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토, ‘보글(Vogl)’ 브랜드 앞세워 AI 통번역·데이터 사업 글로벌 확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플리토의 신규 브랜드 이름은 ‘보글(Vogl, Voice over global Languages)’입니다. 세상 모든 언어의 목소리를 보이게 하자는 플리토의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AI 데이터 및 설루션 전문 기업 플리토(Flitto)가 9월 3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두 번째 미디어 인사이트 데이를 개최하고 새롭게 구성한 AI 통번역 설루션 브랜드 ‘보글’과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올해 사업 현황 및 내년 사업 목표 등을 전반적으로 공개했다.
플리토는 2012년 8월 번역 서비스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AI 학습용 언어 데이터, 플랫폼·전문 번역 및 지역 맞춤형 번역, AI 실시간 통번역 설루션 등을 폭넓게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올해 사업 비중에서 AI 학습용 언어 데이터 매출이 49.51%를 차지하면서 번역 서비스 전문 기업에서 AI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보글’은 플리토가 글로벌 진출과 함께 사업 전반의 흐름을 다시 한번 가다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올해로 창업 14년 차지만 그간 플리토라는 사명만 쓰였고 서비스 브랜드는 없었다. 서비스를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으로 부르다 보니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고, 검색이 잘 되지 않는 한계도 있었다. 데이터 거래용 앱을 번역 앱으로 착각하는 사례도 있었다. 브랜드 통합을 통해 사람들이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글의 목표”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플리토의 번역 브랜드 ‘보글’, 단순 번역 넘어 개인화에 초점

보글은 플리토가 지난 3년간 개발하고 출시한 번역 서비스 전반을 통합한 브랜드다. 일반 사용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보글’을 다운로드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앱 서비스의 핵심은 ▲말하는 순간 번역하는 대화 ▲대화 흐름을 정리하는 노트 ▲다자간 번역을 제공하는 미팅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개인화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는 AI 서포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정수 대표는 “보글은 순수한 한글 이름이면서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브랜드다. 통역은 물론 노트 기능을 통해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추천하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 또한 대규모 콘퍼런스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보글 스테이지와 노트를 연동해 작업할 수도 있다. 어떤 설루션을 쓰더라도 언어 간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번역·통역 서비스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며, 최근에는 대형언어모델(LLM)까지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플리토는 데이터 학습에 기반한 개인화 기능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정수 대표는 “플리토는 데이터로 시작한 번역 기업이고,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로 차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음성 메시지나 기록, 자료 등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학습해 번역 완성도를 높인다”라면서 “개인에게 맞는 엔진을 만들면 특정 영역에서 더욱 정확하게 통역할 수 있고, AI가 전 과정에서 보조를 맞추면서 중요한 부분을 찾아주거나 요약하는 등의 기능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플리토의 실시간 번역 서비스는 다른 회사보다 약 20~30% 비싸지만,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오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음성을 들리는 대로 받아 번역하는 설루션은 전문 용어나 고유명사, 사람 이름 등을 쉽게 틀릴 수 있는데, 플리토의 서비스는 도움될만한 데이터를 사전에 입력해 결과물을 학습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인다.

플리토는 앞으로 보글을 전체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대한다. 개인용 번역 서비스는 ‘보글’, 콘퍼런스 및 세미나·교육용 AI 통역 서비스는 ‘보글 스테이지’로 변경된다. 공항·은행·매장 등을 위한 하드웨어 패키지 번역 설루션은 ‘보글 존’, 시스코 웹엑스용 AI 통역 서비스는 ‘보글 웹엑스’, 웹페이지 및 앱에 연동되는 번역 API는 ‘보글 API’로 명명된다. 올해와 내년 역점 사업인 온프레미스 관련 서비스도 ‘보글 온프레미스’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보글 온프레미스는 폐쇄망이나 보안 환경, 외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AI 기반 통역을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다. 온프레미스 모델을 고객사 서버에 배치해 비디오 통역과 문서 번역 등을 제공하며, 보안이 중요한 기관에서도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대한항공, CJ제일제당, 메가존클라우드, 하나은행, 신세계백화점, LG전자 등 여러 기업이 플리토의 번역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대기업과 한화오션 등에서도 도입을 확정해 사용 중이다. 보글 브랜드가 론칭된 현재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 입구에는 보글 존이 설치돼 외국인을 위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로 시작한 사업, 본격적인 마켓플레이스로 고도화

