ID와 펫스테이션용 ID가 필요하기 때문. 스카이프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부담 없이 가입하자.

펫스테이션과 PC를 케이블로 연결한 후 전용 프로그램으로 스카이프에 접속해 두면 로그인 상태가 지속한다. 이제 사용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으로 스카이프 서비스에 접속해 마치 친구에게 하듯 펫스테이션과 통화를 하면 된다. 영상 통화를 하면 펫스테이션의 카메라가 비추는 집 안이 보이고, 음성 통화를 하면 소리만 들린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을 때도 있지만, 펫스테이션은 언제나 전화를 받는다.

가끔 고양이가 뭐하나 궁금할 때 영상통화를 걸어 보았다. 대개 고양이는 소파 위나 뜨뜻한 전자 기기 위에 누워 잠을 잤다. 평소 기자가 집에 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신기한 마음에 고양이 이름을 불러봤다.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고양이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분명 아무도 없는데 목소리가 들리니 어리둥절한가 보다. 반가워하며 펫스테이션으로 다가오려나 기대했는데 웬걸. 오히려 무슨 일인가 싶어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후 괜히 겁을 줄까 걱정되어 몰래 훔쳐볼 때만 영상통화 기능을 사용했다. 겁 많은 고양이야 이렇지만, 만약 호기심 많은 개라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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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펫스테이션 프로그램은 영상통화와 사료 급여 등에 관한 설정과 제품 업데이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홈페이지(http://www.petstation.co.kr/)에서 내려받아 설치하자.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제품 기능의 10%도 다 쓸 수 없다.

사료를 급여하는 시간 1분 전에 펫스테이션이 영상통화를 걸도록 설정했다. 이러면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러 다가오는 반려동물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맛있게 먹는 표정을 정면에서 가까이 보는 것이 꽤 색달랐다.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을 때도 전화를 걸게 할 수 있다. 고양이가 혼자 논다고 앞에서 왔다갔다하면 펫스테이션이 알아서 스카이프로 전화를 건다. 혼자서도 침울해하는 것 전혀 없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과 함께 배신감도 살짝 들었다.

앞서 말한 펫스테이션 PC 프로그램으로 움직임의 민감도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민감도를 높게 설정하면 무언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전화를 걸고, 둔하게 설정하면 앞에서 '우다다(고양이가 마구 뛰어다니며 노는 행동)' 정도는 해줘야 전화를 건다.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살피기에도 좋지만, 이 기능은 혹시나 모를 도난 사고 등에 대비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파블로프의 개'가 된 고양이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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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의 개'라는 조건반사 실험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실험자는 개에게 항상 종을 울려 소리를 낸 후 밥을 줬다. 실험자가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 후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니, 밥을 주지 않았는데도 개가 침을 흘렸다는 내용이다. 펫스테이션을 집에 들인 후 우리 고양이가 그 '파블로프의 개'가 됐다.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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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테이션은 사료가 나오기 전 항상 벨소리가 나온다. 이 것이 몇 번 반복되자 '벨소리 = 밥 시간'이라는 것을 고양이가 학습했나 보다. 이제 고양이는 자다가도 벨소리만 들리면 벌떡 일어나 신나서 뛰어간다. 사실 이건 배가 많이 고팠을 때고, 어느 정도 배가 찼을 때는 도도한 모습을 유지한다. 벨소리가 흐를 때는 무심히 다른 곳을 보다가 사료가 나오는 순간 다가가 고양이의 체면을 지킨다. 가만히 지켜보면 이 모습이 무척 우습다. 고양이 기분에 따라 반응은 조금 달라도 확실히 벨소리를 밥이 나오는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처음에는 겁 많은 고양이의 특성상 벨소리와 사료 나오는 소리에도 움찔움찔 놀랬다. 하지만 지금은 꽤 대범해졌다. 아마 펫스테이션을 '자신에게 밥을 주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참고로 우리 고양이는 휴대용 청소기만 봐도 눈이 커지도록 놀래며, 작동하지 않을 때만 청소기에 다가가 앞발로 툭툭 건드릴 만큼 겁이 많다.

사실 급식기는 고양이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편리한 제품이다. 매번 시간에 맞춰 사료를 그릇에 더는 수고가 들지 않는다. 이전에는 종종 사료를 줄 때 고양이가 머리로 사료 포대를 밀어서 몇 알이 바닥에 떨어지곤 했다. 지금은 펫스테이션의 먹이탱크에 미리 다량의 사료(약 700g까지 가능)를 넣어 두니 바닥에 떨어져 버리는 사료가 없어졌다. 주말 아침 고양이가 밥 달라고 깨울 일이 없는 것도 급식기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다.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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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테이션은 먹이트레이(밥그릇)를 간단히 몸체에서 분리해 씻을 수 있어 위생적이다. 먹이트레이는 매일, 먹이탱크는 일주일마다 세척하길 권한다. 사료는 10mm 이하의 건식 사료만 급여할 수 있다. 이보다 크기가 크면 급여구 부분에서 막혀 나오지 않으니 주의할 것. 실내에서 생활하는 10kg 이하 소/중형 크기의 개/고양이용 사료는 보통 무리 없이 급여할 수 있다.

