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가 아직은 필요한 이유, 캐논 P-208

김영우 pengo@itdonga.com

기술의 발전과 유행의 변화에 따라 새로 등장하는 기기도 많지만 서서히 사라지는 기기도 제법 있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 MP3플레이어나 PDA, 디지털카메라의 유행으로 판매가 크게 줄어든 필름카메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중에는 순순히 사라지는 것을 거부하고 힘닿는 데까지 '저항'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근본적인 쓰임새를 유지한 상태에서 최신의 기술과 유행을 접목시켜 자신의 존재의의를 어떻게든 시장에 증명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캐논의 휴대용 스캐너인 P-208도 바로 그런 제품이다.

캐논 P-208
캐논 P-208

사실 요즘은 프린터와 스캐너의기능을 합친 복합기가 대중화된 상태라 스캐너를 따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캐논 P-208은 본체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크게 높였으며, 뛰어난 자동 모드와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그렇다고 스캐너 본연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아직은 스캐너라는 물건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캐논의 휴대용 스캐너, P-208의 면모를 살펴보자.

높은 휴대성에 간결한 인터페이스 눈에 띄어

스캐너라고 한다면 넙적한 평판 스캐너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P-208은 길쭉한 직육면체 모양이다. 트레이를 열고 원고(최대 10장 적재 가능)를 직접 집어넣어 스캔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어린이나 성인 여성의 팔뚝만하고 무게는 600g 정도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캐논 P-208
캐논 P-208

제품 외부에 붙어있는 각종 인터페이스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전원버튼도 없을 정도다. 스캔을 하기 위해 트레이를 열면 전원이 켜지는 식이다. 트레이 옆에 스캔을 시작하는 시작 버튼이 있을 뿐이다.

캐논 P-208
캐논 P-208

측면에는 USB 포트가 있다. P-208은 USB 케이블 하나로 전원공급 및 데이터 전송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원 케이블을 꽂을 필요는 없다. 휴대용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배터리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 아쉬움을 느낄 만도 한데, 실제로 써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이 아닌 일반 PC(혹은 맥)용 제품이라 어차피 쓰려면 케이블 연결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해외시장에선 와이파이 기능을 더할 수 있는 액세서리도 판매 중이지만, 국내에선 출시 예정이 없다고 한다.

드라이버 설치 없이도 작동하는 자동 시작 모드

P-208는 이런 단순한 인터페이스만큼이나 사용법이 간편하다. 특히 자동 시작 모드를 활용하면 더욱 그러하다. 제품의 뒷면을 살펴보면 자동 시작 모드 스위치가 있는데 이를 ON에 두면 된다. 자동 시작 모드에서는 PC에 드라이버나 프로그램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윈도XP 서비스팩3 이상).

캐논 P-208
캐논 P-208

자동 시작 모드에서 P-208을 PC에 연결하면 스캐너 내부에 저장된 캡쳐온터치 라이트(CaptureOnTouch Lite) 프로그램이 담긴 폴더가 열린다. 화면의 지시대로 캡쳐온터치 라이트를 실행하고 스캔하고자 하는 원고를 트레이에 끼운 후 프로그램 창이나 스캐너 본체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바로 스캔이 시작된다. 최대 10장의 원고를 트레이에 꽂으면 연속 스캔도 가능하니 참고하자.

연속스캔, 양면 스캔도 자동으로 척척

이때 초기에 맞춰진 설정 값은 완전자동모드다. 원고가 컬러인지 흑백인지, 사진인지 문서인지를 알아서 판별해 적절한 컬러 모드와 해상도로 스캔을 한다. 게다가 원고를 어떤 방향으로 끼워 넣더라도 자체적으로 분석을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보정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스캔을 하다 보면 원고를 반대쪽으로 넣어서 위아래가 뒤집힌 이미지가 생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P-208의 경우는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다만, P-208도 가끔씩은 뒤집혀서 스캔이 될 때가 있다. 이 때는 캡쳐온터치 라이트 프로그램의 이미지 편집 기능을 이용해 직접 보정하자.

