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쏘아올린 공...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다. 현재 금융권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의 혁신을 쫓아가기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신 IT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가 금융 생태계의 메기(포식자이자 경쟁자) 역할을 하면서, 그 안에 있던 개체들이 생존을 위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학에선 이를 ‘메기 효과’라고 한다.

금융권은 핀테크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개발자와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권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디지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 자율 출퇴근제, 휴가 지원 등의 당근을 내밀면서도, 채용 과정에 디지털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28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 곳 중 네 곳이 채용평가에 디지털 지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

출처=사람인
출처=사람인

기업들은 임직원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교육을 실시하며 기업 내부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성인 직무 교육 기업 데이원컴퍼니의 패스트캠퍼스CIC 기업교육본부 조사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 기업 78.4%는 임직원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교육을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은 ‘BD(빅데이터) 1000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부에서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실무 교육 플랫폼 ‘DT 유니버시티’를 출범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면서, 임직원을 디지털 비즈 전문가, 디지털 IT전문가, 혁신기술 전문가 분야에서 전문 인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엔 디지털 교육을 전문으로 담당할 내부 인력이 부족하며 실무와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없어, 기업 내부 자원으로만 교육을 지속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기업들은 패스트캠퍼스와 같은 전문 교육 기관에 기업용 교육을 의뢰하는 방식을 택한다. 패스트캠퍼스 조사에 의하면, 금융 및 보험 기업 51.7%가 임직원 대상 디지털 전환 교육을 전문 기관에 의뢰한 경험이 있었다. 금융 및 보험 기업이 다른 분야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와 우리은행, 하나금융그룹,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국내 주요 금융기업은 패스트캠퍼스를 통해 데이터 분석 교육을 실시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기업 분석과 마케팅 리서치, SEO(검색엔진 최적화) 진단 등 패스트캠퍼스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 교육 과정을 온라인으로 도입했다. 패스트캠퍼스의 디지털 전환 교육은 기본 개념부터 디지털 기술과 코딩의 이해, 데이터 분석, 실전 비즈니스 전략 도출 프로젝트까지 기초와 실무를 체계적으로 아우르기 때문에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교육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패스트캠퍼스의 2020년 기업교육 고객사 수와 상담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58%, 132% 늘었다. 2021년 계약 체결액은 2020년 대비 3배 증가한 130억 원이다.

출처=금융위원회
출처=금융위원회

업계에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디지털 역량을 위한 교육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 주체인 개인이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이를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리 및 처리하도록 하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개인금융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역량을 잘 갖춘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패스트캠퍼스의 B2B 교육사업본부 이은지 본부장은 “금융업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카드 데이터, 은행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서비스나 마케팅을 개선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 혹은 머신러닝과 관련된 교육을 주로 의뢰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금융권이 임직원용 디지털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카카오뱅크와 토스 같은 핀테크 업체가 발군의 성과를 내면서부터다. 핀테크 기업들이 비대면 금융상품과 서비스,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 등의 혁신을 선보이면서 금융 업계도 하루빨리 디지털 전환에 나서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은지 본부장은 “메이저 은행권에선 빅데이터뿐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앱, 웹 서비스 교육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적으로 오래된 언어는 신규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 나선 은행들이 하나둘씩 오프라인 지점도 줄이고 있는데, 이때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술을 가르치는 재교육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기업은 금융권 외에도 전 산업에 두루 걸쳐 있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기존의 데이터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의 기업은 데이터나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교육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이은지 본부장은 “디지털 역량을 위한 교육에 선도적으로 투자를 한 건 유통업 쪽이다. 이커머스에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필요성을 먼저 느끼고 교육을 위한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을 고민한다면 우선 변화의 목적부터 정하라고 조언했다. 신규 비즈니스 발굴, 비즈니스 방식 개선, 전사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 등과 같이 디지털 전환의 목적을 먼저 명확하게 하란 뜻이다. 교육을 의뢰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만 막연하게 느끼면서, 목표와 방향이 없어 헤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목적의 불명확함은 빠른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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