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사글로벌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AtoZ 맡겨주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해외 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인구 수만큼 기회가 많고 구매력도 높아서다.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신흥 시장, 특히 우리나라와 거리가 가깝고 한류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동남아시아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늘 기회인 것만도, 항상 성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적확한 시장 분석과 과감한 판단, 정밀한 전략과 풍부한 투자가 없다면 매출과 성과도 없다. 이 경우 해외 시장 진출은 오히려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라 할 만하다. 이 양날의 칼을 잘 드는 명검으로 벼리는 것이 킬사글로벌(KilsaGlobal)의 역할이다.
2019년 한국에 법인을 세운 킬사글로벌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 사전 진단을 하고, 진출 이후에는 컨설팅과 영업 파트너 구축 등 실무를 돕는 기업이다. 킬사글로벌의 한국 법인 킬사코리아 권오숭 법인장을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SBA) 사무실에서 만났다.
권오숭 법인장은 매년 중소·중견 기업과 스타트업 100여 곳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매출을 일으키기까지 약 3년이 걸리며, 이 기간에 쓰는 비용이 약 5억 원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5억 원은 아주 큰 돈이다. 이 돈을 투자했음에도 늘 매출이나 성과를 거두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 기업은 해외 진출을 꺼리고 두려워한다.
“역량과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해외 진출을 꺼리는 것이 늘 아쉬웠어요. 이전에도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시장 조사나 진입 전략 컨설팅 등 정보 전달 혹은 행정 지원 위주였어요. 해외 진출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사업 개발을 돕는 곳이 없었는데, 저희는 이것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A라는 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킬사글로벌에 찾아오면 먼저 그 나라 시장에 진출해도 되는지,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나라는 어디인지부터 검증합니다. 검증을 마치면 시장 조사 결과로 진입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사업 개발을 맡습니다. 현지 팀으로서 영업과 마케팅, 파트너 기업 발굴과 네트워크 구축, 투자 유치와 프로젝트 확보 등 실무를 함께 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 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대개 상품 판매를 떠올렸다. 이제는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다. 서비스는 상품처럼 원재료를 사서 만들고 가공하고 수출입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연구 개발과 현지화만 거치면 해외 시장에 공급 가능하다. 하지만, 이 때 필수인 서비스 운영의 현지화는 가장 어려운 일로도 꼽힌다.
“킬사글로벌의 장점이 로컬, 현지화입니다. 지역 사업은 그 지역의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것이 철학이에요. 주로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과 말레이시아로의 기업 진출을 돕습니다.
나라마다 있는 담당 직원이 기업과 한 팀처럼 움직이며 그 나라의 특징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요. 거기에 법률과 규제 등 그 나라에 있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요소도 검증합니다. 핀테크, 금융처럼 민감한데다 나라마다 특징과 규제가 판이한 서비스는 해외 진출이 어렵지요. 킬사글로벌은 여기에도 대응 가능한 경험과 유연성을 가졌습니다.”
킬사글로벌은 해외 시장 가운데 동남아시아를 주목한다. 이 곳의 인구 수는 6억 7,000만 명에 달하기에 시장 규모도 크다. 경제 성장률도 연 평균 5% 남짓으로 높은, 중국과 인도를 이은 유망한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는 기회의 땅입니다. 생산 중심이던 시장이 소비 중심으로 변한데다, 전체 인구의 50%가 30대 이하 젊은 층이라 구매력도 높아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 중이라서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는 기준도 조금씩 높아집니다. 반면, 현지의 기술 수준은 아직 그 기준에 닿지 못해요.
한류 바람 덕분에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일본 서비스를 주로 쓰던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한국을 주목합니다. 이 곳에 먼저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그 동안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쌓았어요. 상표 인지도와 정보통신 기술력도 알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갖고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기 좋습니다.
물론, 까다로운 부분도 있어요. 동남아시아 나라의 경제 수준 편차는 아주 큽니다. 언어, 문화 모두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철저한 현지화는 필수입니다. 나라별 운영 모델을 최적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준비를 아주 많이 해야 합니다.”
