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도 크기도 천차만별…나에게 맞는 캠핑카 고르는 법
[IT동아 김동진 기자] 호텔 예약 시간에 맞춰 움직일 필요 없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캠핑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숙박과 이동 수단을 하나로 합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이나, 여러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캠핑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밴을 기반으로 한 캠퍼밴부터 각종 생활설비를 갖춘 모터홈, 자동차에 연결해 사용하는 카라반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차체 크기와 내부 구조에 따라 주행·주차 편의성과 생활공간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여행 방식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캠핑카를 고를 때는 크기나 가격부터 비교하기보다 몇 명이 여행하는지, 한곳에 오래 머무는지, 이동을 자주 하는지, 도심을 얼마나 주행하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밴을 활용한 캠핑을 원한다면 '캠퍼밴'
주말마다 새로운 지역을 찾아다니거나 여행 중 도심 방문이 잦다면, 캠퍼밴을 고려할 만하다.
캠퍼밴은 일반적으로 밴이나 승합차를 기반으로 실내에 취침·수납·조리 등 캠핑에 필요한 기능을 더한 차량을 말한다. 기존 밴의 차체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을 캠핑에 활용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며, 팝업루프나 하이루프 등을 적용한 차량도 있다. 다만 캠퍼밴과 모터홈을 구분하는 통일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제조사나 지역에 따라 명칭을 혼용하기도 한다.

금요일 퇴근 후 서울에서 강원도로 이동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행이라면 넓은 생활공간보다 기동성이 중요하다. 이런 여행에서는 넓은 생활공간보다 주행과 주차 편의성을 우선해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밴 내부에 각종 설비를 배치하는 만큼, 차량에 따라 생활공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 소형 캠퍼밴은 화장실이나 샤워 공간을 갖추기 어려워 캠핑장의 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차량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려면 '모터홈'
모터홈은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면서 취침과 조리 등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캠핑 차량을 일컫는다. 상용차 섀시를 기반으로 별도의 주거용 차체를 구성하는 등 형태가 다양하며, 침대와 테이블, 주방, 수납공간 등을 갖춘 차량이 많다. 모델에 따라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설치한다.
가령 부모와 자녀 두 명이 3박4일 일정으로 여행한다면, 단순히 네 명이 잘 수 있는지를 넘어 침상과 식사 공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지, 짐을 충분히 보관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장기간 차량에서 생활할 계획이라면 취침 정원뿐만 아니라 실제 실내 구조와 생활 동선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소형 트럭을 기반으로 주거공간을 결합한 캠핑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가 2020년 선보인 '포레스트'도 포터 II를 기반으로 제작한 캠핑카다.

차체가 큰 모델을 선택한다면 운전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전장·전폭이 큰 차량은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다루기 어렵고, 전고가 높은 차량은 일부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관광지와 식당 등을 자주 오가는 여행이라면, 넓은 생활공간보다 이동 편의성을 우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한곳에 며칠씩 머문다면 '카라반'
캠핑장을 거점으로 삼아 며칠씩 머무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견인형 카라반도 선택지다.
카라반은 자체 동력 없이 자동차에 연결해 이동하는 주거용 트레일러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차와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캠핑장에서 3박을 한다고 가정하면, 카라반을 캠핑장에 설치한 뒤 견인 차량만 이용해 시장이나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다. 매번 캠핑 공간 전체를 움직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제품에 따라 침실과 주방, 화장실 등을 갖추기도 한다.
하지만 견인이 새로운 진입 장벽이다. 자동차와 카라반을 합치면, 전체 길이가 크게 늘어나 후진과 주차, 좁은 길에서의 회전하기도 어렵다. 트레일러의 중량에 따라 별도의 견인 면허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구매나 대여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차박이면 충분한가'도 먼저 따져봐야
캠핑카가 필요한 여행인지부터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잠자리만 해결하고 화장실과 샤워는 캠핑장 시설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캠핑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SUV나 MPV의 2열과 3열을 접어 평탄화한 뒤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차박 여행이 가능하다.
반대로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도 여행하거나 어린 자녀와 장기간 이동한다면, 냉난방과 전기, 급·배수 시설의 중요성이 커진다. 캠핑카 선택 기준이 단순히 '몇 명이 잘 수 있느냐'에서 '차 안에서 얼마나 오래 생활할 수 있느냐'로 바뀌는 것이다.
