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감탄한 삼성 'GAA'…무엇이 다를까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바이든의 이같은 행보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5세대 이동통신(5G) 등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대변한다.

취임 초기 글로벌 반도체 품귀로 인해 생활가전과 자동차 물량 부족 등을 몸소 겪은 바이든은 대외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품귀 대응 회의에 삼성전자 관계자를 초청한 바 있는 바이든은 이번 평택 방문에서 종이 방명록 대신, 삼성전자의 3나노 웨이퍼에 서명하는 깜짝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한미 기술동맹을 재차 강조했다.

평택 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출처=동아일보
평택 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출처=동아일보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 펼치는 반도체 기업

반도체 제조 공정에 있어서 핵심 화두는 한 장의 웨이퍼(원형의 반도체 기판)로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느냐다. 작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으면, 반도체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은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 기술의 실현 여부로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각각 서명한 3나노 웨이퍼의 모습. 출처=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각각 서명한 3나노 웨이퍼의 모습. 출처=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업계에서는 반도체 칩 안에서 전기 회로들이 다니는 길인 ‘선폭’을 얼마나 더 좁게 구현할 수 있느냐로 기술력을 평가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단위가 나노미터(nm)다. 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반도체 기업들은 나노미터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같은 초미세공정 구현을 가능케 하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면 구조와 3차원 핀펫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 출처=삼성전자
평면 구조와 3차원 핀펫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 출처=삼성전자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핵심 소자 중 하나로, 전류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트랜지스터를 구성하는 게이트(Gate)에 전압을 가하면, 위 이미지상에 보이는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으로 전류가 흐르면서 동작하는 방식인데, 초미세공정을 구현하려면 이같은 트랜지스터 또한 점점 작아져야 했다.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계속해서 줄이다 보면, 소스와 드레인 사이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져 게이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누설전류를 발생시키는 단채널(Short Channel)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3차원(3D) 구조의 공정기술인 핀펫(FinFET, 위 이미지 오른쪽) 공정이 개발됐다. 핀펫은 게이트와 채널 간 접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구조다.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서 맞닿는 구조로, 접하는 면적을 키워 평면(2D) 구조의 트랜지스터가 갖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핀펫 트랜지스터는 현재 5나노 첨단 공정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4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핀펫 구조로도 더는 동작 전압을 줄일 수 없는 한계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GAA(Gate-All-Around) 공정 적용 3나노 제품 양산 임박

삼성전자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또 한 번 바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차세대 3나노 이하 공정에 적용할 GAA(Gate-All-Around) 기술이다.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모두 게이트가 감싸고 있기 때문에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앞서 언급한 핀 트랜지스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핀펫 트랜지스터와 GAA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 출처=삼성전자
핀펫 트랜지스터와 GAA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 최대 경쟁자인 TSMC와 격차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로 GAA 카드를 갈고 닦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면 지름이 1나노미터 정도로 얇은 와이어(Wire) 형태의 채널은 충분한 전류를 얻기 힘든데, GAA 구조의 트랜지터스는 종이처럼 얇고 긴 나노(Nano Sheet)를 여러 장 적층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인다"며 "이것이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 FET)로, 나노시트 너비도 조절이 가능해 높은 설계적 유연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GAA 구조 트랜지스터는 5나노 핀펫 트랜지스터 대비 공간은 35%, 소비전력은 약 50% 절감할 수 있고 성능은 약 30% 개선할 수 있다. 핀펫 공정과의 호환성도 높아, 기존 설비와 제조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로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칩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며 차세대 트렌지스터 기술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GAA 기술을 3나노에 도입하고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는 역대 가장 많은 500개사 2000명 이상의 팹리스 고객과 파트너들이 사전 등록하며 차세대 기술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생산시설을 둘러보다가 양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모습. 출처=동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생산시설을 둘러보다가 양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모습. 출처=동아일보

삼성전자 파운드리 1위 비전 선언…연구개발, 생산라인 확대에 171조원 투자

삼성전자는GAA를 앞세워 2030년까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2030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경쟁자인 TSMC 추격을 위해 171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으로,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1월 4일 당시 평택캠퍼스 생산설비를 점검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출처=삼성전자
2021년 1월 4일 당시 평택캠퍼스 생산설비를 점검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출처=삼성전자

이에 따라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 허브로 평택 캠퍼스를 선정하고 축구장 25개 크기의 클린룸 규모를 갖춘 3라인 증설을 올해 하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 평택 3라인의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한국으로 모이는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

이같은 막대한 투자에 화성, 평택 등 삼성전자 생산라인 주변으로 글로벌 소재·장비 기업이 속속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외불확실성으로부터 소재, 장비 수급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고, 글로벌 소재 부품 기업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삼성전자의 수요를 잡을 수 있어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2020년 경기도 평택에 첨단 기술센터를 개소한 독일의 세계적인 화학 기업 ‘머크'는 최근 반도체 화학적 기계연마(CMP) 슬러리 생산 라인을 평택 기술센터에 구축하고, 본격적인 국내 생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CMP 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표면을 연마해 평탄화하는 데 쓰인다.

세계 3대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꼽히는 램리서치는 경기도 용인 지곡 산업단지에 연구개발 시설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러지센터를 지난달 구축했으며,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은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2800만 달러(350억 원) 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미세한 회로를 그리기 위해 웨이퍼 위에 뿌리는 감광액으로 미세공정 구현을 위한 핵심 소재다.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러지센터 모습. 출처=램리서치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러지센터 모습. 출처=램리서치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중국과 지정학적 문제로 잠재적인 공급망 불안요소를 지녔다"며 "반면 오스틴에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은 미국에게는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다. 미국이 지닌 설계 기술과 삼성이 지닌 반도체 생산 능력을 조합하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평택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군사 동맹에서 기술 동맹, 공급망 동맹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이벤트를 보여줬다”며 “현재 삼성이 TSMC보다 앞선 초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인데, 이에 안주하지 말고 핵심 근간인 반도체 전문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