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코딩하는 시대…학생의 사고과정은 어떻게 지킬까
[IT동아 김동진 기자] 생성형 AI의 등장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짜는 대신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확인·수정하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코딩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도 아이디어를 빠르게 결과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생긴다. ‘AI가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줄수록 학생이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오류를 수정하는 학습 과정까지 건너뛰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다.

실제로 생성형 AI 활용이 과제 수행과 학습 성취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중국 7~12학년 학생 2만6811명을 30개월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2026년 6월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사용한 뒤 학생의 숙제 점수는 18% 높아지고 과제를 마치는 시간은 30% 줄었다. 반면 AI 도입 후 6개월 안에 월별 비공개 시험 성적은 20% 낮아졌다. 특히 짧은 시간에 높은 숙제 점수를 받은 학생, 즉 상당 부분의 과제를 AI에 맡긴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에서 학습 손실이 집중됐다.
연구 결과를 모든 교육 환경에 그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AI를 이용해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능력과 그 과정에서 지식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 코딩 교육의 과제도 단순히 ‘AI를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AI의 편리함을 활용하면서도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어떻게 남겨둘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AI가 결과물을 바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생성 과정과 구조를 다시 확인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AI의 생산성은 활용하되 학습 과정까지 대신하지 않도록 교육용 도구의 구조를 달리 설계하는 접근이다.
자연어로 만들되, 결과는 블록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에듀테크 기업 ‘악어에듀’가 개발한 ‘바이브블록(VibeBlock)’은 이 같은 접근을 코딩 교육에 적용한 사례로 꼽힌다.
일반적인 바이브코딩에서는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면 AI가 완성된 코드를 생성하고, 사용자는 실행 결과를 보면서 다시 AI에 수정을 요청한다. 프로그램을 빠르게 만드는 데는 유리하지만, 프로그래밍 경험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AI가 만든 코드가 일종의 ‘블랙박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브블록은 이 사이에 학생이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는 단계를 넣었다. 학생이 자연어로 만들고 싶은 동작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블록 코드로 구현한다. 학생은 생성된 블록과 실행 결과를 함께 확인하고, 고칠 부분을 직접 수정하거나, AI 튜터에게 다시 요청한다. 같은 프로그램을 블록뿐만 아니라 순서도와 파이썬(Python) 코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악어에듀가 제시한 학습 구조를 압축하면 ‘생성→이해·학습→수정·보완→창작’으로 이어진다. AI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되, 완성된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학생이 그 구조를 이해하고 수정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블록→순서도→코드로 표현 방식을 단계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바이브코딩과의 차이다. 블록에서는 명령과 조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살펴보고, 순서도에서는 프로그램의 실행 흐름을 확인한다. 이후 같은 동작이 파이썬 코드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비교한다.
악어에듀는 이를 ‘다중 표상’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프로그램을 블록·순서도·파이썬으로 나란히 보여주면, 하나의 표현 방식에서 놓친 구조를 다른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논리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풀어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바이브코딩의 장점인 낮은 진입장벽은 유지하면서 블록코딩이 가진 시각적 구조 이해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답을 만드는 AI’와 ‘설명하는 AI’도 분리
학생이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AI의 역할 자체를 나눈 점도 특징이다.
바이브블록은 AI의 역할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AI와 개념을 설명하는 AI로 구분했다. 학생은 학습 상황에 따라 필요한 도움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이 필요할 때는 AI에 원하는 기능을 요청하고, 학습 과정에서 막힌 부분이 생기면 별도의 AI를 통해 관련 개념이나 오류 원인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I가 모든 과정을 대신하기보다 학생이 필요한 도움을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을 이어가도록 설계했다.

일례로 바이브블록에서는 ‘블록 정비공 케오’가 학생의 요청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별도의 ‘선생님 케오’가 개념과 오류 원인을 설명한다. 설명하는 AI는 학생을 대신해 블록을 만들어주는 대신,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나 관련 개념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학생이 AI에 “정답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막힌 부분에 대한 힌트를 얻는 행위를 구분하려는 설계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장치가 실제 학습 효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자연어와 블록 사이에 중간 단계를 추가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이나 프로그래밍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를 활용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또는 일반 바이브코딩과 바이브블록을 사용한 학생 사이의 학습 성취를 비교하는 실증이 앞으로 필요한 이유다.
개인용 AI 코딩 도구에서 ‘수업 가능한 코스웨어’로
최근 바이브블록의 변화는 이러한 학습 구조를 교실 단위로 확장하는 데 맞춰졌다.
악어에듀는 학생용·교사용 교재와 교수자 기능, 학급관리 기능을 솔루션에 추가했다. 교사는 학급을 만들고 학생 계정을 관리하며,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학생이 제출한 작품뿐만 아니라 AI와 주고받은 대화 기록도 교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능은 생성형 AI 도입 이후 달라진 평가 환경과도 연결된다.
기존 과제에서는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학생이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했는지 일정 부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결과물 제작에 개입하면, 완성도의 높고 낮음만으로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앞서 소개한 CEPR 연구에서도 AI 사용 학생의 숙제 점수와 시험 성적 사이에 기존과 다른 관계가 나타났다. 과제 결과만으로 학습 성취를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교사가 완성 작품뿐만 아니라 학생이 AI에 어떤 질문을 던졌고, 어떤 답을 받은 뒤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평가의 대상도 ‘결과’에서 ‘과정’으로 넓힐 수 있다.
악어에듀는 이를 위해 8차시 분량의 학생·교사용 이야기형 교재도 마련했다. 학생은 미션을 수행하며 생성된 코드를 수정하고, 교사는 별도의 지도 가이드를 활용해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운영하는 구조다. 단순히 학생 개인이 AI 코딩을 체험하는 데서 나아가 교수자가 학급 단위로 수업을 운영하고, 학습 과정을 관리하는 코스웨어로 기능을 넓히는 대목이다.
외부 평가도 받았다. 바이브블록은 ‘2026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제11회 에듀테크 비즈니스모델 공모전’ AI활용혁신 분야에서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을 받았다. 악어에듀는 2024년과 2025년 우수상에 이어 3년 연속 해당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AI를 덜 쓰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생각하며 쓰게 하는 교육’
생성형 AI가 더 발전할수록 학생에게 코드를 직접 입력하도록 하는 것만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몇 줄의 자연어만으로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코드 입력 자체를 교육의 최종 목표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악어에듀가 앞서 제시한 ‘블록-바이브코딩’의 문제의식과도 이어진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코드를 얼마나 빨리 작성하는지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AI에 적절한 요구를 전달하며, 결과를 검증·수정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다만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설계 의도를 넘어선 검증이다. 자연어→블록→순서도→파이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실제로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과 코드 이해도를 얼마나 높이는지, AI 대화 기록을 활용한 교수자 기능이 교사의 평가와 수업 부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가 코드를 대신 만드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교육의 역할은 AI를 교실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AI의 결과를 이해하고 의심하고 수정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돕는 데 있다.
바이브블록의 도전이 주목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AI가 생각을 대신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는가. 생성형 AI 시대 코딩 교육이 풀어야 할 질문이다.
강태환 악어에듀 대표는 “생성형 AI 시대의 코딩 교육에서는 결과물을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보다 학생이 그 결과가 어떤 구조와 논리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바이브블록은 AI의 도움을 받되, 학생이 직접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설계됐다. 바이브블록이 실제 교육 환경에서 효용을 발휘하도록 끊임없이 피드백을 청취하고, 기능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