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하루빨리 완료돼야"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한국핀테크학회와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이하 KDA)는 “루나 및 테라(UST) 코인 폭락으로 국내 28만 명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 제정의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와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루나는 지난해 말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39조 원)에 진입했고, 자매코인인 테라도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시가총액 3위(2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이들은 규모가 큰 암호화폐였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의 가치 등락이 발생하는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1개 = 1달러’처럼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가 된다.

테라는 ‘암호화폐 1개=1달러’ 대신 ‘테라 1개=루나 1달러어치’ 구조로 설계하고, 두 암호화폐의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했다. 예를 들어,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간다고 해보자. 투자자들은 0.9달러의 가격인 1UST로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할 수 있다. 테라를 루나와 교환하면 0.1달러의 차익을 볼 수 있다. 루나와 교환하기 위해 1UST를 시스템에 전송했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서 UST의 양은 줄어든다. 수요공급에 원리에 따라 공급보다 수요가 더 높아진 UST는 다시 1달러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러한 생태계는 거래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UST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UST를 루나와 교환한다. 결국 시장에 루나의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루나의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이때,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팔고 탈출하려는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면, 루나의 가치가 무너지게 된다.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전제가 불신을 받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공황 매도가 일어났고, 한때 100달러가 넘었던 루나는 하루 만에 0.1달러가 됐다. 국내 루나 투자자는 28만 명으로 이들의 보유량은 7000억 개로 추정된다. 루나와 테라의 연쇄 폭락 쇼크로 인해 글로벌 자산시장에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000억 달러(약 258조 원)가 증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용자들의 자산이 하루아침에 제로(0)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하루빨리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KDA는 “앞으로 다른 코인들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방치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코인으로 피해를 입으며 고통받아왔다”면서 디지털자산법(가칭)을 통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으며, 신산업 생태계까지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A의 강성후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속도를 더 내야 한다. 현재 가상자산은 발행과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시장이 형성돼 있다. 로드맵이라고 하는 사업계획서도 사실상 발행 주체가 불명확하다. ‘재단’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공공법인 설립을 운영하는 법률에 의해 허가받은 재단과 다르다. 로드맵을 만드는 재단에 대한 법적 요건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는 검증된 정보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발행과 상장 그리고 상장 후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객관화된 심사가 이뤄지고, 이러한 과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통해 투자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이 기준이 없기 때문에 거래소가 입맛에 맞게끔 코인을 상장시키고 폐지하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 즉 블록체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코인(가상화폐)이 사실상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많이 쓴다. 이러한 코인 산업에서 생태계가 구축돼야 블록체인 기술도 성장하며 다른 분야에서 파생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번 정부에서 구상하는 디지털자산법은 어떤 모습일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신석영 연구원은 ‘신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위기일까 기회일까’ 리포트에서 “신정부는 가상자산을 증권적 자산으로 정의하고 제도적 자산으로 인식을 전환했으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통해 소비자 보호와 시장 육성을 추진한다”고 했다. 문 정부에선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증권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으며, 가상자산투자는 금융투자가 아니며 이로 인한 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신 연구원은 “250만 원 초과수익에 대한 20% 과세는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으로, 금융투자소득으로 인정돼 5,000만 원부터 과세되는 주식투자와는 차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을 증권적 자산으로 정의하고 제도적 자산으로 인식을 전환했다. 윤 정부는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 양도소득 기본공제금액 5,000만 원 적용에 ‘주식소득과 가상자산소득’을 모두 포함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5000만 원까진 가상자산 투자수익도 세금을 매기지 않겠단 뜻이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소득이 금융투자소득이란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보고서는 “신정부는 가상자산을 주식과 같은 ‘증권적 자산’으로 규정하며 가상자산이 제도권에서 정의되는 금융자산으로 인식하고,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분하여 규제를 할 계획이다.

신석영 연구원은 “이전 정부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비어있던 상태였다. 현정권은 속성에 따라 증권적 속성을 갖는 상품, 그렇지 않은 상품을 분류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으로 정의를 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자산을 거래하거나 소비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이 제도적으로 어느 곳에 분류되는지에 따라, 소비자 보호를 추진하거나 시장 교란 행위를 적발하고, 어떤 법을 적용할 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정의가 없다면 그 시장을 육성하는 데는 크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에서 추진될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불완전판매 등 가상자산의 부당거래 수익 전액 환수, 해킹 방지를 위한 보험제도, 네거티브 방식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의 규제 전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신정부의 디지털자산 세부정책은 위와 같다,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정부의 디지털자산 세부정책은 위와 같다,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이러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을 리스크 관리에만 초점을 두었던 기존 정책과는 다른 것으로 소비자 보호와 네거티브 규제 등을 통한 디지털자산 육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기본법에는 디지털자산 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 육성이 포함되어, 신정부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육성의지도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금융 기관의 도입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추가적 진입을 촉진, 가상자산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발행(IEO)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발행(ICO)도 점진적으로 허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정부의 가상자산 컨트롤타워 공약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KDA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잠정적으로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지정한 점은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강성후 KDA 회장은 “디지털자산은 신개념 산업이기 때문에 법안을 만들고, 그 법안을 집행할 수 있는 합의 정책과 시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국가 예산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서 배정받는 정책 형성 기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장관급 전담 부처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차관급인 디지털산업진흥청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디지털자산은 금융적 속성과 실물적 속성을 갖고 있어, 현행 정부 부처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 새로운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정책 형성 기능 즉, 법을 발의할 수 있는 발의권도 필요하다. 게다가 디지털자산 정책을 만들 땐 다양한 부처에서 함께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차관급 청은 국회 법안 발의와 예산안 제출 권한이 없고, 국무위원이 아니라 국무 회의를 통한 다부처 간 업무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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