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데 왜 안될까?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걸림돌

안수영 syahn@itdonga.com

최근 아이리버의 '울랄라', ZTE의 'Z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 등 저가 스마트폰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비록 최신 사양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검색, 메신저, 카메라 등 필수적인 기능을 모두 지원하며, 가격은 일반 스마트폰보다 약 2~3배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이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저가 스마트폰의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는 제품 라인업 부족, 지나친 보조금 경쟁,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형성된 시장 분위기 등을 들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 라인업 부족

대개 저가 스마트폰은 '단말기 자급제' 전용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단말기 자급제 전용 스마트폰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말기 자급제란, 소비자가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점 외에 제조사나 유통사를 통해서도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집 근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제조사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단말기 자급제용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M 스타일',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 ZTE의 'Z폰', 아이리버의 '울랄라', 프리비아의 '세컨드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단말기 자급제가 2012년 5월부터 시행된 것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한 셈이다.

싸고 좋은 제품은 왜 해외에만 나오지?

게다가 저가 스마트폰은 해외에만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익스펜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포켓'의 가격은 12만 원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 L3'의 가격은 13만 원이며, '옵티머스 L7'의 가격은 21만 원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해외 출시폰으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다. 옵티머스 L7는 비교적 사양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세련돼 주목 받았지만, 국내에는 150대 한정 판매됐다. 결국 국내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구매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그나마 휴대폰 시장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들은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다.

구글과 LG전자가 합작해서 만든 스마트폰 '넥서스4'도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국내 출시되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에 넥서스4의 국내 출시 여부를 묻자, KT 표현명 사장은 "구글과 제조사 측에 넥서스4 국내 출시를 요청했다"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넥서스4는 구글과의 공동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국내 출시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넥서스4가 유독 국내에만 출시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각 기업마다 사정은 있었겠지만,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옵티머스G의 판매량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넥서스4를 내놓지 않았다', '이동통신사가 LTE에 투자한 반면, 넥서스4는 3G 모델이기 때문에 출시를 꺼렸을 수 있다' 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아이폰5가 11만 원인데… 굳이 보급형 사야 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저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보다는 보조금을 지원받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2012년 10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프로모션 할인가 17만 원에 판매됐으며, 2013년 1월 애플의 '아이폰5'는 프로모션 할인가 11만 원에 유통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가 스마트폰을 사는 것이 손해라고 느낄 수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굳이 사양이 낮은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비해, 일부 저가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M 스타일은 50만 원대로 출시됐다. 물론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하면 보조금이 지원돼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금세 '버스폰(버스 요금만큼 저렴한 휴대폰)'이 되는 시장 상황을 떠올리면 그리 저렴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현주소, 프리미엄 제품 위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형성되다 보니, 아직까지는 저가 스마트폰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관련된 마케팅이 활발한 반면, 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은 비싼 것을 사야 한다'라고 인식하게 됐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 오정숙 부연구위원의 2012년 5월 '단말기 자급제 도입 현황 및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향후 교체하고 싶은 휴대폰의 종류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87.7%가 '스마트폰'을 선택했으며, 71.3%가 '고급형 스마트폰'으로 교체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일반형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겠다는 응답은 16.4%에 그쳤다.

제조사 간 스마트폰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자주 출시되는 것도 저가 스마트폰 시장 형성을 가로막는다. 예를 들어 팬택은 '베가레이서2', '베가S5', '베가R3'를 각각 2012년 4월, 7월, 9월에 내놓았다. 세 제품 모두 팬택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한다. 프리미엄 제품이 2~3개월마다 출시된 셈이다.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교체되는 주기가 워낙 짧다 보니, 제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도 몇 달 뒤면 금세 버스폰이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조금 기다리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테니 굳이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게 된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 꼭 필요하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자리를 잡아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저가 스마트폰이 다양해지고 있고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과열되어 있는 이유가 크다. 지나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누그러져 저가 스마트폰 시장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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