사료가 나오는 시간, 횟수, 분량 등은 PC용 펫스테이션 프로그램으로 설정한다. 급여 횟수(최대 5회), 급여 시간, 요일 등도 사용자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분량은 1, 2, 3으로 나뉘는데 대략 43알 정도(지름 약 7mm 사료 기준)가 1회 분량이다. 고양이가 자랄수록 먹는 양이 늘어나므로 종종 급여량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원래 기자의 고양이는 자율 급식을 했었다(밥을 가득 채워놓으면 고양이가 알아서 나누어 먹는 것). 항상 출근할 때 밥을 한 가득 주고 나왔고, 퇴근 후에도, 자기 전에도 밥을 줘 밥그릇이 비지 않도록 했다. 고양이도 입이 짧아 웬만해서는 밥을 싹싹 비울 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펫스테이션을 사용한 후 고양이의 식탐이 늘었다. 사료가 듬뿍 있어도 외면하던 고양이가 지금은 펫스테이션의 벨소리만 울리면 부리나케 달려간다. 매일 가득 차 있던 밥그릇이 비어 있을 때가 많아 심리적으로 허기를 느끼는 듯싶다. 한번에 몰아서 주나, 4회로 나눠서 주나 조삼모사 격이지만 고양이는 밥 달라고 난리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자꾸 밥을 더 주다 보니 고양이가 조금 살이 쪘다. 예전에는 꽤 말랐었는데 지금은 또래 고양이의 평균 수준 몸무계다.

만약 고양이의 식탐이 커질까 걱정이라면 한 번에 나오는 급여량을 늘리거나, 종종 밥그릇이 비어있을 때 본체 버튼 중 가장 위의 것인 'Manual feed' 버튼을 눌러 사료가 항상 남아있도록 조절하면 된다.

무난한 디자인… 렌즈 위치를 조절할 수 있었으면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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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테이션의 디자인은 검은색과 흰색이 중심이 되어 깔끔한 편이다. 무게는 3kg 정도로 가볍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느 정도 본체에 무게감이 있어 반려동물이 건드리며 장난쳐도 넘어지지 않는다. 크기는 320 x 350 x 170mm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다.

제품 가운데에 카메라 렌즈가 있고, 윗면에는 뚜껑이, 아래에는 사료를 받는 먹이트레이가 있다. 사료통과 밥그릇은 앞서 말했듯이 분리할 수 있어 세척하기 편리하다.

본체에 세 개의 버튼이 있는데 차례로 'Manual feed(사료가 나오는 버튼)', 'Voice Rec/Play(사료 급여 시 들려줄 목소리를 녹음하는 버튼)', 'Smart Call On/OFF(스카이프로 전화를 걸지 말지 설정하는 버튼)'이다. 가운데 Voice Rec/Play 버튼을 누른 후 10초간 목소리를 녹음하면 밥때에 맞춰 목소리가 나온다. 'XX(반려동물 이름)야~ 밥 먹자~' 같은 말을 녹음해 두면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덜 느낄 것이라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참고로 기자의 고양이는 앞서 말했듯이 겁이 많아 이 기능을 사용하지 못했다. 활기 찬 개라면 좋아할 것 같다. Smart Call On/Off 버튼으로 보호자가 집에 있을 때는 스카이프 전화가 오지 않도록 끌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파란 LED 램프와 소리로 설정 상태를 알려준다.

펫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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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렌즈의 위치를 본체와 다른 각도로 조절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먹이트레이는 앞을 향하게 하고, 렌즈는 뒤로 돌려 고양이가 자주 누워 있는 소파를 비추게 하는 등의 설정은 불가능하다. 소파를 비추려면 렌즈와 먹이트레이 모두 그쪽을 보도록 본체 전체를 돌려야 한다. 따라서 고양이가 밥을 먹는 위치와 자주 노는 위치가 한 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가구 위치에 맞춰 펫스테이션 위치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

펫스테이션 색상은 화이트 1종이며, 가격은 출고가 28만 원이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오픈마켓(G마켓, 11번가, 옥션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펫스테이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펫스테이션 홈페이지(http://www.petstation.co.kr/)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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