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IA 시드팁스] 디써클, AI 기반 R&D 플랫폼 ‘알앤디써클’로 전 세계 기업과 연구간 가교 꿈꾼다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의 주관 기관이다. 시드팁스는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 TIPS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 7곳(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앤틀러코리아, 소풍벤처스, 엔슬파트너스, 탭엔젤파트너스, 와이앤아처)이 스타트업의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기술 연구개발은 국가와 기업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들이 개발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경쟁력 확보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 경쟁만 봐도 시대를 이끌 기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외에도 소재 융합, 제조 공법 등 여러 분야에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것도 연구개발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모든 기술 개발을 독자 수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기업은 여러 연구실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원하는 기술을 찾고 개발하지만, 반대로 소규모인 중견ㆍ중소ㆍ스타트업은 원하는 기술 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연구개발(R&D) 협업 파트너를 찾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디써클은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싶은 연구실과 기술을 찾는 기업 사이의 가교 역할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단순히 연구실과 기업을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개발된 기술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최적의 파트너에게 전달되도록 돕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 과정을 듣기 위해 디써클을 이끌고 있는 장재우, 이윤구 공동대표를 만났다.
기업과 연구실의 가교 역할하는 ‘알앤디써클’
IT동아 : 디써클이 어떤 스타트업인지 설명 부탁한다.
장재우 대표 : 디써클은 어렵고 복잡한 연구논문을 외부에 알리고 이를 기업과 연구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 알앤디써클(RnDcircle)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알앤디써클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연구논문을 개별 맞춤형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하고, 최적의 연구개발 파트너를 빠르게 찾아준다.
사실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대학 이공계 교수들은 강의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요 일과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자금 유치와 프로젝트 수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는 산학협력 생태계가 아직도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해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알앤디써클을 통해 영업과 네트워크에 쓰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교수는 연구에 몰두하고 기업은 원하는 연구개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IT동아 : 논문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독자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 궁금하다.
장재우 대표 : 하나의 연구 논문에서 다루는 기술이더라도 개별 기업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실 입장에서는 모든 개별 기업 담당자들에게 맞춤 형태로 설명해 줄 자원이 없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은 논문의 핵심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개별 기업 맞춤형 콘텐츠(아티클)로 가공해 전달한다. 하나의 연구 논문이라도 100개 기업에 100개 다른 콘텐츠로 제공되는 것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치 있고 차별화된 데이터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제된 논문에 담겨있지 않지만, 기업들에겐 매우 주요한 정보들, 개별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프로젝트 관련 정보들을 받아 콘텐츠 제작과 파트너 매칭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학계의 언어로 쓰인 논문을 개별 기업에 맞춘 관련도 높은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1차 생성된 자료를 해당 논문을 작성한 교수에게 보내고 검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개선된 결과물을 다시 학습시켜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구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별 연구실과 교수들에게 특화된 결과물을 확보하게 된다.
지금은 기업 담당자가 어려운 학계 용어로 가득한 논문 수십편을 읽어가며 연구개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알앤디써클을 활용하면 개별 기업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콘텐츠와 협업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IT동아 : 사람과 사람이 아닌 연구실과 기업을 연결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이 서비스가 갖는 차별화 요소는 무엇일까?
장재우 대표 : 연구실이 운영되는 구조부터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 200여 명 이상 교수에게 자문을 받았다. 무작정 찾아간 경우도 많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구실을 이끄는 교수의 역할은 마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와 같았다. 단순히 강의하고 연구만 하면 되는 게 절대 아니었다. 연구실 자금 유치와 프로젝트 수주의 상당 부분이 교수 개개인의 영업력과 네트워크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됐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드는데 최적의 파트너와 만날 가능성도 낮다. 그래서 일부 교수는 많은 비용을 들여 네트워킹 이벤트, 홍보 자료 등을 만든다. 홈페이지 등을 운영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우리가 파악한 것은 연구실과 기업을 연결해 주는 통합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플랫폼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연구 결과는 논문이라는 산출물로 세상에 공개된다. 그러나 지극히 학계의 언어로 쓰인 글이고 기업 담당자가 이 논문을 모두 파악하며 기업이 원하는 기술인지 파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각종 연구 자료를 개별 기업의 이해도와 관심도에 따라 만들어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 방향을 정했다.