플리토는 최근 몇 년 사이 사업 구조를 번역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데이터 가공 및 거래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수십 조 가치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막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플리토는 국내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데이터 거래 플랫폼 구축에 나선 기업 중 하나다.
이정수 대표는 “AI 기술에는 국가적 장벽이 없으며 어떤 기업이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고품질 AI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AI용 데이터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플리토는 그런 상황에서도 데이터 비즈니스를 통해 해외 매출을 끌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플리토는 2014년 창립 시점부터 데이터 설루션 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여전히 초심 그대로 데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당시에는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로 챗봇과 번역기가 대세였고, 2016년이 지나면서 멀티모달용 데이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성과 이미지 등도 다루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생각의 사슬(CoT)용 풀이 데이터와 피지컬 AI용 데이터셋까지 취급 범위가 확장됐다”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다국어 말뭉치(코퍼스) ▲음성 데이터 ▲광학문자인식(OCR) 및 시각 데이터 ▲멀티턴 대화 ▲코딩 데이터 ▲RLHF(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및 SFT(지도 학습 기반 미세 조정) ▲생각의 사슬 추론 ▲벤치마크 ▲도메인 QA(특정 분야 데이터를 활용해 자연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 시스템) 등을 폭넓게 다룬다. 최근에는 1인칭 시점의 작업·공정 영상이나 관절 데이터 등이 포함된 피지컬 AI 데이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플리토는 자체 구축한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거래 중이며, 올해 중반 서비스를 연 이후 실제 거래도 발생시키고 있다.
이정수 대표는 “플리토 마켓플레이스의 강점은 안전한 데이터 거래다. 데이터가 올라오면 저작권 문제가 해결됐는지,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절차를 거친 뒤 제공한다. 미가공 데이터를 원하는 경우도 있고 가공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도 세세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학습 성능이 어떻게 고도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전달한다. 마켓플레이스 역시 다국어로 제공되므로 글로벌 기업들의 접근성도 좋다”라고 말했다.
2027년, 새 브랜드와 마켓플레이스로 사업 고도화 나선다
플리토는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사업모델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으며, 이후 매출 확대를 위해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정수 대표는 “매출 자체는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올해 역시 원래 계획했던 매출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플리토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연말에 집중되는 구조여서 1분기와 2분기 성적으로 남은 분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올해는 예상보다 순이익도 더 높게 나올 전망이고, 데이터 비즈니스 역시 좋은 매출 창출원으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수 대표는 2027년의 플리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정수 대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의 문은 계속 두드릴 것이고, 내년에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글로벌로 더 크게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보글 역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서비스로 만들어 볼 것”이라면서 “최근 온프레미스 설루션이 잘 나가고 있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통역을 제공하는 환경에 대한 수요가 기대 이상이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품화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플리토가 올해 내놓은 보글과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는 서로 다른 신사업이라기보다 지난 14년간 쌓아온 번역 및 언어 데이터 역량을 서비스와 데이터 거래 양쪽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가깝다. 여기에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온프레미스 통번역까지 더하면서 사업 영역도 개인과 기업, 데이터 공급과 AI 서비스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내년 플리토의 과제는 명확하다. 국내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통번역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보글과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온프레미스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느냐다. 번역 서비스 기업에서 AI 언어 데이터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플리토가 다음 성장 단계에서도 데이터라는 강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