전기차를 차박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 기능을 갖춘 전기차라면, 별도의 발전기 없이 일부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기아 PV5처럼 넓은 실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PBV도 차박용 차량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차체 크기보다 중요한 '높이'
캠핑카를 처음 운전한다면, 차량 길이나 폭만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전고다. 일부 캠핑카는 높은 차체에 루프 에어컨이나 환기장치까지 설치되므로, 일반 승용차보다 전고가 상당히 높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이용하던 지하주차장이나 높이 제한 시설이 캠핑카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차량을 빌릴 때는 정확한 전고와 전폭, 전장을 휴대전화 등에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지하주차장이나 터널형 시설, 나뭇가지가 낮게 뻗은 도로 등에 진입하기 전 확인해야 한다.
차체 뒤쪽이 길게 돌출된 차량도 주의해야 한다. 코너를 돌 때 승용차와 다른 궤적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캠핑카를 운전한다면 ,주차할 때 동승자가 내려 주변 장애물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몇 명이 탈 수 있나'와 '몇 명이 잘 수 있나'는 다르다
캠핑카 광고에서 '4인용', '6인용'이라는 표현만 보고 차량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운행 중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탑승할 수 있는 승차 정원과 취침 가능한 인원은 별개의 개념이다. 침대 크기도 확인해야 한다. 성인 두 명이 사용하기에는 좁은 침상을 2인용으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여행이라면, 숫자만 확인하지 말고 실제 침상 크기와 변환 방식까지 살펴보는 편이 좋다. 매일 밤 테이블과 좌석을 해체해 침대로 만들어야 하는 구조인지, 고정형 침대가 따로 있는지도 여행 피로도에 영향을 미친다.
물과 전기는 얼마나 쓸까
캠핑카 생활의 편의성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는 물과 전기다.
냉장고와 조명 정도만 사용한다면, 전력 소비가 크지 않지만 전자레인지와 전기포트, 에어컨 등 소비전력이 큰 제품을 사용하면,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커진다. 태양광 패널이 있다고 해서 모든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 역시 마찬가지다. 세면과 설거지, 샤워까지 차량에서 해결하면, 청수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사용한 물을 보관하는 오수 탱크의 처리도 고려해야 한다.
캠핑장을 중심으로 다닌다면, 대용량 배터리와 물탱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장시간 머무는 여행을 원한다면, 전기와 급·배수 용량이 차량 선택의 핵심 조건이 된다.
처음이라면 구매보다 렌트부터
캠핑카는 실제로 사용해보기 전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크기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해 대형 차량을 선택했다가, 운전과 주차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작은 캠퍼밴을 선택했다가 화장실과 수납공간 부족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비슷한 형태의 차량을 먼저 빌려 1박2일 또는 2박3일 정도 여행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단순히 잠자리의 편안함만 볼 것이 아니라 주차, 식사 준비, 짐 정리, 화장실 이용, 물 보충과 오수 처리까지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렌트할 때는 보험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대인·대물 보장 외에 자기차량손해 보장 범위와 자기부담금, 휴차료 등을 살펴봐야 한다. 어닝이나 캠핑용 가구·가전 등 차량 내부·외부 시설이 자동차보험의 보상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업체별 약관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차량을 인수할 때는 외관뿐 아니라 루프와 범퍼, 휠, 어닝 등의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냉장고와 냉난방장치, 인덕션 등 캠핑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한다.
내 차를 캠핑카로 바꾸려면
직접 차량을 개조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관련 자동차관리법령이 개정되면서 승용·승합·화물·특수자동차 등 다양한 차종을 캠핑용자동차로 제작·튜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차 안에 침대만 넣으면 캠핑카가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권영륵 한국자동차튜너협회 회장은 “자동차의 구조나 장치를 변경하는 튜닝은 변경 내용에 따라 승인과 검사가 필요하며, 전기·가스 설비 등은 안전과도 직결된다”며 “구조 변경을 계획한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튜닝 관련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베이스 차량을 선택할 때도 여행 인원과 필요한 설비, 적재공간 등을 먼저 따져야 한다. 같은 차량이라도 어떤 구조와 장비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용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튜닝을 계획한다면, 원하는 설비를 해당 차량에 합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지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장 큰 캠핑카'가 아니라 자신의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는 캠핑카를 찾는 것이다.
여러 도시와 관광지를 오가는 여행이라면 주행과 주차 편의성을, 차량에서 여러 날 생활한다면 침상과 주방·화장실 등 생활설비를 우선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캠핑장을 거점으로 주변을 여행한다면 자동차와 생활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카라반도 선택지가 된다.
캠핑카의 장점은 호텔보다 넓거나 저렴해서만은 아니다. 숙소와 이동수단을 하나로 합쳐 여행 일정 자체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좋은 캠핑카를 고르는 첫 질문도 "어떤 차가 좋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은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