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부터 구독까지…전기차 활용 범위 확대의 배경 ‘버츄얼 트윈·클라우드’
[IT동아 김동진 기자] 내연기관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면서 전기차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를 두고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오래 전 출시된 올드카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그 속은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채운 개조 전기차를 원하는 경우 또는 값비싼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다.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버츄얼 트윈과 클라우드가 기반 기술로 쓰이면서 전기차의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버츄얼 트윈’ 기술로 1971년식 포르쉐 전기차로 탈바꿈
버츄얼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 오스트리아 자동차 및 배터리 스타트업인 ‘크라이젤 일렉트릭(Kreisel Electric)’은 버츄얼 트윈 기술을 활용해 1971년형 EVEX 포르쉐910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데 성공, 큰 주목을 받았다.
1971년식인 EVEX 포르쉐910를 전동식 슈퍼카로 개조하기 위해선 차량에 맞춤화한 배터리 팩과 냉각 시스템, 기어 박스 및 동력 전달 장치 설계와 제작이 필수다. 이를 위해 크라이젤 일렉트릭은 가상 공간에 1971년형 EVEX 포르쉐910 쌍둥이를 구현했다. 이후 차량의 디자인부터 구조까지 복잡한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성원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제작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성공적으로 올드카를 최신 전기슈퍼카로 개조할 수 있었다.
르네 덤파르트(René Dumfart) 크라이젤 일렉트릭 기계 디자이너는 “현실 속 사물을 본떠 가상 공간에 쌍둥이를 만들면 하나의 공간에서 명확하게 구조화된 사물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크게 증진된다”며 “작업자들이 공간 제약 없이 플랫폼에 접속해 언제든 협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사물에 데미지를 주지 않고도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해 유용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활용한 효율적 협업…전기 삼륜차 개발의 원동력
클라우드 기술로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빠르게 삼륜 전기화물차를 개발, 전기자동차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도 있다. 2020년 5월 설립된 삼륜 전기화물차 설계 및 제조 기업 ‘이퀄(EQUAL)’은 환경미화원을 위한 청소차를 시작으로 도심 속 화물 운송에 특화한 초소형 전기화물차 개발에 나선 기업이다. 삼륜 전기화물차를 제작해 물류 시장의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목표 또한 수립했다.
이퀄은 삼륜 전기화물차 개발을 위해 저상화와 경량화, 안정화라는 기술적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만 했다. 동시에 제품 디자이너에게 이 같은 기술적 요구 사항을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디자이너가 삼륜 전기화물차 설계 전문지식과 요구사항을 이해해야 실현 가능한 디자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협업이 필요한 외부 파트너와도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기술도 필요했다.
이에 이퀄은 클라우드 기반 기술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플랫폼으로 자동차 모터와 컨트롤러, 제동부와 섀시를 포함한 전기화물차 설계와 제작에 필요한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동시에 3D 설계 협업환경으로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었다.
예컨대 자동차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하네스 설계 시 써드파티 업체의 장비와 커넥터 수치 등의 핵심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고 설계에 통합시켰으며, 설계 모델과 데이터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하며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전기화물차 1차, 2차 프로토타입 설계를 단 3개월과 5개월 만에 완료했으며, 지난해 3차 프로토타입에 대한 성능 테스트와 검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노영조 이퀄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공동 작업 환경에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영역을 디지털 스레드로 연결해 시간이 많이 드는 수작업을 최소화하고 협업 설계 과정을 가속할 수 있었다. 외부 전장설계 파트너사를 포함해 제품 개발에 연관된 모든 이들이 코로나19로 대면 업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협업하며 대응할 수 있었다”며 “향후 모듈형 카고 하드웨어를 개발해서 전기차 플랫폼에 탑재할 계획이다. 다양한 물류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갖춘 삼륜 전동 다목적 설계차량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값비싼 전기차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구독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카누(Canoo)는 자동차 업계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목표를 수립, 목적 기반 자동차(Purpose Built Vehicle) 시장 선점에 나섰다. PBV는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조한 전기동력 또는 자율주행 기반의 다목적용 이동 수단이다. 카누는 밴 형태의 PBV 차량을 개발해 개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렌터카나 차량공유 업체, 공공기관, 법인 등을 대상으로 납품하고자 한다.
PBV는 시트 배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높이나 길이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값비싼 전기차 구매 대신 구독형 이동수단을 원하는 이들에 맞춤화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카누는 효율적인 PBV를 개발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협업 플랫폼을 활용했다. 덕분에 전 세계 150명 이상의 작업자가 공동으로 데이터베이스와 프로젝트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서버와 네트워킹 인프라 유지 비용을 절약해 제품 개발 여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스테판 크라우제(Stefan Krause) 카누 공동창업자는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협업 플랫폼 덕분에 전 세계 어디서든 테이블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실행하기만 하면, 작업자 간 협업이 가능하다”며 “IT 인프라와 백엔드 시스템 전용 리소스도 줄어 제품 개발과 엔지니어 간 상호 작용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내부 사용자가 차량 설계를 모델링하고 변경하면, 계약업체가 변경 사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차량 오너들은 차를 등록하고 유지 관리하며, 중고차로 되파는 일련의 귀찮은 일들을 원치 않는다"며 "사람들은 월 사용료를 내고 필요한 만큼만 이동수단을 사용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카누의 PBV로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버츄얼 트윈과 클라우드 기반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다쏘시스템코리아 조현수 인더스트리 컨설턴트(기술 영업본부) 총괄 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버츄얼 트윈과 클라우드 기반 협업이 가능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개조뿐만 아니라 목적 기반 자동차 개발, 자동차 소음 저감 실험 등을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전동화 전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갈수록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플랫폼 기술의 적용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