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픽] 인수부터 협력까지···오픈AI·오라클·삼성, 서로 다른 전략
[IT동아 박귀임 기자] 헬스케어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외 기업과 서비스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헬스케어픽은 신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부터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 그리고 주목할 만한 서비스까지 국경을 가리지 않고 헬스케어 업계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픈AI, 오케스트라 바이오 인수···신약개발까지 확장

글로벌 AI 기업 오픈AI(OpenAI)가 바이오제약 팀의 신약개발 프로그램 조율을 돕는 AI 플랫폼 오케스트라 바이오(Orchestra Bio)를 인수했습니다. 다만 양사 발표에는 인수 금액 등 구체적인 조건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오픈AI는 10월 20일(이하 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오케스트라 바이오의 팀과 기술을 자사 생명과학 연구용 AI 모델·도구 모음인 '로잘린드(Rosalind)'에 결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문에 따르면 오픈AI는 신약개발의 복잡성을 짚었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표적 발굴부터 규제 당국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는데, 연구 자체뿐만 아니라 내부 부서와 외부 파트너에 걸친 프로그램 조율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시스템 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픈AI는 AI가 이런 전문 업무와 복잡한 워크플로를 함께 맡을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바이오도 공식 사이트 공지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내놨습니다. 4년 전 바이오·제약 팀의 신약개발 프로그램 추진을 돕기 위해 회사를 시작했다며 의약품 개발이 발견, 전임상, 제조, 임상 전반에 걸친 수천 건의 의사결정과 의존 관계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람과 에이전트가 이 일을 함께 맡을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며 오픈AI 합류로 미션을 더 큰 규모로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사가 그리는 역할 분담은 비슷합니다. 에이전트는 계획 수립·조율·분석·모니터링·추적을 맡고 과학자와 프로그램 책임자는 방향을 정한 후 결정을 내립니다. 오픈AI가 든 예시는 제조 배치 하나가 실패해 임상 시험 시작이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오케스트라 바이오의 에이전트는 어떤 활동과 일정이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모아 대응 방안을 비교해 주며 이후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오픈AI의 이번 오케스트라 바이오 인수는 로잘린드의 구성을 보완하는 조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로잘린드는 생물학·화학 문제를 추론하는 GPT-로잘린드와 이를 과학 도구·데이터와 연결해 결과 분석과 실험 설계를 돕는 로잘린드 워크벤치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바이오의 프로그램 조율 기능이 더해지면 아이디어 탐색부터 실험 설계, 결과 해석, 후속 업무 조율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AI로 잇겠다는 오픈AI의 비전과 맞닿습니다.
글로벌 AI 기업이 헬스케어·생명과학 분야 스타트업 인수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오픈AI는 생명과학 연구자를 위한 별도 제품군으로 로잘린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와는 R&D와 상용화 실행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또 모더나에서는 AI가 복잡한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을 실험 워크플로에 반영하도록 팀을 돕고 있으며, R&D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델과 도구를 공급하는 데서 나아가 신약개발 현장의 업무 방식을 담은 플랫폼까지 확보했다는 것은 신약개발을 AI의 핵심 적용 분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풀이가 가능합니다.
다만 양사 발표에는 오케스트라 바이오 서비스가 독립 제품으로 유지되는지, 기존 고객 계약과 데이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오케스트라 바이오는 제조와 임상 일정 등 신약개발 프로그램의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만큼 소유 구조 변화 이후의 데이터 관리 방식이 어떻게 이뤄질지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오라클·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시험·진료 현장 잇는 AI 협력 모색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기업 오라클(Oracle)과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AI 및 실세계 데이터(RWD)를 활용해 임상 시험과 진료 현장을 잇는 글로벌 협력에 나섭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과학·임상 개발·규제 전문성에 오라클의 실세계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 AI 기반 임상 역량을 결합해 임상 연구를 가속하고 근거 기반 인사이트를 진료 워크플로에 반영한다는 구상입니다.
오라클과 아스트라제네카는 10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협력의 출발점은 현장 공백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발표문에서 중증 질환이 뒤늦게 진단되고, 환자가 의뢰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리며, 과학적 진보가 임상 현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에도 공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앤클레어 거발디(Anne-Claire Gerbaldi) 아스트라제네카 최고디지털·데이터·AI책임자는 AI로 과학, 임상 시험, 일상 진료에서 얻은 학습을 연결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문에 따르면 초기 탐색 영역은 임상 시험 모집, 조기 진단, 의약품 안전성 모니터링, 의약품 생애주기 전반의 실세계 근거 활용입니다. 종양, 심혈관·신장·대사, 호흡기·면역, 희귀질환 등 아스트라제네카의 핵심 질환 분야가 대상입니다. 역할은 나뉘어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과학·치료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제공하고, 오라클은 보안성을 갖춘 데이터·클라우드·AI·임상 업무 지원 역량을 맡습니다.
시마 버마(Seema Verma) 오라클 헬스·생명과학 부문 총괄 부사장은 의료기관이 적격 환자를 더 일찍 찾고 임상 시험 접근성을 넓히며 다음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근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 모든 과정이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거버넌스 아래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 시실리아(Mike Sicilia) 오라클 CEO 역시 AI의 가장 중요한 기회 중 일부가 헬스케어에 있다고 말했고,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신약 발굴에서 환자 치료에 이르는 여정을 앞당기는 협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사는 임상 연구와 일상 진료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이후 연구 설계, 안전성 모니터링, 환자 치료에 반영되는 '지속적 학습 모델'도 모색합니다. 이를 위해 공동 거버넌스, 재사용 가능한 기술 구성요소, 합의된 성과 지표를 마련하고, 성공 사례를 다른 질환과 지역으로 넓힐 수 있는지 평가할 계획입니다.