권오숭 법인장은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중소·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여러 조언을 건넸다.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의지를 갖고 과감히 결단하는 한편 도움을 받을 현지 파트너를 꼭 만나라는 것이 골자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기본입니다. 현지화를 위한 유연성, 무기가 될 특허를 가지는 것도 좋아요. 물론, 소통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사의 내수 역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하는 기업이 해외에서도 잘 하는 법이에요.
해외 진출 시 만나는 파트너 기업이나 정부도 우리나라 기업의 역량을 보니, 이를 튼튼히 정비해야 합니다. 해외 진출은 일종의 투자에요.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투자금을 확보해야 해외 진출에 성공합니다. 중간에 고비가 찾아와도 대응할 여력을 갖춰야 해요.
경영진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간혹 해외 진출 결정 후, 대표가 실무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보고만 받는 기업이 있는데요, 해외 진출은 업무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봐야 합니다. 즉, 경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업을 펴야 해요.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과감한 투자와 결정을 단행하고, 해외 파트너 기업이나 정부를 직접, 적극 만나야 합니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사활을 걸어야 해요.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기회의 땅이라고 말만 하면서 정작 경영진이 의사결정에서 빠진다면, 성공이 아니라 그저 도전으로만 끝날 거에요.
마지막으로, 해외 시장의 현지 파트너를 꼭 확보하세요. 기업의 역량이 아무리 좋더라도 현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력, 영업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에요. 기업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현지 파트너는 필수입니다.”
권오숭 법인장은 킬사글로벌과 함께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스타트업 파토스를 소개했다. 알고리듬으로 저렴하고 정확하게 고정밀 지도를 만드는 매핑 기술을 가진 파토스는 2020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당시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지도를 자체 제작하지 않았는데, 지도 주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심이 커졌어요. 하지만, 기술이 부족했지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였어요. 국가부가 자체 지도를 만들기는 했지만, 사용성이 좋지 않았어요.
이 시장을 노린 파토스가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문의했고, 킬사글로벌의 한국 팀과 싱가포르 팀이 원격으로 협업해 도왔어요. 위험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려고 지도는 파토스가 만들고, 현지 사업 개발과 운영은 킬사 싱가포르 팀이 집중하는 협업 전략을 세웠습니다.
파토스는 싱가포르 정부와 전자 지도 서비스와 사업 개발을 위한 상호 협력협약을 맺었어요. 입찰 절차 없이 싱가포르 정부 산하 기관과 바로 계약 가능한 ‘그린 레인’ 인증도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받았고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커뮤니티 기관들이 현장 업무를 할 때 쓰는 위치 기반 모바일 솔루션이 파토스의 작품입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영향력은 더 커질 거에요. 모두 싱가포르 정부가 파토스의 기술력과 현지 운영체계를 신뢰한 결과입니다.”
킬사글로벌은 2022년을 포스트 코로나 원년이자 파트너 기업과 도약할 시기로 본다. 더 많은, 규모가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고 파트너 기관과 함께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전략을 짠다.
“올해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먼저 킬사글로벌의 기업 지원 서비스를 솔루션으로 만들 거에요. 기업과 해외 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알고리듬으로 만들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이 나라·유형·전략별 진출 전략을 손쉽게 접할 것입니다. 그 만큼 더 많은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저희가 돕고요.
펀드도 결성 예정입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시 버틸 힘을 보태는 목적이에요. 해외의 IP 투자사와 논의해 현지에서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정말 우수한 기업은 직접 투자도 고려할 거에요. 이를 토대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기반을 튼튼히 닦을 것입니다.
창업 보육 기관 서울창업허브(SBA)와의 협력도 강화합니다. SBA는 지금껏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업 협업(CV, Corporate Venturing) 사례를 여러 건 만들었는데요, 이 구조를 함께 강화해서 오픈 이노베이션 대상을 찾는 해외 대기업에게 우리나라의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창구를 만들려 합니다. 이름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이미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세계 대기업과 그룹사가 킬사글로벌과 SBA의 문을 두드렸고, 곧 성과가 날 거에요.
여러 정부 기관이 공공의 영역에서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도운 덕분에, 이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의 시작점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킬사글로벌은 이 시작점을 통과한 우리나라의 기업과 스타트업을 성공의 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