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펫나우 [1] 반려동물 등록제 혁신, 세계 시장·문화 선도한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반려동물 시장은 양과 질 모두 꾸준히 성장한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는 조사 결과 2020년 세계 반려동물 개체 수가 18억 7,000만 마리를 넘었다고 밝히며, 2026년에는 개체 수가 19억 7,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2021년 세계 반려동물 케어 시장 규모를 1,421억 달러, 181조 8,169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어 이 시장이 2026년에는 2,177억 달러, 278조 5,471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 병원과 보험 등 연관된 산업도 성장 중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반려동물의 유기 혹은 실종 문제’ 해결에는 진전이 없다. 반려동물은 엄연한 생명체다. 버려지거나 집을 잃지 않아야 하고, 반려인에게 소중히 아끼고 보살펴져야 하지만, 이를 위한 기술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부는 반려동물의 유기 혹은 실종 문제를 완화할 방안으로 ‘반려동물 등록제’를 마련했다.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고 할 때, 정부 기관에 반려동물의 정보를 기록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과 반려동물이 집을 잃고 유기동물이 되는 것을 막을 제도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반려동물 등록 방법을 두 가지로 제한한다. 반려동물의 몸 속에 마이크로칩을 넣거나, 몸 밖에 인식표를 매다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반려동물을 불편하게 한다. 인식표는 분실 위험이 커 불편하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려 MRI를 찍을 때마다 마이크로칩을 몸 밖으로 꺼내야 하는 점은 더욱 불편하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 스타트업이 공개한 기술이 세계의 반려인, 반려동물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몸 속에 칩을 넣지 않아도, 인식표 없이도 반려동물의 신원을 98% 이상의 정확도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구현하는데 비용도 들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할 정도로 간편하다. 임준호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펫나우’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이다.
인공지능 활용해 신속·정확한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 개발
펫나우는 강아지의 코 주름(이하 비문)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사진 촬영 기술을 개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마다 지문의 모양이 모두 다르듯, 강아지의 비문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강아지의 비문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면, 그 강아지가 버려지거나 길을 잃었을 때 비문을 확인하면 반려인을 찾을 수 있다.
이전에도 강아지나 소의 비문이 사람의 지문 역할을 하는 점은 알려져 있었다. 비문의 사진을 찍어 동물의 신원 인증에 쓰려던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사진의 해상도가 비문을 구분할 만큼 선명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동물이 계속 움직이는 탓에 사진이 흔들리게 찍혀 비문 인식이 불가능해서다.
펫나우는 인공지능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은 먼저 인공지능으로 강아지의 얼굴을 인식한다. 이어 코를 찾고, 카메라가 코를 실시간 추적하며 초점을 조절하도록 돕는다. 사진을 찍으면 딥러닝 기술이 강아지의 비문을 선명하게, 밝게 조절한다. 덕분에 펫나우는 기존에는 70% 선에 머무르던 비문 판별 정확도를 98.97%로 높였다.
펫나우는 이 기술을 세계적 권위의 과학기술 학술지에 논문으로 등록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기기 전시회 CES 2022에서 시연했다. 이어 ▲이 기술이 반려동물 실종을 막는 점 ▲데이터를 토대로 반려동물이 자주 걸리는 질병과 그 때의 나이대를 산출해 건강 관리까지 하는 점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반려동물 보험료 산정을 돕는 점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장점을 증명했다. 그 결과 펫나우는 ‘CES 최고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세계가 펫나우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 주목, 협업 제안 쇄도해
펫나우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의 성능과 효용이 알려지자 세계 곳곳에서 인터뷰, 협업 요청이 쇄도했다. 임준호 대표는 세계 20여 개 나라의 미디어, 반려동물 기업·단체로부터 취재와 협업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지상파인 CBS가 펫나우의 특집 방송을 찍어 상영했을 정도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업과 협업도 차근차근 진행했다. 펫나우는 SKT와 협업해 유기견, 유실견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길을 가다가 유기견, 유실견을 만나면 펫나우 앱으로 비문을 찍고 앱으로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SKT의 서비스가 이 신고를 주변 일정 범위 안에 공지한다.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반려인은 이 공지를 보고 자신의 강아지를 찾는다.
영국 기업과 강아지 경주 대회의 디지털화도 시도한다. 이 곳에서는 그레이하운드(개의 품종 중 하나)경주 대회가 정기마다 열린다. 그런데, 그레이하운드는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순위를 가릴 때 구분하기 어렵다. 이에 지금까지 그레이하운드의 귀에 문신을 새기거나 몸 속에 마이크로칩을 넣어 구분했는데 이것이 괴롭힘 논란을 빚었다.
펫나우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능을 활용하면, 그레이하운드를 괴롭히지 않고도 쉽게 구분해 순위를 가릴 수 있다. 영국은 이 기술을 2023년 상반기 특별법으로 제정, 강아지 신원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펫나우는 호주를 포함, 이와 유사한 대회를 여는 다른 나라에도 기술을 공급할 예정이다.
화려한 성과 덕분에 펫나우는 착실히 성장하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 가치도 1년 여만에 여섯 배 늘었고, 임직원과 연구 인력도 세 배 늘었다. 임준호 대표는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 연구소의 역량을 강화하고 홍보·마케팅 전략도 튼튼히 세웠다.
