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안내부터 스마트팜까지' AISP, 고객 맞춤형으로 승부하는 AI 로봇 전략
"같은 안내 로봇이라도 고객 요구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르게 제작합니다."
안내 로봇으로 시작해 공장 보안 로봇, 스마트팜 예찰 로봇까지. 정해진 사양의 로봇을 파는 대신 고객 요구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설정해 맞춤형 로봇 시장을 파고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안경사 출신 창업자와 프로야구 선수 출신 개발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AISP(에이아이에스피)다.

AISP는 단순히 로봇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이 로봇으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확인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안내·관제·스마트팜 로봇에 담아 공급하며 고객의 일을 설계하는 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 후 외부 투자 없이 그해 9월 첫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배로 예상한다. 신현섭 AISP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부터 스마트팜 진출 계기, 향후 전략까지 짚어봤다.
AI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
AISP는 'AI를 좋아하는 신 씨와 박 씨가 만나 만든 회사'라는 뜻을 사명에 담았다. 신현섭 대표는 안경사로 일하다 대기업 건설사와 AI 회사를 거쳐 AISP 창업에 나섰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박진수 CTO는 독학으로 개발자가 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신현섭 대표가 영업과 회사 운영을, 박진수 CTO가 개발을 각각 맡는다. 신현섭 대표는 "사회 초년생 때 전공과 다른 분야에 도전하며 겪은 어려움이 오히려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 어떤 새로운 도전에도 두려움이 없는 편"이라고 돌아봤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은 신현섭 대표의 제안 덕분이다. 신현섭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며 근성과 끈기 있는 개발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어떤 프로젝트든 포기하지 않는 박진수 CTO의 모습을 좋게 보고 먼저 제안해 창업 멤버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근성과 끈기가 있다는 점이 잘 맞았고, 이것이 함께 일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의 출발점은 ‘AI 로봇'이라는 말에 가려진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신현섭 대표는 "시장에서 AI 로봇이라고 하면 AI와 로봇이 하나로 합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를 다루는 파트와 로봇을 만드는 파트가 전혀 다르고 서로 붙어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AI를 기반으로 로봇을 고객 요구사항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현재 주력 제품은 세 가지다. 안내 로봇은 관공서, 학교, 도서관, 병원, 기업 등 다양한 요구에 맞춰 도입되고 있다. 같은 안내 로봇이라도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르게 만든다. 관제 로봇은 공장 같은 주요 시설을 돌아다니며 라인과 장비를 관찰하고 특이사항을 점검한다. 스마트팜 로봇의 경우 농장에서 작물을 관찰하고 수확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객 맞춤형·속도로 승부한다
AISP가 주목한 것은 로봇 제조사의 판매 방식이다. 신현섭 대표는 "로봇 제조사는 고객 요구에 맞춰 로봇을 제작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서 시장에 판매한다"며 "고객이 어디에 쓸지 예측하기 어렵고, 맞춤형으로 만들면 비용이 크게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현섭 대표는 고객이 자신의 요구사항에 로봇이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보고 AISP는 맞춤형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AISP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신현섭 대표는 "기존 안내 로봇은 정해진 하드웨어에 정해진 소프트웨어를 쓰는 방식이었다"며 "AISP는 고객이 로봇으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확인하고, 그 기능을 개발해 로봇에 넣는다"고 말했다. AISP는 현장마다 요구가 달라 자주 쓰는 기본 기능을 먼저 보여 준 뒤 자동차 옵션처럼 고객이 선택하게 한다. 병원만 해도 간호데스크에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을 원하는 곳이 있고, 병실 낙상 예방 교육을 맡길 로봇을 원하는 곳이 있다.
속도도 AISP의 강점이다. 신현섭 대표는 "보통 금요일에 고객과 미팅하면 다음 주 월요일에는 데모 버전을 만들어 영상으로 보내준다"며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속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빠르게 보여 주면 대부분 고객이 만족하고 신뢰해 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일은 로봇 최적화였다. 신현섭 대표는 "로봇에 기본 탑재된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그대로 쓰면 고객이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튜닝이 필요했다"면서 "특히 한국 고객은 속도에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느리거나 오작동해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테스트 과정의 시행착오에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지만 한국은 비즈니스 속도도 빠르고 기대 수준도 높다는 설명이다.
