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하나, 해석은 둘...로톡 vs 변협 갈등 확대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7년간 이어진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갈등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냈지만, 하나의 결정을 두고 각자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사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 서비스는 일정 광고료를 변호사들에게 받은 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변호사 목록과 광고를 실어주는 리걸테크(변호사 광고 플랫폼) 서비스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위험조항 분석과 변호사 광고, 고소장 작성 등에 AI 기술을 적용해 다수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성장과 정체 사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변협 “로톡 서비스 이용 변호사 징계" 선언...로톡 "헌법소원 제기"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 서비스를 통해 광고료를 지불한 변호사를 소개, 알선하고 변호사가 아님에도 법률사무를 취급했기 때문에 로앤컴퍼니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부규정을 만들었다. 사실상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다.

로톡 서비스 이미지. 출처=로톡
로톡 서비스 이미지. 출처=로톡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이 같은 조치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의 규정이 플랫폼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했고,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은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변호사의 직업 선택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의 판결 ‘두 가지 해석’...갈등 현재진행형

서로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6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변협이 명시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 1호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사건을 소개, 알선, 유인하기 위해 변호사를 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을,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은 위헌으로 판결해 제5조 2항 1호 중 일부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또 ‘변호사가 아닌 자가 상호를 드러내며 사건을 소개, 알선, 유인하기 위해 변호사를 연결하거나 광고, 홍보, 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한 제5조 2항 2호에 대해서는 전체 합헌으로 판결했다.

헌재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 출처=헌재 공보관실
헌재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 출처=헌재 공보관실

정리하면, 변호사들이 로톡 등 리걸테크 기업에 광고비를 내고 광고하지 못하도록 막은 변협의 내부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았지만, 변호사가 아닌 자가 상호를 드러내 변호사로부터 대가를 받으며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는 합당하다고 봤다.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가 아닌 자이면서 변호사와 소비자를 주선, 대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며,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로앤컴퍼니는 로톡이 변호사를 알선해 법률상담 관련 수수료를 취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변호사가 광고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광고비를 받는 광고 플랫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헌재가 금지 합법 판결을 낸 ‘알선’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법하지 않은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 선택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이 제5조 2항 1호 중 일부 위헌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변협과 로앤컴퍼니가 서로에게 유리한 판결을 근거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변협 징계 강행으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변협이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헌재 판결은 변협의 내부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진 것인데, 변협이 징계를 강행한다면 징계 행위 자체에 위법성이 없는지를 법원에서 따지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 변협 상임이사회가 징계 개시 청구를 결정함에 따라 조만간 협회징계위원회가 열릴 전망이다. 만약 위원회에서 징계 처분이 결정되면, 해당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법무부 판정에도 불복할 경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