첫 프로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헬스케어 기업 M42와 함께 진행합니다. 임상팀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식별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를 이행하며, 임상 시험 모집을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협력은 미국, 중동, 유럽 등 여러 지역의 국제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향후 확대가 가능하도록 현지 정부와 협력하고 관련 규정 안에서 진행됩니다.
데이터 관리 방식은 발표문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협력은 비식별 처리된 실세계 데이터를 견고한 거버넌스, 개인정보·보안 체계 아래에서 사용하며 아스트라제네카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받지 않습니다. 각 프로젝트는 개별적으로 검토되고, 법률·개인정보·규제·윤리·기관 차원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뒤에만 진행됩니다. 양사 모두 데이터 관리와 의료기관 거버넌스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띕니다.
다만 아직은 탐색 단계입니다. 양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텀시트 협약을 체결했고, 재무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발표문은 협력이 실용적인 방법을 '시험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을 뿐 임상 시험 기간 단축이나 환자 결과 개선 같은 구체적 성과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각 프로젝트의 평가 지표는 양사가 앞으로 합의할 계획인 만큼 실제 효과 여부는 이후 확인이 필요합니다.
삼성헬스, 라크 헬스 손잡았다 '미국 고령층 AI 당뇨 예방 서비스 확대'

글로벌 전자기업 삼성전자의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이 미국 디지털 헬스 기업 라크 헬스(Lark Health)와 손잡고 삼성 헬스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AI 기반 예방·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확대합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10월 26일 라크 헬스와의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자격을 갖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라크 헬스의 메디케어 당뇨 예방 프로그램(MDPP)으로 시작합니다. 라크 헬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당뇨 예방 프로그램 제공기관이자,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지침에 따른 공식 MDPP 제공기관입니다. 메디케어 파트 B에 가입하고 현재 당뇨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해당 메디케어 요건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각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AI 코칭과 건강 추적을 제공해 영양, 신체 활동, 수면, 스트레스와 관련한 습관을 만들도록 돕습니다. 자격을 갖춘 회원은 AI 코칭 외에 실시간 임상 자원과 셀룰러 체중계 같은 도구도 받습니다.
MDPP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65세 이상 사용자에게는 별도의 1년짜리 예방 프로그램 '라크 프리벤션(Lark Prevention)'이 제공될 수 있습니다. 연간 249달러 상당으로, 추가 본인 부담은 없습니다. 다만 삼성은 이 프로그램이 협약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되며, 라크와 삼성이 이후 요금을 도입하거나 가격을 바꿀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라크 헬스와의 이번 협력을 더 넓은 단계적 확대의 첫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계획에는 CMS 혁신센터의 만성질환 관리 모델인 ACCESS(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를 통한 기술 기반 만성질환 관리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자격을 갖춘 사용자가 심혈관·대사 질환과 행동 건강 질환을 지원하는 추가 라크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수 있습니다. AI 코칭에 임상 감독, 지속적 건강 추적, 임상 자원을 결합하는 방식이며 추가 본인 부담 비용은 없습니다. 다만 각 프로그램의 이용 가능 여부와 자격 요건은 출시 시점에 별도로 안내하겠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고령층의 당뇨 유병률을 소개했습니다. 발표문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3840만 명이 당뇨를 앓고, 65세 이상 성인의 약 3명 중 1명이 당뇨를 앓습니다. 당뇨 전 단계는 1억 1500만 명, 고혈압은 1억 19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헌수(Hon Pak)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 팀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속에서 의료가 병원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협력이 삼성의 '커넥티드 케어' 비전을 향한 구체적인 한 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당뇨 예방으로 시작하지만 더 많은 고령층이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 지원을 받도록 돕는 기술 기반 만성질환 관리로 넓혀 가겠다는 설명입니다.
줄리아 후(Julia Hu) 라크 헬스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삼성 헬스가 고령층이 이미 건강 관리에 쓰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더 많은 사람이 검증된 예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돕고 지속적인 기술 기반 만성질환 관리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에는 삼성 헬스의 메디케어 관련 이력도 함께 담겼습니다. 삼성 헬스는 최근 메디케어 수혜자가 디지털 건강 도구와 앱을 찾도록 돕는 중앙 디렉터리인 '메디케어 앱 라이브러리'에 등재됐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비웰 커넥티드 헬스(b.well Connected Health)와 함께 병원의 종이 문진표를 없애려는 CMS의 노력을 지원하는 '킬 더 클립보드(Kill the Clipboard)'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왔고, 이와 관련해 일반 제공 우수성을 인정받아 CMS의 인정 증서를 받았습니다. 이번 단계적 확대가 일상의 건강 인사이트를 접근 가능한 서비스와 연결하려는 폭넓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발표문에는 서비스 출시 시기와 협력의 계약 조건이 없고, 삼성 헬스에 쌓인 데이터가 라크 헬스와 어떻게 공유되는지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또 250만 명의 환자가 라크의 프로그램 도움을 받았다고 소개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서비스는 미국 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 제공 계획 역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