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폰만 사용하던 그가 아이폰으로 바꾼 이야기 (2)

강일용 zero@itdonga.com

3년 가까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고집하던 기자가 아이폰으로 바꾼 뒤 하나하나 적응해나가는 이야기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바꾼 계기부터 이야기하는 편이 순리일 듯싶다. 약 두 달 전이다. 주말 집에서 책이나 읽으며 소일하던 도중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가 저렴하게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풀렸다는 내용이었다. 흥미가 일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조건을 살폈다. 당시만 해도 아이폰5를 구매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취재를 나갔을 때 사용하고자 5,000원짜리 와이브로 회선을 기존 요금제에 묶어둔 처지라, 현재 사용중인 통신사를 떠나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름신(물건 구매를 유혹하는 신, 인터넷신조어)'의 유혹을 뿌리치진 못한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구매서류를 작성하고 대리점에 보낸 후였다. 기기변경(이동통신사는 유지하고, 단말기만 바꾸는 것)으로 나온 것치고 너무 저렴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 내 통장잔고.

말은 이리해도 마음 한편은 설렜다. 다음날 대리점에 직접 방문해 제품을 수령했으니 말이다. 과연 내 인생 네 번째 스마트폰(2004년 HP RW6100, 2010년 삼성전자 갤럭시S, 2012년 구글 갤럭시넥서스)이자, 첫 번째 아이폰은 어떤 제품일까. 스마트폰을 바꾸고 한 달간 느낀 경험을 가감 없이 적는다.

주머니에 쏙, 커졌지만 여전히 작은 아이폰

"깜찍하네"

아이폰5를 본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부인할 수 없었다. 내 눈에도 그리 비쳤으니. 나와 내 부모님뿐만 아니라 4.3~5인치 크기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주로 보던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같은 심정이리라.

전작보다 0.5인치 커졌다지만 4인치 크기의 아이폰5는 여전히 작았다. 작은데다 손가락보다 얇고 가볍기까지 했다. 와이셔츠 윗 주머니, 청바지 옆 주머니에도 쏙 들어갔다. 남자치고 손이 작은(어지간한 여성보다도 작다) 기자도 한 손으로 감싸 쥘 수 있었다.

크기는 호불호의 문제다. 인터넷, 게임 등을 보다 쾌적하게 즐기고자 큰 스마트폰을 찾는 사용자가 있다면, 휴대가 편리한 작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사용자도 있기 마련이다. 너무 커서 갤럭시노트 대신 갤럭시넥서스를 선택한 기자에겐 적당한 크기였다.

미려하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

아이폰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나은 점은 뭘까.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려하고 일관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미적 감각이야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아이폰의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듯하다. 알루미늄으로 깎아 만든 외관은 고급 스마트폰다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허나 이러한 외관보다 더 미려한 부분이 바로 아이폰 내의 UI(사용자 환경)다. 아이폰의 운영체제 iOS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아이콘부터 메뉴 내의 화살표까지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돼 있다. 애플이 디자인 지침을 세세한 곳까지 정해뒀기 때문이다. 개발자의 재량에 따라 앱 디자인 품질이 들쑥날쑥한 안드로이드와 대조적이다.

앱 디자인이 일관성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iOS는 '뒤로가기' 화살표가 반드시 왼쪽 상단에 있어야 한다(앱에 따라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홈 버튼을 누르면 모든 앱은 멀티태스킹 기능을 활성화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기모드로 전환돼야 한다. 모든 앱이 공통이니 한번 적응되면 찾기 쉬운 것만은 확실하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이 역시 스마트폰 개발사와 앱 개발자의 재량에 맡겨둬 메뉴, 취소, 홈 버튼이 화면 밖에 물리버튼으로 있는 경우도 있고, 화면 내에 있는 경우도 있는 등 천차만별이다. 특히 화면 내에 버튼이 있을 경우 위치 및 배치순서도 제 각각이다. 좋게 말해 자유로운 것이고, 나쁘게 말해 줏대가 없다.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이런 기능도 있네

아이폰을 오랜 기간 사용하다 보니 사용자를 위한 사소한 배려가 눈에 띈다.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다고 가정해보자. 주소를 입력하고 '점(.)'을 찍은 후 '.COM'를 누르니 점이 두 개 찍히지 않고 하나만 남았다. 주소 오입력을 방지해주는 기능이다.

