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층 더 가다듬은 완성도와 활용도, 애플 아이폰 14 프로
[IT동아 남시현 기자] 애플은 아이폰 5를 기점으로 매년 9월 중순에 새 아이폰 시리즈를 공개한다. 올해 역시 9월 8일에 아이폰 14와 14 플러스, 아이폰 14 프로 및 프로 맥스를 공개했으며, 5.4인치 크기의 소형 스마트폰인 ‘미니’ 라인업은 사라졌다.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는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강한 충격을 감지하고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기능과 위성 통신을 통한 구조 요청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다만 아이폰 14는 전작인 아이폰 13 프로와 동일한 A15 바이오닉을 탑재해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며, 상위 모델인 아이폰 14 프로를 중심으로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 간 아이폰 14 프로를 활용해보며 전반적인 변경점을 짚어봤다.
디자인 철학 유지하되, 편의성 중심으로 개선
지난 2010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4를 소개하며 ‘아름다운 옛날의 라이카 카메라’와 같다고 설명했었다. 라이카는 독일의 카메라 브랜드로, 1954년 출시된 라이카 M3부터 오늘날 M11까지 만듦새와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디자인 철학을 다져오고 있다. 당시 아이폰 4를 라이카에 빗댄 이유는 스테인리스 베젤과 강화유리 화면에 대한 얘기였지만, 오늘날 아이폰 시리즈도 라이카처럼 세대마다 통용되는 디자인 언어를 토대로 완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 14 프로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14 프로는 6.1인치 2556x1179 픽셀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와 6.7인치 2796x1290 픽셀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아이폰 14 프로 맥스로 나뉜다. 색상은 스페이스 블랙과 실버, 골드, 딥 퍼플 네 가지로 나뉘며, 리뷰는 스페이스 블랙 색상의 아이폰 14 프로로 진행됐다. 아이폰 14 프로의 크기는 가로 71.5mm, 세로 147.5mm, 두께 7.85mm로 전작보다 조금 더 길고 두꺼워졌으며, 무게는 3g 늘어난 206g이다. 전작과 비교해 카메라 크기와 배치, 버튼 위치가 조금씩 바뀐 탓에 아이폰 13 프로 케이스는 사용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는 전작과 동일하게 19.5:9 비율의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사용됐고, 1Hz에서 최대 120Hz까지 화면의 주사율을 변경하는 프로모션 기술도 그대로 적용됐다. 프로모션은 화면이 갱신되는 횟수를 변경해 배터리 소모율을 낮추면서도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OLED 특성상 어두운 부분을 완전한 검은색으로 표현하고, 밝기는 전작과 같이 기본 상태에서 최대 1천 니트까지 지원한다. 대신 고명암 대비(HDR) 상태에서의 최대 밝기가 1200니트에서 1600니트까지 상향됐고, 야외에서의 일반 최대 밝기도 2천 니트에 달한다.
다이내믹 아일랜드와 AOD로 활용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성능이 아닌 활용도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 X부터 화면 상단에 페이스 ID용 트루뎁스(TrueDepth)와 전면 카메라를 배치하기 위해 ‘노치’라는 공간을 두었다. 당시에는 노치가 흔한 디자인이었고 다른 브랜드들 역시 노치를 두었지만, 이후 기술이 발전하며 노치 형태는 거의 사라지고 카메라만 남겨두는 홀타입이나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로 숨기는 UDC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13 프로까지도 노치를 고수했는데, 아이폰 14 프로에서 마침내 바뀌었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홀 타입으로 카메라와 센서를 배치하고, 아이콘과 화면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공간을 숨겼다. 음악 감상이나 음성 녹음, 페이스 ID 등 간단한 창과 기능이 활성화되면 다이내믹 아일랜드의 공간에 정보가 제공되는 식이다. 이제 막 등장한 기능이라 애플 기본 서비스를 중심으로 활용되지만, 개발자 도구가 제공되고 있어서 활용도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이하 AOD)도 인상적이다. AOD는 화면의 소자를 개별로 동작하는 OLED의 특성을 활용해 화면의 일부만 켠 상태로 유지하는 기능이다. 화면이 유휴 상태지만 시간이나 음악 재생 버튼 등 핵심 정보를 위한 소자만 들어온다. 그런데 아이폰 14 프로의 AOD는 화면 전체에 색상 정보까지 포함된 화면이 들어온다. 시간 정도만 표시하는 것과 다르게 거의 이미지 전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AOD는 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있지 않거나, 주머니나 가방 등 보관하게 되면 자동으로 화면이 꺼진다.
