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한 보이스레코더, 소니 ICD-TX50

김영우 pengo@itdonga.com

손 안의 PC로 통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이후, 시장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기기들이 제법 많다. 특히 MP3 플레이어, PMP, 그리고 보이스레코더(녹음기)와 같은 특정용도에 특화된 전용 기기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스마트폰에 앱(응용프로그램)만 추가하면 간단히 위와 같은 기기들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용 기기들을 찾는 사람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는 같은 짜장면을 먹더라도 분식집에서 파는 것 보다는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더 맛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본적인 역할은 비슷하더라도 디자인이나 세부적인 기능, 편의성 면에서 전용 기기들이 가지는 우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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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휴대용 보이스레코더인 ICD-TX50는 최근 나름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는 전문기기들의 현황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특히 디자인과 휴대성, 그리고 부가기능 면에서 소니 다운 접근 방법이 여럿 엿보인다. 시크(chic)한 분위기의 비즈니스맨이 쓰면 잘 어울릴 듯한 이 제품을 살펴보자.

무엇에 쓰는 물건이길래 이렇게 예뻐?

기존의 보이스레코더는 업무용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디자인 역시 투박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ICD-TX50는 사뭇 다르다. 고광택 블랙 컬러로 처리한 표면이 제법 고급스럽고, 6.4mm의 얇은 두께와 50g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휴대성도 극히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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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뒤쪽에는 깔끔한 디자인의 클립이 달려 있어서 와이셔츠 앞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기에 딱 알맞다. 여기에 ICD-TX50는 클립 가운데에 끼울 수 있는 고무 댐퍼를 함께 제공하는데, 이를 장착하면 제품을 올려놓은 바닥 표면의 진동을 줄여 불필요한 잡음이 녹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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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형 제품을 설계하다 보면 조작버튼의 배치에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더욱이 ICD-TX50 같이 디자인을 강조하는 제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제품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녹음 및 정치 버튼만을 전면에, 나머지 버튼들은 측면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기능과 디자인 사이의 타협을 봤다. 측면 버튼들은 크기가 작은 편이라 조작감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버튼 사이의 거리가 충분해서 버튼을 잘못 누를 여지가 적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작지만 감도 우수한 스테레오 마이크

소리를 받아들이는 마이크는 제품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소형 제품이지만 2채널의 스테레오 녹음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감도도 우수한 편이다. 녹음된 음성은 하단의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스피커는 소형이지만 음질이나 음량이 생각 이상으로 우수한 편이다. 다만, 1채널의 모노 방식 스피커 이므로 스테레오 음성을 듣고자 한다면 하단 측면의 음성 출력 포트에 외부 스피커나 동봉된 이어폰을 꽂아 이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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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기능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면 녹음환경 설정 메뉴다.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셔츠 주머니’, ‘미팅’, ‘음성 메모’, ‘인터뷰’ 등의 모드를 고르면 음량과 감도, 잡음 제거 정도 등이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설정된다. 예를 들어 ‘음성 메모’ 환경을 설정하면 입 가까이 마이크를 대고 녹음을 할 때를 대비, 숨소리와 같은 지속적인 잡음을 제거하면서 녹음이 된다.

최대 178시간 녹음 가능한 기본 메모리

음성 데이터를 저장하는 내부 메모리는 4GB다. ICD-TX50으로 녹음할 수 있는 최저 음질인 48kbps MP3(모노) 규격으로 녹음할 경우 최대 178시간, 최대 음질인 44.1kHz 16bit LPCM 규격으로 녹음할 때는 6시간의 음성을 녹음할 수 있다. 각각의 음질 모드로 녹음된 음성을 들어보니 최저음질로 녹음해도 간단한 녹취록 작성 용도로 쓸 때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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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저 음질로 녹음하면 소리 자체가 약간 둔탁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음악이나 어학 강의를 듣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용량 대비 음질이 좋은 128kbps MP3 규격 정도의 음질로 녹음을 주로 할 것 같다. 이 상태에서도 최대 67시간 5분을 녹음할 수 있다. 그리고 4GB의 내장메모리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측면의 확장 슬롯에 별매의 마이크로SD카드(최대 32GB)를 꽂아 용량을 확장하도록 하자.

재생 속도 조절 가능하지만 다소 불편한 점도

재생 중에 고속 감기 버튼(앞, 혹은 뒤)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환경 설정 메뉴에서 설정한 간격(기본은 5초)씩 생략하며 빠른 속도로 음성 재생이 된다. 만약 끊김 없는 음성을 들으며 재생 속도만 조정하고자 한다면 별도로 마련된 DPC (Digital Pitch Control) 기능을 사용하자. 이를 이용해 정상 속도의 0.5배에서 2배까지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DPC 적용 중에는 재생 속도만 변하면서 끊김 없고 자연스러운 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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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DPC 기능을 On/Off 하거나 DCP로 재생 속도를 조절할 때마다 버튼을 여러 번 눌러 기능 설정 메뉴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소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단축 버튼이라도 마련해 두었으면 훨씬 활용도가 높았을 것 같다.

사용 간편한 음성 편집 프로그램 기본 제공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액세서리는 충전을 하거나 PC와 데이터 교환을 할 때 쓰는 USB케이블, 그리고 휴대용 파우치 및 스테레오 이어폰과 사운드 오르가나이저(Sound Organizer)가 담긴 CD-R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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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사운드 오르가나이저는 음성 파일을 편집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PC용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조작으로 특정 구간이나 파일의 분할이나 결합 등을 할 수 있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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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고 먹기도 좋은 떡?

소니의 ICD-TX50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휴대성이다. 특히 디자인은 여타의 보이스레코더에 비해 단연 군계일학이다. 그렇다 하여 기본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녹음 감도나 재생 품질과 같은 보이스레코더의 본연에도 충실하다. 디자인과 AV성능에 많은 힘을 기울이는 소니 다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15만원을 약간 넘는 가격(2012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도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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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은 본체 크기 때문에 측면 버튼의 조작감이 그다지 좋지 못한 점, 다양한 부가 기능 중 일부는 활용하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 등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아본 것 만으로도 충분만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ICD- TX50의 무시 못할 강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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