인터넷이나 문서를 읽을 때 화면 최 상단의 상태바(Bar)를 두 번 두드리면 단번에 인터넷이나 문서첫번째 페이지로 이동하는 기능도 편리했다.

무엇보다 사용자를 위한 '터치보정' 기능을 탑재한 점이 마음에 든다. 사실 아이폰은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누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손가락과 화면이 맞닿은 부분보다 조금 상단이 선택되도록 설정돼 있다. 사람의 손가락은 가장 윗부분보다 중간이 더 튀어나와 있는데, 사용자는 윗부분으로 누른다고 인식한다. 아이폰에는(아이패드 포함) 이처럼 사용자가 누르려고 의도한 부분과 실제 선택된 곳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터치보정이 들어가 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실제로 사용해보니 인터넷의 조그마한 글씨 사이에서 원하는 부분을 훨씬 수월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폰을 거꾸로 사용하면 전혀 엉뚱한 곳이 눌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이폰을 거꾸로 사용할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곳곳에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갖춘 아이폰이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입장에서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상당하다. 일단 화면 크기가 작은 점이 아쉽다. 인터넷을 볼 때 글씨가 작아 읽기 힘들고, 화면 내의 가상 키보드로 글자를 입력할 때 오타가 자주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지인들이 왜 오타가 잦은지 이제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미 많은 이가 지적해 굳이 또 지적해야 하나 의구심이 조금 들지만, 모든 파일관리를 애플의 통합 관리 프로그램 '아이튠즈(iTunes)'로 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일부 앱은 무선으로 파일을 넣고 뺄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아이튠즈에 기대야 한다. 그나마 음악, 동영상을 수동으로 관리할지, 동기화로 관리할지 처음에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니 다행이다.

용량을 확장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16GB 모델을 구매했는데 게임 몇 개, 음악 수십 개를 넣으니 용량이 꽉 찼다. 동영상은 넣지도 않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마이크로 SD카드로 용량을 추가할 수 있었는데… 애플은 마이크로 SD카드를 통한 용량 확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안정적인 저장공간 관리를 들었다. 하지만 갤럭시S에 마이크로 SD카드를 꽂아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사실 그 다음 사용한 갤럭시 넥서스는 용량 확장이 불가능해서 지금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안이냐 자유로움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자유도', 또는 '사용자가 손댈 수 있는 정도'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사용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은 '탈옥'이라 부르는 해킹을 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가 운영체제에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심지어 화면 내 아이콘 위치조차 마음대로 지정하지 못하고 애플이 정해준 기준(왼쪽 상단부터 정렬)을 따라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은 애플 앱스토에에서만 내려받을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설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아이폰은 보안이 뛰어나다. 아이폰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변조된 앱을 통한 스마트폰 해킹이나, 문자를 통한 소액결제 사기(스미싱, Smishing) 등으로부터 안전한 편이다.

반면 스마트폰의 활용에 제약이 있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카드 사용 내역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앱으로 넘길 수 없기에 가계부 관련 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음성 통화에 간섭할 수 없기에 통화 녹음 앱이 아예 없다. 게다가 UI에 손댈 수 없기에 스마트폰이나 앱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없다.

생각건대, 운영체제는 취향의 문제다. 깔끔하고, 일관성 있으며, 안전한 아이폰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선택의 폭이 넓고, 자유로우며, 활용도가 넓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택할 것인가.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이제 나쁜 스마트폰은 없다. 다른 스마트폰만 있을 뿐이다.

아이폰만 사용하던 그가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꾼 이야기 (1) - http://it.donga.com/13344/

글 / IT동아 강일용,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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