펫나우가 비문 인식 기술로 CES 최고혁신상을 받자, 국내외에서 비슷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임준호 대표는 펫나우와 후발 주자간 기술 완성도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의 분량과 알고리듬 모두 앞선다는 설명과 함께다. 예를 들어, 펫나우의 한 경쟁 기업의 앱은 비문 촬영 시 반드시 화면에 강아지의 코의 위치를 맞춰 사진을 찍어야 한다. 또 다른 기업의 앱은 사진을 찍은 다음 비문 부분만 크게 나오도록 사진을 잘라내야 한다.
반면, 펫나우의 앱은 그냥 강아지의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비문을 인식한다. 초점을 실시간 조절해 사진을 선명하게 하는 것, 비문만 두드러지게 찍히도록 설정을 조절하는 것 모두 인공지능과 알고리듬이 맡아 자동으로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뒷면 카메라가 아닌, 앞면 카메라로도 비문을 밝고 선명하게 찍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려인과 강아지가 셀피 사진을 찍으면서 비문을 검출 가능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임준호 대표는 오히려 이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반려동물 인식 규제를 함께 개선할, 비문 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할 파트너로 여긴다. 경쟁자가 있어야 반려동물 관련 인공지능 기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현실로 구현하며 고도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연구가 펫나우 최대의 도전 과제인 ‘반려동물 등록 규제 완화’를 이끌 힘이 된다고 믿는다.
반려동물 등록 규제 혁신, 해외 시장 공략 등 과제 해결에 도전
지금까지의 반려동물 등록제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이 제도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불합리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그나마 앞서 예로 든 영국은 반려동물 등록 특별법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펫나우가 자리 잡은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이 기술을 도입하면 우리도 사용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임준호 대표는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을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등록제에 적용하도록 각 부처를 찾아다니며 알렸다. CES 최고혁신상 수상 직후 정부 기관 담당자가 규제 개선에 참고하겠노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시행규칙이라 담당 기관과 법제처의 허가만 있으면 일사천리로 적용 가능하다. 이에 펫나우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해외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의 효과와 성과를 적극 알렸다.
하지만, 이후 주무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움직임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그 틈에 해외의 초대형 반려동물 기업들이 펫나우의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을 연구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정부 부처가 혁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는 틈에, 토종 스타트업이 개발한 최고 수준의 기술이 빛을 못 보고 있는, 나아가 다른 나라의 대기업에 시장을 모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셈이다.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계 반려동물 등록 시장의 혁신을 이끌 선두 기업으로서 지위를 지키는 것’이 임준호 대표, 펫나우의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이 도전 과제와 이어지는 것이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다. 미국은 반려동물만 2억 마리가 넘게 사는, 세계에서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미국 반려인이 선호하는,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며 알리기 위해 펫나우는 미국 지사 설립을 검토한다. 여기에 힘을 실을 미국으로의 영업과 홍보 마케팅 전문가들을 섭외하기 원한다.
‘비문 인식 기술의 고도화와 활용 범위 확대’도 펫나우의 주요 도전 과제다. 수의사들과 함께 비문의 전문가 인증 기술을 연구하는 이유다. 펫나우 앱에 강아지 비문 등록과 조회에 이어 ▲반려동물 성장 일기 ▲자주 가는 동물병원과의 연계와 진료 기록 검색 ▲사진 앨범과 커뮤니티 ▲반려동물 견종과 MBTI 테스트 ▲반려동물 용품 커머스 등을 차근차근 넣을 계획도 세웠다.
세계 최초 고양이 인식, 보험 업계 연계로 세계 반려동물 No.1 플랫폼으로
임준호 대표는 여기까지 성장하는데 파트너 기업과 기관들의 도움이 컸다며 항상 감사한다고 말한다. 먼저 포스코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IMP(Idea Market Place)로 펫나우의 설립과 초기 성장을 물심 양면으로 도왔다. 해외 진출과 여기에 필요한 자금, 변호사를 포함한 전문 인력 지원도 맡았다. 포스코와 펫나우 사이에서 협업을 조율하고, 펫나우에게 더 큰 성장 기회를 찾아준 서울창업허브(SBA)의 노력도 크다. AI 양재 허브 역시 펫나우에게 연구와 사업 공간을 제공하며 발전에 힘을 싣는다.
더디고 더딘 정부의 반려동물 등록 규제 완화 촉진, 나날이 세를 키우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은 스타트업인 펫나우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임준호 대표는 지원을 등에 업고 꾸준히 혁신을 이룰 예정이다.
첫 번째는 곧 등장할 세계 최초 ‘고양이 인식 기술’이다. 고양이의 얼굴 윤곽을 파악, 구분하는 이 기술의 정확도는 99% 이상이라고 한다. 이 기술 역시 논문으로 개념을, 앱에 추가해 성능을 각각 증명할 예정이다. 임준호 대표는 세계 반려동물 비중 40%를 차지하는 고양이의 신원을 인증하는 이 기술이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과 대등한 가치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 인식 기술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펫나우는 강아지의 비문을 찍을 때 얻는 코 사진을 토대로 질병 유무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강아지 비문 인식 기술을 동물 보호소에 이어 펫 시터와도 연계한다.
세 번째, 이렇게 모은 반려동물의 질병과 유실, 건강 데이터를 국내외 보험사와 함께 활용해서 새로운 보험 모델을 만든다.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이 보험은 보험사에게는 운용 효율 증대를, 반려동물에게는 보험금을 통한 건강을, 반려인에게는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 근거를 각각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임준호 대표는 “펫나우의 목표는 세계 No.1 반려동물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데이터와 기술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나아가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긍정 효과를 전파하며 이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