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 한국레드햇 하시연 이사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젊은이들은 ‘단군이래 최고 스펙’을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일자리가 적어 고민 역시 많은 세대다. 이러한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외국계 기업은 선망, 혹은 경외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한국레드햇 하시연 이사
한국레드햇 하시연 이사

이에 취재진은 미국에 본사를 둔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Red Hat)’의 국내 지사인 한국레드햇에서 일하고 있는 하시연 이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기업 환경의 클라우드화가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레드햇은 이러한 여정을 돕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하시연 이사는 한국레드햇 외에도 다양한 외국계 IT 업체를 거치며 마케팅 전문가로 우뚝 선 인물이기도 하다.

Q1.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한국레드햇의 파트너 마케팅 매니저를 맡고 있다. 1998년에 취업한 첫 직장이었던 SAP 코리아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계속 외국계 IT 기업에서 일하는 중이다.

Q2. 첫 직장으로 외국계 IT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 외국어 실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고, 헤드헌터에서 낸 외국계 기업 취업 가이드를 본 후 외국계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주말 근무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외국을 자주 체험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직장 여성들은 커피 심부름이나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는데, 외국계 기업이라면 그런 편견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딱히 IT 기업을 지망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Q3. 실제 체험해 본 외국계 기업의 첫 인상은?

: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한국 지사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사내 외국인의 수가 적었다. 성별구분 없이 동등하게 대했고, 맡은 업무에 책임감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전반적인 업무지원을 담당했는데, HP나 썬마이크로시스템, IBM 등의 다양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여러 멘토를 만나며 시야를 넓혔다. 그러다 계약기간이 끝날 때 즈음 되니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1999년에 아리바로 이직하며 업무지원이 아닌 본격적인 마케터의 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현재 레드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외국계 IT 기업의 마케터로 활약했다.

Q3. 직장로서의 레드햇은 어떤 회사인가?

: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강한 다른 기업과 달리 수평적이다.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소통이 자유로운데, 이는 오픈소스 기반인 레드햇 제품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오픈소스는 커뮤니티와 함께하며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만들어지는 집단지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스트(memolist)’라는 이름의 메일 그룹이 있는데, 여기서는 CEO를 포함한 모든 레드햇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업무적인 내용뿐 아니라 일상다반사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이것이 레드햇 특유의 기업문화라는 것을 곧 이해할 수 있었다.

Q4. 이런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가?

: 빠른 소통을 통해 결과 역시 빠르게 낼 수 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것이 이런 개방적인 소통방식의 장점이다. 그리고 레드햇은 직접 물건을 팔지 않고 총판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

그러다 보니 파트너사들을 단순한 하청업체 취급하거나 갑을관계로 생각하지 않으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미나를 열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여 그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Q5.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잘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 직접 경험했던 회사들만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역량과 결과물에 대한 강한 어필이 필요하다. 겸손을 미덕으로 하는 국내 회사 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특히 레드햇에는 ‘메리토크래시(meritocracy, 능력주의)’라는 것이 있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특정 업무를 주도할 수 있으며,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고 전체 관련자들에게 보고서를 메일로 공유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표나 보고서를 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성과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일이면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할 일은 많기 때문에 다른 일이 주어질 것이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회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Q6. 이런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 직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신입보다는 경력자, 공채보다는 추천을 통한 입사가 더 많다. 그리고 이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면접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또 무엇을 못하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각종 발표나 패널 인터뷰도 자주 거치기 때문에 채용담당자 외에 기업내 다른 중요한 인사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도 많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Q7. 일상 생활에 불편함은 없나?

: ‘work & life 밸런스’를 잘 지키고 있다. 독서나 골프 동호회를 비롯한 취미나 여가를 위한 시스템도 충실하다. 개인 역량을 연마하기 위한 지원도 좋은 편이다. 외국어 학습을 위한 비용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 및 활성화되었다. ‘레드햇 유니버시티(Red Hat University)’라고 하여 제품이나 리더십, 코칭 기술 등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 및 분기별로 모든 직원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러닝데이(Learning Day)도 제공된다.

그 외에 분기별로 하루씩 모든 업무가 완전히 중단되는 ‘리차지 데이(Recharge Day)’라는 제도도 도입되었다. 이 날은 전화나 메시지, 메일도 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참 당연한 것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원래 재택근무는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재택근무를 위한 기기나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지원금도 제공되었다. 이전 회사도 좋았지만 레드햇에서 한층 큰 보람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는 여성이 많기 때문에 좀 더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Q8. 레드햇이 지향하는 비전은?

: 최근 레드햇은 다양한 환경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용 솔루션 관련 캠페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나 개인 기업까지도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디지털 여정을 가속화하고자 한다.

Q9.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주변 사람을 통해 그 기업을 꼼꼼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내가 성장 가능한 곳인지,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지원해 주는 곳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파트너들과 함께 하고 있는 지도 유심히 봐야한다. 그리고 그 기업의 브랜드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속 외국계 기업에서만 일하고자 한다면 특히 그러한데, 이런 기업들은 지원자가 어떤 회사를 거쳤는지를 유심히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 용기를 내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열심히 두드리다 보면 꼭 길이 열릴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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