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창업자 '필 리빈'의 유쾌한 도전, "화상회의, 커뮤니케이션의 슈퍼파워 될 것"
[IT동아 남시현 기자] “으흠(mmhmm)은 이름처럼 농담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이후 모두가 슬프고 우울했다. 그래서 덜 지루한 화상 회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슬라이드와 배경 사진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이것이 사람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에 초능력을 부여하는 기술로 발전했다. 그리고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시점에도 훌륭한 대화 수단이 여전히 유효함이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기업 올 터틀스(All Turtles)를 이끌고, 화상회의 솔루션 으흠(mmhmm)을 설립한 필 리빈(Phil Libin)을 만나 으흠 서비스와 그의 철학을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필 리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벤처 자본가로, 생산성 앱인 ‘에버노트(Evernote)’의 창업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다섯 번째로 창업한 으흠은 창업 1년 만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쿼이아캐피탈 등의 유력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 받았으며, 지난 6월에는 국내 시장에도 공식 진출했다. 직접 으흠을 활용해 필 리빈과 대화를 나눠봤다.
필 리빈으로부터 듣는 올 터틀스, 그리고 으흠에 대한 이야기
IT동아 : 본인께서 이끌고 있는 올 터틀스가 국내에 알려진 기업은 아니라 생소하다. 특히 으흠 서비스 자체가 올 터틀스 서비스 중 하나인 만큼 설명이 필요한데, 올 터틀스가 어떤 그룹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필 리빈 : 우리는 약 5년 전에 올 터틀스를 시작했다. 올 터틀스는 어디서든,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지식 근로자들의 Out of Office(이하 OOO), 사무실 밖의 세상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업무의 질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OOO 루프의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OOO 루프는 직원들이 좋은 집, 좋은 이웃, 그리고 출퇴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은 향상된다. 이런 조건에서 업무 결과는 더욱 좋아지고, 더 많은 성공과 만족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이 루프가 가능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대면 근무와 비대면 근로자 모두가 장점을 누릴 수 있다.
IT동아 : 올 터틀스의 주요 서비스에 대해 각각 소개를 부탁한다.
필 리빈 : 우선 나는 소라 유니온(SORA Union)이라는 기업을 막 시작했다. 소라 유니온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등 위험에 처한 커뮤니티에 속한 전문가가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번역, 품질검증 등 어디서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 노동자들은 가족과 커뮤니티를 부양하고, 기업은 고품질 인력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스폿(Spot)이라는 최초로 분사한 회사도 있다. 스폿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차별에 대한 문제를 처리하는 서비스로, 직장 문제나 괴롭힘, 따돌림 등의 문제가 사내의 큰 문제로 커지기 전에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미국 내 대학에서 다른 대학으로 편입 시 학점을 이전해주는 태슬드(Tasseled), 회사와 이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서프보드(Surfboard),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토대로 운동 감각 기술을 가르치는 소노라(Sonora) 등 다양한 기술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으흠 역시 올 터틀스에서 새롭게 분사했고, 현재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유쾌한 분위기를 위한 시도가 ‘으흠’의 서비스로
IT동아 : 으흠 서비스도 이름만 듣고는 어떤 서비스인지 짐작하기 어려운데, 본인이 생각하는 으흠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필 리빈 : 코로나 19 동안 우리는 우울감을 떨치고 덜 지루하는 줌(Zoom) 통화를 추구했다. 그래서 다양한 슬라이드와 배경 사진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만들었고, 다양하고 엉뚱한 시도들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농담으로 그칠 게 아님을 깨닫고 으흠 서비스로 만들었다. 코로나 19 동안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어 하며, 실제로 필수적인 기술이 됐다. 그리고 세상이 정상화되는 시점에도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으흠은 화상 회의에 사용되는 줌 또는 웹엑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미트 또는 유튜브까지 폭넓은 화상회의 솔루션에 함께 동작하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으흠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상 편집 기능도 있다.
IT동아 : 본인이 생각하기에 으흠 서비스를 활용할만한 업종 혹은 환경으로는 어떤 조건들이 있을지?
필 리빈 : 으흠의 목표는 여러분이 비디오에서 멋지게 보이도록 돕는 거다. 즉 비디오에 능숙해야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혜택을 볼 수 있다. 화상회의는 단순히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녹화하는 것 이상이며, 으흠은 그 모든 흐름에서 피드백과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특히 원격 업무나 화상 회의 등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를 능숙하게 다루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 직원들 또는 학생들을 위한 으흠 서비스를 따로 만들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으흠은 큰 혜택이 될 것으로 본다.
