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형 차량까지? 현대∙기아 내비 업데이트 ‘무더기’ 중단 예고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차량에는 다양한 AVN(Audio Video Navigation) 시스템이 탑재되며, 그 중에서도 내비게이션은 핵심이다. 2010년대 즈음 까지만 해도 별도로 설치하는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차량과 일체화된 순정 내비게이션이 더 일반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22년 말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산차 운전자의 68%가 순정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쏘나타(LF) / 출처=현대자동차
현대 쏘나타(LF) / 출처=현대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은 실내 디자인과의 일체감이 좋고 차량 기능과의 연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거치형 내비게이션과 달리, 사실상 차량의 일부이기 때문에 기능에 불만이 있어도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고 차량의 수명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최신 데이터(지도, 거점 등)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골치덩이가 될 수도 있다.

완성차 제조사에서 꾸준히 순정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차량 자체의 수명과 가치를 더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국내 완성차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의 순정 내비게이션은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대부분 업데이트가 지원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초, 현대∙기아에서는 상당수 구형 차종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제공하고 이후에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내비게이션 세대 기준으로 1세대(NF 쏘나타, 아반떼 HD, 로체 등)과 2세대(HG 그랜저, YF 쏘나타, 쏘렌토 R 등), 그리고 3세대(LF 쏘나타, 아반떼 MD, 더 뉴 K5 등)의 상당수가 올해 말 까지만 업데이트가 지원된다.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종료되는 차량들 / 출처=현대자동차, 기아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종료되는 차량들 / 출처=현대자동차, 기아

이번 발표와 관련해 현대∙기아에서는 ‘성능이 제한된 하드웨어에 최신 기능과 늘어나는 지도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자, 지도 경량화와 일부 기능 제한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구형 단말기(단종 후 최소 8년 이상 된 단말기)는 앞으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어렵게 되었다’라며 이번 업데이트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밝혔다.

제조사에서 밝힌 위와 같은 이유는 과연 타당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프로세서나 메모리, 화면 등은 분명 데이터 처리 능력이나 표시 능력이 한정되어 있으며, 구형 단말기일수록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 이용자가 원하는 지도 및 각종 부가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의 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세월이 지날수록 차종 및 단말기의 종류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모두 지원하기 위한 업데이트 데이터를 계속 개발하려면 이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도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순정 내비게이션이 아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역시 현대∙기아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만, 출시 지 10년이 훌쩍 넘은 NF 쏘나타나 아반떼 HD 등의 차종은 최근 운용되는 차량 수가 크게 줄어들었기에 그나마 이해가 가는 수준이지만, 2016년형 LF 쏘나타와 같이 아직도 상당히 많은 수가 ‘현역’으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된다는 소식에는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참고로 경쟁사인 한국GM 역시, 2016년형 올 뉴 말리부, 2017년형 임팔라 등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를 2022년 4월에 중단했으며, 르노코리아 역시 스마트커넥트(Smart CONNECT)의 업데이트를 작년 12월 31일에 중단했다. QM3, QM5를 비롯한 상당수의 차량이 이에 포함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무료가 아닌 유료 방식으로라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계속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유료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업데이트에 10만 원 이상의 요금을 받기도 한다. 실속을 중시하는 국산차 이용자들이 이 정도로 비싼 요금을 감수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차량의 활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된 차량은 일정 부분 가치가 하락하므로 특히 중고차 구매 시에 해당 차종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차에 탑재된 순정 내비게이션이 평생 업데이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순정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하지 않아 비용을 아끼고, 대신 기능이 크게 향상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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