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보다 똑똑하다는 AI 검색 '빙' 써보니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인공지능(AI)이 기존의 검색 경험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가능성은 보이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지점이 더 많은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8일 공개한 검색 엔진 빙의 새로운 버전을 미리 체험해보며 한 생각이다.

새로운 빙은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의 새로운 언어 모델인 ‘프로메테우스’를 탑재하고 있다. 챗GPT에 사용된 GPT-3.5보다 더 빠르고 정확해졌다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이다. 2021년까지의 정보만 학습한 챗GPT와 달리, 1시간 전 최신 정보까지 학습해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빙'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빙'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프로메테우스가 적용된 빙은 기존 검색 엔진처럼 검색 창에 질문을 입력하거나, 별도로 마련된 채팅 화면에서 AI와 바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검색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일반 검색 엔진처럼 검색 결과가 표시되는 동시에 우측에 AI의 답변이 표시된다. 이때 답변 아래 ‘채팅하기’를 누르거나 스크롤을 위로 올리면 채팅 화면으로 전환된다.

질문 내용을 검색 창에 입력하면 일반적인 검색 결과와 AI의 답변이 함께 표시된다. 출처=빙 캡처
질문 내용을 검색 창에 입력하면 일반적인 검색 결과와 AI의 답변이 함께 표시된다. 출처=빙 캡처

기본적인 이용 경험은 챗GPT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정보를 물어볼 수도 있고, 무언가 작성하길 요청할 수도 있다. 끝말잇기와 같은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검색 서비스인 만큼, 챗GPT보다 ‘검색 도우미’ 역할에 좀 더 충실한 모습이다.

일례로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냐’고 묻자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일어났다는 사실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제시하며 해당 답변에 참고한 한국어 위키백과 등의 출처를 함께 표시했다. 이용자가 추가로 궁금해할만한 예상 질문도 미리 제시한다. 최신 정보가 반영되는 만큼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면 관련 언론 보도 등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챗GPT와 달리 최신 정보가 반영되기 때문에, 최신 이슈 관련 질문에도 곧잘 대답한다. 출처=빙 캡처
챗GPT와 달리 최신 정보가 반영되기 때문에, 최신 이슈 관련 질문에도 곧잘 대답한다. 출처=빙 캡처

기본적으로 검색 결과를 요약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셈인데, 그러다 보니 검색 결과의 양이나 질에 따라서 답변의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기 힘든 정보에 대해 물어볼 경우, 부정확하거나 부실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어 질문보다 영어 질문에 더 충실한 답변을 내놓는 것도 애초에 인터넷에 영어로 된 정보가 훨씬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최신 정보를 반영한다고는 하나, 출처 자체가 낡은 경우를 완벽히 걸러내지 못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메시와 마라도나 중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일까?’를 주제로 질문을 이어가자 ‘메시는 대표팀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시했는데, 이는 메시가 아직 대표팀 우승 경험이 없었던 2020년에 작성된 한 언론 기사를 참고했기 때문에 저지른 오류였다.

과거 언론 기사를 참고한 탓에 지금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출처=빙 캡처
과거 언론 기사를 참고한 탓에 지금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출처=빙 캡처

따라서 아직은 AI 답변을 곧이 곧대로 믿기보다는 교차 검증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문장마다 근거가 된 자료의 출처를 함께 제시하는 덕분에 기존 챗봇보다 이 과정이 수월하다. 답변 내용이 의심스러울 경우 출처를 확인해 믿을만한 곳인지 판단하거나, 직접 원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실수에 주가 박살 나랴…극도로 신중한 AI

빙 AI는 챗GPT와 마찬가지로 의견이 갈릴만한 주제나 논란이 일어날 만한 주제에는 답변을 피하는 신중함도 지니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 중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가?’라는 질문에는 정답이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시하는 식이다. 민감한 정치적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답변을 피한다.

차별 발언이나 혐오 발언, 공격적 발언, 부정적 제안 등을 회피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빙이 긍정적 답변만 하도록 설정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특성을 이용해 이 규칙을 깨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이용자들이 빙이 ‘살인 바이러스를 만들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하도록 이끌어낸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이용자가 민감한 질문을 지속하거나, 이용자가 AI를 부정적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여겨질 경우 대화를 강제로 종료하는 제한을 두기도 했다. 실제로 AI에게 ‘빌 게이츠가 사람들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한다’는 유명 음모론에 기반한 질문을 던지자, AI는 처음에는 해당 내용이 음모론이라는 사실을 짚어줬지만 추가 질문에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지속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음모론과 관련된 질문을 이어가자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출처=빙 캡처
음모론과 관련된 질문을 이어가자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출처=빙 캡처

어찌 보면 실수를 막기 위해 AI가 말을 아끼게 만든 셈이다. AI 검색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심과 경쟁이 뜨거워진 한편, AI의 실수나 부정적 면모 또한 강조되는 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빙 챗봇에 대항하듯 AI 바드를 공개한 구글은 시연에서 오답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주가가 7% 이상 떨어졌는데, 빙 AI 또한 공개 행사에서 잘못된 답변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측 관계자는 “아직 프리뷰 버전인 만큼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계속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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