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3부 - 인공지능 산업/기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
[IT동아]
[편집자주 /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SF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현실과 실제가 되어,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에 인공지능에 관한 보편적 지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가볍게 알아 둘 만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일상/산업 내 융합, 국내외 인공지능 산업 현황, 인공지능 관련 최신 트렌드, 근미래의 인공지능 융합기술 등, 필자가 오랜 동안 현업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하나씩 독자와 공유합니다.]
1부 - 환갑이 훌쩍 넘은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https://it.donga.com/102301/)
2부 -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높여라 (https://it.donga.com/102418/)
지난 연재에서는 조금 긴 듯하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이나 딥러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필자가 인공지능을 전공했던 90년말 만 해도 지금과 같이 넓은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건 컴퓨팅 파워의 한계로 인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요즘의 인공지능 활용 기술은 언어, 시각, 공간, 심지어 예술 분야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향후 '무슨 무슨 지능'이라고 정의되는 영역이 인간의 오감을 넘어 복합적인 영역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발전이 추론과 예측을 넘어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또 그 행동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한 각 산업별 인공지능 관련 인식 성숙도도, '사용해 볼까'하는 고려 단계에서 '직접 평가하고 활용하는 단계'를 거치며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제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을 마주하며 살아갈 것이고, 휴대폰 사용하듯 누구든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데 익숙해 지리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없는 걸까?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대로,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는 초기에 상당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학습을 위한 연산과 데이터 핸들링을 위한 컴퓨팅 자원은 필수다.
소프트웨어 공학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경우 개발 및 수정을 마치고 정식 출시 후 발생하는 전체 비용 중 70%~80%가 수정 및 업데이트 단계에서 소비된다. 즉 개발 과정의 비용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인공지능 기술 활용 분야에서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필자가 현재 '국가인공지능집적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하는 전국 인공지능 기업들과 국내 인공지능 기술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면, 초기 데이터를 가공하고 이를 학습하는 데는 전체 비용의 80% 정도가, 추론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실시하거나 재학습하는 데는 약 10% 정도의 컴퓨팅 자원과 비용이 든다.
(국가인공지능집적단지: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 구성을 위해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실증기반을 만들어 전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국가사업)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의 경우 이러한 초기 비용이 시장 진입에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초기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작업이 끝나도, 이를 학습하는 데는 현재 국내 클라우드 기업 가격 기준으로 월 수 천에서 수 억 원의 컴퓨팅자원 임차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이러한 자원을 직접 구축한다면 수 억 에서 수 백억 원까지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업들은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추론을 위해 인공지능 모델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 초기 컴퓨팅 인프라가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초거대 인공지능'이라는 수 천억 개의 파라메터를 지닌 엄청난 사이즈의 인공지능 모델이 생기고, 이를 학습하는 데는 천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인공지능 활용 기업 대상으로 필요한 지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잘 가공된 데이터’, ‘경험 있는 인력’, 그리고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레퍼런스’와 ‘협업환경’ 등을 꼽고 있다. 그럼 이러한 기업에게 필요한 지원 사항이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 걸까?
현재 국내의 경우도 초기 시장진입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를' 통해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학습용 고성능 컴퓨터 바우처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 기업의 기술개발 지원 및 다양한 직간접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 활용 기업의 특성을 이해한 적절한 지원 사업이라 할 만하다.
주요 인공지능 기술 선진국 역시 인공지능 융합산업을 육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인공지능 관련 거대 인프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관련 산학연이 집적된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주력 산업과의 인공지능 융복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중심의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의 상용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국가주도의 지속적 장기투자로 원천기술 확보와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벨리 중심 인프라를 집적하고, 인공지능 기업에게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거나 민간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사업모델과 서비스가 매출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성공할 수 있도록, 초기 참고모델인 레퍼런스를 만들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유럽과 캐나다의 경우 집적단지(클러스터) 모델로 도시 중심 인프라를 만들고, 거점 중심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인공지능 융합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도 거대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조금 특이한데, 정부 주도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혁신거점을 만드는 모습이다.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초거대 인프라 중심의 거점을 조성하고, 거점간 연결을 통한 거대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성하여 인공지능을 국가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인공지능 기술 주요 국가들의 내용을 정리하면, 인공지능 기업의 특성에 맞춰 초기 대단위 컴퓨팅 인프라와 인공지능 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이를 위해 기업 및 인프라를 한데 모으는 클러스터 중심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레퍼런스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도 정부합동으로 인공지능 융합 산업육성 정책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들 중 필자가 속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이 진행하는 '국가인공지능산업융합집적단지'가 대표적인 인공지능 클러스터 기반의 생태계 조성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가 주관부처와 주관지자체이며, 국비와 지방비로 광주광역시에 한국형 인공지능 산업융합 생태계를 구성하여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인공지능 융합산업은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기업이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기에 초기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들어간다. 또한 기업 차별성을 위해 연구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직/간접 지원이 필요하며, 아직 성숙되지 않은 산업의 특성상 기업이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실증 기반의 레퍼런스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산업융합 생태계를 집적하는 것이 산업적 한 세대인 10년을 점프업(Jump-up)하는 초석이 된다. 이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인력이다. 그것도 경험 있는 인력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이 함께 융합 인재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경험을 쌓도록 별도의 인프라와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광주광역시는 국가인공지능 혁시거점으로 도시 전체를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선언하고, 우리나라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인공지능 종합지원 센터'를 운영하며 인공지능 관련 문의나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본문에서 강조한 대로, 인공지능 기업이 초기에 가장 필요한 건 데이터 가공 및 학습하는 컴퓨팅 자원/인프라다. 이에 인공지능 집적단지에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가 생긴다. 국내에서는 최대 용량의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구축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을 위한 가속기 100%로 구성되며,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각종 도구가 함께 제공된다.
이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거의 모든 프레임워크와 언어도 지원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개발과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완공 시 전국 약 1,000여 개의 인공지능 기업을 동시 지원할 수 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100여 개 기업을 돕고 있다. 개발 지원뿐 아니라 미리 학습을 통해 증명된 고품질 인공지능 서비스가 마련돼, 인공지능에 익숙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기업도 API 형태로 바로 해당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전반에 걸쳐 기계학습이나 머신러닝을 위한 개발을 무상 지원하고 있는 곳은 현재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가 유일하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 기업의 특징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지원 상황에 대해 다뤘다. 다음 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 기업이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는 무엇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글 /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곽재도 본부장
미국 뉴욕 소재 로체스터 대학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 PD로 재직하며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했다. 현재 대통령 소속 지식재산위원회 4,5,6기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소속으로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 산업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