해법은 제조사와의 협업이었다. AISP는 제조사에 API와 SDK를 요청해 연동하고, 없는 기능은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신현섭 대표는 "제조사는 자신들이 만든 기능이 이런 방식으로 쓰일 줄 예상하지 못해 놀라기도 하고, 판매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며 "제조사는 특정 국가에서 필요한 기능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저희는 고객을 최전선에서 만나기 때문에 협업하면 시너지가 난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AISP가 직접 기능을 만들어 제품에 붙인다.
안내 로봇에서 보안·스마트팜으로 확대
AISP가 안내 로봇을 넘어 사업 영역을 넓힌 계기는 고객의 눈높이였다. 신현섭 대표는 "안내 로봇을 납품하면서 고객들이 미디어에서 최첨단 로봇 영상을 자주 접해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상에서 보는 로봇과 현업에서 쓸 수 있는 로봇은 수준도 가격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의 기대는 영상 쪽에 가 있다"고 짚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안전·보안 모드다. 신현섭 대표는 "안내 기능을 넘어 우리 기술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보안 모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보안 모드는 로봇 카메라로 사람, 총기, 흉기, 화재 등을 탐지해 알림을 주는 기능이다. 최근 한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공장에 납품돼 사용되고 있다. 이때 AISP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간을 3개월로 예상했지만 1개월 만에 만들어 현장에서 바로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현섭 대표는 "남은 2개월 동안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수정했다. 실제로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전했다.
스마트팜 진출은 우연한 요청에서 시작됐다. 안내 로봇 사업을 하던 중 스마트팜에서 작물의 잎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강원도 철원을 찾게 된 것이다. 신현섭 대표는 "가서 보니 작물은 와사비였고, 와사비가 매우 고가이면서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작물 상태를 계속 확인해 이상이 있으면 사람에게 알려 주고, 수확하는 일까지 로봇이 대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ISP는 이를 두 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1단계는 예찰 로봇, 2단계는 수확 로봇이다. 예찰 로봇은 지난 10월 철원 스마트팜에 납품하기로 확정했다. 납품 후 와사비 생육 상태를 분석해 와사비 AI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신현섭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로봇 라인업의 목표 고객은 개인 농가와 농업법인이다. 신현섭 대표는 "와사비, 바닐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의 투자 가치가 올라가고 있어 이런 작물 재배에 필요한 자동화 로봇 수요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투자 없이 매출 5배, 내실이 먼저
AISP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5배로 예상한다. 현재 주 수익모델은 로봇 판매이고, 이후 렌탈과 구독으로 넓힐 계획이다. 협업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부터 국내 대기업과 대형 병원과 공공기관 등 다양하다. 신현섭 대표와 박진수 CTO는 광운대학교에서 로봇 강의도 맡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신현섭 대표는 "설립 때부터 투자나 외부 자금 없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스스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회사를 운영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객의 도입 비용 부담에 대한 답도 같은 맥락이다. 신현섭 대표는 "로봇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은 하드웨어이고, 보통 중국에서 제작되는데 해당 로봇의 수요가 늘면 단가가 내려간다"며 "AISP가 할 수 있는 일은 소프트웨어를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역은 로봇 밖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빔프로젝터 업체와 협업하면서 AI 빔 옵티마이제이션(AI Beam Optimization)은 개발했고, 국방 분야에서는 제안받아 네트워크가 끊어진 재밍 상태에서도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앞으로는 관제 로봇과 스마트팜 로봇 확장에 힘을 싣는다. 신현섭 대표는 "대부분의 공장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 과정에는 맞춤형 로봇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쌓은 사례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성장 속도에 대한 신현섭 대표의 생각은 분명하다. 신현섭 대표는 "2년 차 스타트업으로서 급하게 키우기보다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고 싶다"며 "규모를 키우고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고객은 기존의 동일한 로봇보다 맞춤형 요구에 맞는 로봇을 원할 것"이라며 "AISP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로봇을 제작·공급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로봇을 파는 회사에서, 고객의 일을 대신 설계하는 회사로. AISP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