캐논 P-208
캐논 P-208

더 유용한 점은 양면 원고의 스캔도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형 스캐너나 저가형 스캐너 중에는 양면 원고의 스캔을 하려면 한 면의 스캔이 끝난 후에 원고를 뒤집어 다시 반대편의 스캔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P-208는 한 번 통과로 원고의 양쪽 면에 해당하는 2개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게다가 스캔을 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300DPI 해상도에서 A4 크기의 양면 원고 한 장을 스캔 하는데 10초 정도, 단면 원고의 경우 5초 정도가 걸렸다. 컬러/흑백의 여부와 상관 없이 스캔에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았다(단면 8ppm, 양면 16ppm).

캐논 P-208
캐논 P-208

이렇게 입력된 원고는 JPEG나 BMP, TIFF 등의 이미지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고 PDF나 PPTX와 같은 문서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다만, 완전자동모드나 300DPI 이외의 해상도에서는 PPTX 문서로 저장할 수 없으니 PPTX로 스캔하고자 한다면 수동모드에서 300DPI의 해상도로 스캔하도록 하자.

애크로뱃, 파워포인트 문서로 저장도 가능

PDF나 PPTX로 스캔한 파일은 전용 프로그램(애크로뱃,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해 편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고에 포함된 글자나 이미지를 인식해서 스캔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PPTX로 스캔한 경우에는 글자들을 한 문단씩 통짜 이미지로 인식해 기록하므로 한 글자 한 글자씩 편집할 수는 없다. 글자를 수정하고 싶으면 글자를 문단째로 날려버린 후에 따로 타이핑을 해야 한다.

캐논 P-208
캐논 P-208

PDF로 스캔한 경우에는 글자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므로 한 글자씩 편집이 가능하다. 다만, 영어만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다. P-208로 스캔해 생성한 PDF 파일에서 글자를 복사(ctrl + c)해 다른 문서로 붙여 넣기(ctrl + v) 하려고 하니 영어는 제대로 옮겨지는데 한글은 이상하게도 깨진 글자만 표시되었다.

스캔한 문서를 에버노트로 곧장 전송

P-208의 뒷면에 있는 자동 시작 모드 스위치를 OFF에 두면 일반 스캐너 모드로 작동한다. 드라이버와 프로그램을 별로도 설치해줘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신 좀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캐논에서 제공하는 기본 스캔 프로그램인 캡쳐온터치 외에도 포토샵이나 ACDSEE 등으로 스캔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면 이를 이용하자.

캐논 P-208
캐논 P-208

하지만 P-208을 일반모드로 사용했을 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유명한 메모앱인 에버노트(Evernote)와 연동이 된다는 점이다. 에버노트가 설치된 PC에서 캡쳐온터치로 스캔을 하면 곧장 에버노트로 결과물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 문서 외에 필기 문서 형식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에버노트 이용자라면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무랄 데 없는 제품이지만 나온 시기가…

캐논에서 모바일(휴대용) 스캐너를 내놓았다고 해서 처음에는 배터리와 와이파이 기능을 내장한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PC용 주변기기인데다 배터리나 와이파이 기능도 없어서 “요즘에 이런걸 누가 살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매력이 있는 제품이었다.

단순하면서도 쓰기 편한 인터페이스, 초보자는 물론 전문가까지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 자동모드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목할만한 것은 휴대용을 지향하면서도 스캐너로서의 기본기가 상당히 우수하다는 점이다. A4용지 외에도 명함이나 편지봉투까지 가리지 않고 스캔이 가능하며, 연속 스캔, 양면 스캔과 같은 부가 기능도 갖춘데다 스캔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캐논 P-208
캐논 P-208

캐논 P-208은 2013년 5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27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아주 저렴한 제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품에 담긴 성능과 아이디어를 고려해보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말해보라면 제품이 나온 시기다. 스캐너가 잘 팔리던 몇 년 정도 전에 이런 제품이 나와줬다면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 같다. 다만, 어찌 보면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이런 제품이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 수준의 물건이 아니라면 스캐너라는 것을 팔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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