IT동아 : 홈페이지의 Q&A를 보면 광고도 없고, 데이터를 수익화하지도 않는다고 돼있다. 그러면서 ‘으흠은 제품을 충분히 즐길 때만 돈을 벌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모델의 수익화보다는 사용자 생태계를 확장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필 리빈 : 가끔 인터넷에서 하는 말이 있는데, 그 회사 제품이 확실하지 않다면 어쩌면 당신이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회사는 당신을 통해 돈을 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제품은 그 자체로 제품이고,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비용을 지불하는 직접 수익으로만 돈을 번다.
우리는 광고와 같은 간접 수익을 올리지도 않고, 데이터 마이닝도 없다. 사용자 데이터와 관심을 바탕으로 돈을 벌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무료, 프리미엄 및 팀 버전을 가지고 있으며, 무료로도 충분히 유용한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완전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되고, 회사라면 팀 버전을 이용하라. 또 교육 용도로도 가치가 있다고 보고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IT동아 : 으흠의 성장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필 리빈 : 우리는 회사를 시작할 때 매년 첫 해동안 한 단어로 된 한 가지 일을 하자고 했다. 첫해의 목표는 ‘시작’이다. 사람들을 고용하고, 돈을 모으고 제품을 공개했다. 이렇게 2021년 6월 1일 첫 해를 마치고 2년 차의 목표인 ‘제품’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제품이 누군가의 삶에 정말로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라며,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우리의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난달에 드디어 우리의 제품이 시장에 맞는지(Product Market Fit) 확인하는 과정을 끝냈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지 한 달 차로, ‘시장 확대’를 목표로 뒀다. 우리는 제품을 세상에 출시했으며,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웹 버전을 지금 막 공개했고, 더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제품의 확장을 도와줄 다양한 파트너와 회사, 모든 언어와 국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으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발휘해줄 사용자와 파트너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시장 확대’를 성공적으로 거치면, 내년에는 수익을 목표로 회사가 자립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4개년 계획 중 정확히 절반을 통과했고, 이제 막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어떻게 계획이 흘러갈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화상회의 시장, 동기 및 비동기 방식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것
IT동아 : 코로나 19로 화상회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만큼 비대면 시장의 몸집도 커졌다. 하지만 대면 사회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할수록 그만큼 화상회의 시장의 성장세도 꺾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으흠의 확산에도 제약이 생길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화상회의 시장의 향후 전망과 이에 따른 전략이 있다면?
필 리빈 :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업무가 재개되는 것은 기쁘며, 우리는 이것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으흠은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재택근무와 대면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가 지속되고, 또 OOO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대화할지, 아니면 동기화되지 않은 의사소통을 할지 고민하는 데 있다.
이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피라미드 계층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피라미드의 가장 끝에는 실시간 대면이 있다.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위치, 장소에 있다. 이를 위해 당신은 값비싼 시간을 들여가며 이동하고 시간도 조율해야 한다. 이때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경험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다. 직접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한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중간 계층에 라이브 비디오, 실시간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등 비대면 소통이 있다. 직접 만나는 것만큼 효과적이진 않지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조건에서 으흠의 라이브 모드 등을 활용해 의사소통할 수 있고, 지루하지 않게 번갈아가며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구조다보니 라이브 미팅으로는 비효율적인 시간이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미팅은 100% 녹화되어 전달되는 비동기 대화가 필요하다. 복잡한 것을 설명할 때 녹화나 슬라이드를 통해 설명하고, 사람들은 각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시청하거나 배속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으흠은 이사회를 100% 녹화된 콘텐츠로 공유한다. 누가 어떤 영상을 시청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얘기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을 녹화해서 공유한다. 그리고 직접 만날 때는 슬라이드를 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경험을 공유하고, 그 경험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IT동아 : 마지막으로 국내에 있는 으흠의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필 리빈 : 한국에도 으흠의 팬들이 있는 것을 안다. 모든 파트너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고, 이것이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척도라고 본다. 단지 으흠 뿐만 아니라 모든 도구를 활용해 의사소통을 개선하기를 권한다.
또한 OOO 루프를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 지식 근로자의 삶에 있어서 업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말이다. 나는 이것을 직접 겪고 있으므로 사실임을 알게 됐고, 으흠이 한국의 파트너 및 고객과 함께함으로써 이 루트에서 직접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한국에 가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 몇 달 후에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 그곳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 즉 대면으로 시간을 보내며 모든 일에 의미를 두고, 사람들과 친해지며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것이다. 정말 감사하며,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