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등본 발급도 말로 하는 시대" 카카오톡 AI 국민비서, 직접 써보니
[IT동아 박귀임 기자] 스마트폰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한 60대는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할 때마다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행정안전부가 카카오와 손잡고 5월 14일부터 카카오톡의 'AI 국민비서'에 음성 인식 기능을 정식 도입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톡 기반 AI 국민비서에 음성 인식 기능을 새롭게 도입해 텍스트 입력 없이 말로도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AI 국민비서에 "주민등록등본 발급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시대가 온 셈이다.
기존 국민비서에 생성형 AI 고도화
AI 국민비서는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5대 AI 서비스 혁신 과제 중 하나로, 국민이 복잡한 행정 절차를 몰라도 일상 언어로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 기반 민원 처리 서비스다. 기존 '국민비서 구삐'를 생성형 AI로 대폭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AI 국민비서는 카카오처럼 이미 이용자가 많은 민간 플랫폼을 채널로 활용한다는 부분 역시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한 만큼 편리하다.

2026년 3월 카카오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AI 국민비서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음성 인식 기능까지 추가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전자증명서 100여 종의 발급과 1200여 개 공공시설 예약을 지원한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공 AI 서비스인 만큼 보안 설계는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카카오는 자체 개발 AI 모델을 기반으로 이번 서비스를 구현했으며, AI 가드레일 모델 '카나나 세이프가드'를 적용해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했다. 원본 음성은 텍스트 변환 후 즉시 파기된다. 변환된 텍스트 데이터는 관련 법령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도 공공서비스 특수성을 고려한 안전성 검토를 별도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음성 인식 도입부터 불편 사항 개선까지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음성 인식 기능이다. 기존에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텍스트를 직접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주민등록등본 발급해줘", "테니스장 예약해줘" 등과 같이 평소 말투로 음성 명령을 내리면 AI가 의도를 파악해 즉시 실행한다.

접근성도 개선됐다. 카카오톡 실행 후 우측 하단의 더보기 메뉴에서 AI 국민비서 아이콘을 누르면 바로 진입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음성 기능의 주요 타깃으로 디지털 취약계층을 꼽았다. 스마트폰 자판 입력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이동 중 화면을 보기 어려운 사용자 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AI 민주정부 관련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AI 국민비서를 통해 공공시설 예약 시 외부 사이트로 이동해야 했으나, 이번 업데이트 후 카카오톡 대화창 안에서 시설 탐색부터 예약 확정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행정안전부는 AI 국민비서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 채널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향후 네이버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으로의 확대도 예정돼 있다. 시기는 미정이다.
진입 장벽 낮지만 품질 개선도 필요
기자가 직접 AI 국민비서를 사용해 본 결과 흐름은 직관적이었다. 대화창 하단에 노출된 추천 질문 버튼 '이사 후 금융 업무 시 필요한 서류'를 선택하자 AI가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한 상황임을 스스로 파악하고 '지금 바로 발급해드릴까요?'라고 제안했다. 행정 용어를 몰라도 버튼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진입 장벽 최소화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이어 기자는 마이크 버튼을 눌러 "네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오류 없이 텍스트로 변환됐다. 행정안전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방언과 노인 발화 패턴도 어느 정도 처리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카카오는 "특정 사투리나 고령층 발화를 별도로 구분해 성능을 측정한 결과는 없으나, 소음 환경·느린 발화·간투어(말 중간에 불필요한 소리)가 포함된 발화 등 다양한 조건에서 내부 검증을 진행해 안정적인 인식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I 국민비서로 주민등록등본을 전자 문서로 발급할 때 기자의 경우 카카오 인증서가 이미 등록된 상태여서 약 2분 만에 완료됐다. 다만 이용약관 동의, 발급 옵션 선택, 저장 방식 결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본적으로 카카오 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부터 발급까지 처리되지만 일부 증명서는 발급 기관으로 이동해 해당 기관의 인증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 인증서가 없는 사용자의 경우 사전 발급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AI 답변에는 '재생하기' 버튼도 함께 제공된다. 이 버튼을 누르면 여성 목소리로 답변 내용을 읽어준다. 텍스트를 보기 어려운 고령층에게 유용한 기능이지만, 텍스트 음성 변환(Text to Speech, TTS) 특유의 기계음이 남아 있어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도 있을 수 있다. 음성 품질 고도화가 필요해 보인다.

또 AI 국민비서를 통해 발급된 전자증명서는 '내 증명서' 탭에서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으며, 제출·공유·삭제 기능도 제공된다.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89일이다.
많은 이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AI 국민비서 채널로 활용한 점은 진입 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춰 긍정적이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추천 질문 버튼과 음성 입력만으로 공공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설계 역시 디지털 취약계층 포용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공공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질문에는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며 챗GPT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로 안내한다. 공공 민원에 특화된 서비스인 만큼 범용 AI와는 역할을 구분한 설계로 보인다.
카카오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 데이터와 사용자 요구를 바탕으로 음성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 내 다양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다만 TTS 음성 품질 개선, 카카오 인증서 미등록 사용자의 온보딩 경험 간소화, 네이버 채널 연동 시점 등은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