알앤디써클은 연구실과 기업 모두 비용, 자원,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구실은 능동적으로 연구 성과를 외부에 알리고 그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줄 최적의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은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연구실을 찾는 시간이 절약된다. 이것이 우리 서비스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앤틀러 프로그램으로 맺은 인연, 기술 혁신 쫓아 여기까지
IT동아 : 두 사람이 어떻게 뭉쳐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윤구 대표 : 나와 장재우 대표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정하기 전에 앤틀러라는 스타트업 제너레이팅 프로그램에서 자연스레 만나 합을 맞추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앤틀러는 글로벌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이다. 창업에 진심이고 역량 있는 예비 창업자를 모아 그 안에서 팀빌딩, 아이템 개발, 투자 유치까지 지원해 준다.
앤틀러 프로그램에는 80여 명의 예비 창업자가 모여 있어 다양한 이들과 협업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장재우 대표와 만나 합을 맞췄을 때 인간적인 부분부터 업무적인 것까지 너무 잘 맞았다. 사실상 팀 결성 이후에 창업 아이템 선정을 했기에 둘이 가장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민 끝에 우리가 창업을 통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꿀 영역에서 열정을 쏟고 싶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연구개발 분야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기획했다.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과학 기술에 투자와 후원을 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러다 고객의 필요와 욕구가 더 큰 시장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다른 사업 모델로 전환을 거듭했고 지금의 기업-연구실 매칭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
IT동아 : 그렇다면 산학협력 매칭 서비스를 생각하게 된 동기가 있을까?
이윤구 대표 : 우선 고객의 요구가 있는 곳을 분석했다. 대학 연구실 교수들은 원하는 기업 파트너를 찾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보유한 역량이었다. 나는 전략 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을 배웠고, 어렸을 때부터 항상 연구개발 분야의 문제를 푸는 것에 큰 관심이 있었다. 장재우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근무하고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했다. 어려운 기술을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해왔는데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지금이 사업을 진행하기에 적기라 판단한 것 같다.
국내 연구개발 분야 문제 해결하고 전 세계로 나아갈 것
IT동아 :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연구실과 기업을 연결하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업 과정에서 어려웠거나 기억에 남은 일은 있을까?
이윤구 대표 :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오랜 시간 변화가 많지 않았던 학계에 발 들인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수용성 높은 교수를 중심으로 알앤디써클 서비스가 산학협력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라 굳게 믿었다. 주변의 지원도 많았기에 지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생태계가 인적 네트워크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부족한 5년 차 이하 신진 교수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구개발 분야에 이바지하겠다는 야망과 꿈을 가지고 각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현실적 제약이 많은 부분에 힘들어했다. 대학교의 경우, 학생 수 감소로 연구 중심 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산학협력 매칭을 활성화해주는 알앤디써클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인다.
IT동아 : 그렇다면 서비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드팁스는 어떻게 알게 됐고,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장재우 대표 : 디써클은 앤틀러를 통해 추천을 받고 선발 절차를 거쳐 시드팁스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됐다. 시드팁스를 통해 초기 운영자금을 지원받았고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 외부 코칭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시드팁스 측에서 외부 조언을 받도록 도와줬다. 진행 중인 비즈니스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여러 스타트업 대표와 구성원 간 네트워킹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어줘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팁스 프로그램 지원 가산점도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 디써클의 향후 목표 혹은 계획을 듣고 싶다.
장재우 대표 : 연구개발 분야 생태계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그 시작은 산학협력 매칭 서비스지만, 기업과 기업을 잇는 서비스, 크로스보더 연구개발 매칭 시장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해외 대학 연구실과 협업을 희망하는 기관이 다수 존재하기에 이들의 요구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한다.
이후에는 연구개발 매칭을 넘어 기술개발 협력 지원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연구 산출물 관리, 기술 보안 지원, 예산 관리, 인재 확보 등 디써클이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서 사업을 해야겠다 결심한 이후, 가장 먼저 구상했던 연구개발 지원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도 차후에 반드시 만들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