성능은 처리 속도보다 활용 방식에 초점
아이폰 14 프로는 최초로 4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 새로운 A16 바이오닉 칩이 탑재돼있다. 전작과 비교해 진보된 공정을 활용해 전력 소비는 줄어들면서, 성능은 높아진 게 특징이다. 다만 TSMC N4 공정 자체는 N5 공정을 고도화한 공정이어서 성능 향상폭이 전작의 세대 변화처럼 크지 않다. 아이폰 14 프로의 긱벤치 5 CPU 결과는 단일 코어 기준 1천884점, 다중 코어 기준 5천561점으로, 전작과 비교해 약 20%정도 향상됐다. 하지만 단순 연산처리 속도는 전작이 1만4425점, 아이폰 14 프로가 1만5386점으로 7% 정도밖에 향상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사용자가 동영상 편집이나 게임 등에서 실제 체감할만한 성능 향상의 폭은 크지 않다.
성능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카메라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24mm f/1.78 메인 카메라의 화소가 1200만에서 4800만으로 업그레이드됐고, 2세대 센서시프트 방식의 광학식 흔들림 보정(OIS)이 적용됐다. 초광각은 13mm f/2.2에 1200만 화소, 망원은 77mm f/2.8에 1200만 화소를 지원한다. 아이폰 13 프로에서 처음 선보인 초접사 기능도 그대로 지원한다. 소프트웨어는 이미지 과정 초기에 딥퓨전을 적용해 해상력과 질감, 색감을 개선하는 포토닉 엔진이 새로 적용된다. 딥퓨전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복되는 패턴의 해상력을 끌어올리는 기술로, 아이폰 12 프로 당시 처음 도입됐다. 아이폰 14 프로부터는 여러 기능과 인공지능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미지 품질을 향상한다.
메인 카메라의 화소 수가 늘어나면서 해상도와 해상력 모두 발전했다. 해상도는 1200만 화소에서 4032x3024픽셀이며, 4800만 화소로 촬영되면 8064x6048 픽셀로 촬영된다. 해상도는 카메라 설정에서 Apple ProRAW를 활성화하고 ProRAW 해상도를 48MP로 설정하면 4800만 화소로 촬영된다.
1200만 화소 결과물과 4800만 화소 결과물을 비교해봤다. 1200만 화소 결과물의 경우 기존 아이폰과 동일한 해상도로, 다른 아이폰으로 촬영한다면 해당 결과와 유사한 이미지를 얻는다. 반대로 4800만 화소는 한눈에도 강화된 해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피사체가 상당히 먼 거리임을 감안하면 근접 사진 결과물은 휴대폰 상에서도, 컴퓨터 화면으로도 큰 차이가 날 수준이다. 용량은 1200만 화소가 25MB, 4800만 화소가 75MB인 만큼 저장공간 안배가 필요하다.
48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사진 전반의 품질은 크게 진보했지만, 반대로 저조도 조건에서의 결과는 다르다. 원래 이미지 센서 크기에 비해 화소 수가 너무 높으면 수광부가 받아들이는 광량이 부족해 노이즈가 많아진다. 이 문제는 저조도에서 픽셀 네 개가 하나처럼 동작하는 쿼드픽셀 기능으로 해결했다. 광량이 부족하거나 야간모드에서는 자동으로 1200만 화소 결과물을 찍어 노이즈의 개입을 막는다. 해당 기능은 자동으로 활성화되므로 촬영자가 신경쓸 필요는 없다.
동영상 기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전작과 동일하게 최대 4K 60프레임, 4K 프로레스(ProRes) 30프레임 촬영을 지원하며, 시네마틱 모드의 지원 해상도가 1080p 30프레임에서 4K HDR 30프레임으로 상향됐다. 대신 영상 촬영 시 큰 흔들림을 잡는 액션 모드가 추가됐다. 액션 모드는 4K로 촬영된 결과물을 2.8K 해상도로 잘라내는 식으로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능으로, 해상도는 줄어들어도 손떨림 이상의 큰 흔들림도 잘 잡아낸다. 실제 체감하는 수준에서는 거의 액션캠 수준의 흔들림 보정이 지원되므로 역동적인 촬영에 쓸만해 보인다.
애플 아이폰 12 이전 사용자라면 체감 상당할 듯
애플 아이폰 14 프로는 전작을 조금 더 효율화한 제품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이폰 12 프로나 13 프로를 거치며 형성된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고, 디스플레이 성능 자체는 13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A16 바이오닉의 성능도 A15 바이오닉과 대단히 차이 나진 않는다. 아이폰 13 프로 사용자라면 아이폰 14 프로의 향상점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신 4800만 화소 카메라는 누구든지 체감할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며, 다이내믹 아일랜드나 충돌 감지 기능 등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아이폰 12 프로 이하 기종을 사용하고 있다면 완성도와 활용도 모두 진보했음을 느낄 것이다.
가격은 아이폰 14 프로 128GB가 155만 원대부터 시작해 1TB가 230만 원대며, 아이폰 14 프로 맥스 128GB는 175만 원대부터 시작해 1TB가 250만 원대에 달한다. 전작은 물론 역대 아이폰 전체와 비교해도 크게 오른건데, 이는 환율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시일 당시 환율이 약 1380원 대라서 1424원인 오늘을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1200만 화소로 고정된 메인 카메라나 노치 디자인에 아쉬움을 느껴왔다면 한번쯤 노려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