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굴린 거대한 공, 앞으로 AI 하드웨어 시장은?

강형석 redbk@itdonga.com

엔비디아가 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시장은 환호했다.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가 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시장은 환호했다. / 출처=엔비디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22일 오전 6시 이후 전 세계 투자자와 반도체 시장이 주목한 곳은 엔비디아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4분기 매출 221억 달러, 원달러 기준 약 29조 3,8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전 분기 대비 22%,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265% 상승한 수치였다. 전날 하락 마감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6% 이상(22일 기준 주당 785.38달러) 치솟았다.

중국 수출 규제로 해당 국가 판매 비중은 한 자리 수로 급감했지만, 그 수요를 다른 나라에서 충당하며 위험요소를 만회했다. 특히 데이터 센터 매출 중 인공지능 추론 연산에 대한 비중이 4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곧 인공지능 시장의 수요가 굳건함을 입증하는 수치였다.

다음 분기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1분기 가이던스(종합 전망치)는 예상치를 상회했는데, 매출이 235~245억 달러로 기대치 대비 8% 높고, 중간값 기준은 이전 분기 대비 9% 이상 높은 수치다. 중국발 수출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와 PC 시장이 비수기라는 부분을 반영하더라도 높은 모습이다. 여기에 커스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경우, 엔비디아의 입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 출처=핀비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 출처=핀비즈

엔비디아의 강세는 곧 반도체 부문 강세로 이어진다. 인공지능 연산이 그래픽 프로세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상승세로 인해 미국 증권가의 기술주 대부분이 동반 상승했다.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표적인 노광장비 공급사 ASML(22일 기준 +4.8%)이 반등한 게 이를 잘 말해준다.

램 리서치(22일 기준 +4.7%),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22일 기준 +4.94%), 브로드컴(22일 기준 +6.31%)도 마찬가지다. 그래픽 전용(GDDR) 메모리를 공급하는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론 역시 5.42 상승했다. 반면 경쟁사는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인텔은 이날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AMD는 10% 이상 크게 뛰어오른 것이 그 예다. 그래픽 프로세서로 오랜 시간 경쟁한 경쟁사의 가치를 시장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출처=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
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출처=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

인공지능 연산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2024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3년 대비 13.1% 가량 증가한 5,88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 연산량(기계학습)을 늘리려면 지속적인 장비 투입이 필요하기에 관련 시장의 상승을 기대한 수치인 셈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우리나라도 큰 틀에서 보면 미국 기술주, 즉 빅테크 부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기업을 꼽자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또한 GDDR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GDDR 메모리 및 고대역메모리(HBM)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선두이고 기술 선도 기업이라는 엔비디아도 고민은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기업은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 이미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A100, H100 등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은 커졌고 원하는 시기에 장비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일부 기업은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AMD다. AMD는 지난해 인스팅트(Instinct) MI300을 앞세워 엔비디아와 경쟁 중이다. 엔비디아 중심으로 구축된 전용 언어 지원은 어렵지만, ROCm 라이브러리 지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ROCm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위한 최적화 모음을 제공하는데 점차 사용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AMD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등에서 자사 솔루션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월 2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엔비디아 장비의 대안으로 가속기를 직접 개발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이 때문에 당시 엔비디아 주가는 처음으로 70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었다. 최대 수요를 만들었던 기업들이 등을 돌렸을 때 발생할 위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급에 대한 엔비디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퓨리오사AI의 1세대 칩, 워보이(WARBOY) 서버 이미지. 출처=퓨리오사AI
퓨리오사AI의 1세대 칩, 워보이(WARBOY) 서버 이미지. 출처=퓨리오사AI

다양한 제품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퓨리오사(Furiosa)AI의 워보이(WARBOY) 인공지능 가속기(NPU)를 중심으로 몇몇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았고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소모가 큰 그래픽 프로세서를 대체하기 위해 고려된 ARM 아키텍처 기반 가속기도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빠르게 성장할 인공지능 시장을 향한 치열한 경쟁은 지금 막 시작됐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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