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는 '슬림', 화면은 '빵빵'한 '베이글폰'이 대세

김영우 pengo@itdonga.com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여성 관련 속어 중 ‘베이글녀’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베이글’이란 빵이나 과자를 칭하는 말이 아니다. 바로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글래머(glamour)’를 합성한 것으로, 얼굴은 어려 보이는데 몸매는 ‘빵빵’하다는 의미다. 동안과 글래머는 공존하기 어려운 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된데다 여기에 각종 성형수술 및 화장술이 결합되면서 이런 베이글녀를 은근히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요즘 TV에 자주 등장하는 걸 그룹 멤버들은 하나같이 베이글녀를 지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러니컬한 조합의 제품이 모바일 업계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다. 제품의 크기나 두께는 최대한 ‘슬림’을 지향하면서 화면의 크기는 최대한 ‘빵빵’하게 키운, 스마트폰이 다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베이글폰’이다.

본체는 '슬림', 화면은 '빵빵'한 '베이글폰'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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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과 글래머가 공존하기 어려운 것처럼, 슬림한 본체와 큰 화면 역시 구현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화면을 직접 만지며 다루는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조작 방식)의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마당에, 본체와 화면의 크기는 정비례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산 능력이 향상된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프로세서, LTE 고속 통신, 더 많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 메모리 등의 고성능 부품이 스마트폰에 다수 쓰이게 되면서 본체의 크기를 줄이기란 더욱 힘들어졌다. 화면 크기를 키우면서 성능과 기능도 향상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본체의 크기를 줄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제조사들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12년 7월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의 면모를 살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3.5인치로 시작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 불과 3년여 만에 5인치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킨 첫 제품이라 한다면 단연 2009년에 국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3GS를 꼽을 수 있다. 아이폰3GS는 화면 크기가 3.5인치, 가로세로 길이는 6.21 x 11.55cm, 두께는 1.23cm였다. 하지만 1년 후, 아이폰 대항마를 칭하며 등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는 화면 크기가 4인치로 커졌음에도 제품 크기는 6.42 x 12.24cm로 비슷하면서 두께는 0.99cm로 얇아졌다. 덕분에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평가 받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후, 이러한 본체 슬림화, 화면 대형화의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이후 불과 1년 사이에 4.3인치 화면의 제품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다만, 5인치를 넘는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뜸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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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급 대화면 스마트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제품은 2011년 초에 출시된 델(Dell)의 ‘스트릭’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제품은 화면 크기만큼이나 덩치도 상당(7.91 x 15.29 x 1cm)한 편이었기 때문에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제법 많았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5인치급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만큼 시장도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2011년 말에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가 그야말로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갤럭시 노트는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큰 5.3인치의 화면을 갖추었다. 전용 펜으로 직접 필기 입력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 갤럭시 노트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5인치급 스마트폰 시장의 전성기를 열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소형 스마트폰, 그 대안은 베이글폰?

다만, 갤럭시 노트의 히트 이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작은 화면의 제품은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는데, 이 점에 아쉬움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2012년 이후에 등장한 제품 중에는 4인치나 4.3인치 제품도 드문 편이고, 4.5인치나 4.7인치 제품이 그나마 소형 취급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큰 화면 덕분에 웹 서핑이나 멀티미디어 감상에는 유리한 반면, 휴대성은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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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이 바로 팬택이다. 팬택은 지난 7월 13일, ‘베가S5’를 출시했다. 베가S5는 5인치 화면을 갖추었으면서도 베젤(화면의 테두리) 두께를 최소화하고 각종 버튼을 화면 안쪽으로 옮겨 크기를 본체의 크기와 두께(6.98 x 13.48 x 0.9cm)는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이전에 출시된 5인치급 스마트폰 보다는 4.3인치, 4.5인치급 스마트폰에 가까운 휴대성을 실현한 것이 특징이다. 2012년 7월 현재 기준으로 가장 ‘베이글폰’에 가까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제조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6월에 출시한 갤럭시S3는 5인치 못지 않게 큰 4.8인치의 화면을 탑재하면서도 7.06 x 13.66cm의 크기와 0.9 cm의 두께를 실현했다. 여기에 무게까지 138.5g으로, 이전에 출시된 갤럭시S2 HD보다 2g 정도 가벼워진 것이 특징이다.

베가S5와 갤럭시S3의 출시로 인해 최대한의 화면 크기를 제공하면서 크기와 두께, 무게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조만간 아예 화면 주변의 베젤이 아예 사라진 제품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TV화면을 수놓고 있는 ‘베이글녀’ 못잖게 매력적인 ‘베이글폰’이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 얼마나 많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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