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
[IT동아]
[연재 순서]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7517
1부 - 투자자 구분,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20/
2부 - 펀드(투자조합) 결성 과정 알아보기 - http://it.donga.com/27545/
3부 - 최근 결성 펀드와 펀드별 목적 분야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80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
5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1)
6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2)
7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1) - IR 자료 작성하기
8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2) - 기업가치 산정하기
9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3) - 계약서 주요 이슈 이해하기
10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4) -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조언
이번 4부에서는 VC(벤처캐피탈)가 업체 발굴부터 최종적으로 투자계약서에 날인하고, 투자금을 납입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알아본다.
VC는 아래 <그림 4-1>의 과정을 업체마다 반복하는데, 최초 발굴하는 단계에서 대상 업체의 숫자는 많지만 투자 검토의 각 단계마다 투자 매력도를 기준으로 걸러져, 결국 최종 투자집행까지 진행되는 숫자는 어림잡아 1/50에서 1/100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는 마치 깔때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 전문 용어로도 '퍼넬링(funneling, 깔때기)'이라 한다(<그림 4-1>).
VC로부터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스타트업은 일단 <그림 4-2>만으로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하나 찾을 수 있다. 즉, 자금이 필요한 시점으로부터 소요기간을 감안하여 역산한 후, 언제부터 투지유치 활동을 시작해야 되는 지 이해해야 한다.
실례로, 투자 프로세스 소요기간에 대한 감이 없는 창업자가 IR 후 그 다음 주에 "돈은 언제 들어오나요?"라고 묻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VC가 본격 투자검토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1) 딜소싱(deal sourcing) 및 사전 검토
딜소싱은 투자자 관점의 용어로, 잠재투자 대상기업을 발굴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스타트업에게는 '투자자 접촉 단계'라고 표현하면 적절하다.
지난 1부에서 국내만 해도 200개 이상의 VC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는데, 현업에서 활동하는 투자 심사역은 대략 1,00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스타트업은 일단 이들을 만날 필요가 있지만, 어디서 만날 수 있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투자 심사역들도 투자매력도가 있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려 하지만, 어디에 좋은 기업이 있는 지 항상 궁금해 한다.
최근에 각종 보육기관이 데모데이나 IR피칭행사 등을 종종 개최하는데, 투자자나 기업 모두에게 아주 좋은 기회이므로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 반면에 투자자와 접촉하기 위한 시도로서 가장 효율이 낮은 건, 투자사 홈페이지에 노출된 대표메일 또는 심사역 개인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는 경우다.
심사역들은 하루 수신 메일이 너무 많고 중요한 일에 밀려 메일을 꼼꼼히 보지도 못하거니와, '이렇게 메일을 보낼 정도면 하다 하다 안 되는 상황인 것 아닌가'하는 선입견을 갖는 이도 있다. 무작정 메일을 보내기 보다는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개받는 형태로 하면, 일단 투자자 접촉까지는 히트율을 한층 올릴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2) IR(Investor Relations)
요즈음 각종 보육기관 및 창업지원기관들이 데모데이나 IR피칭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들만 많이 경험한 창업자들은 'IR은 5분~10분짜리 회사소개 및 발표'라 여기는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IR은 VC의 본격 투자 프로세스 중 하나로서, VC에 방문해 해당 VC의 대표이사부터 모든 심사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략 2시간 정도의 발표 및 Q&A를 의미한다. 2시간에 맞게 IR자료 및 발표 분량, 품질 등이 준비돼야 함은 당연하다.
IR은 기업이 해당 VC의 대표이사과 모든 심사역을 만나는 첫 자리이자 마지막 자리다. 해당 VC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더라도, 담당 심사역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을 볼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의결권을 가진 사람은 정작 담당 심사역이 아니라, 그 나머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첫 인상이 곧 끝 인상이라는 의미다. 즉 IR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고, 자료준비에 충분한 노력을 들이고 발표연습을 해두는 게 필수다. 대략 2시간의 IR이 끝나고 나면, 기업을 돌려보낸 후 참석자들끼리 퀵리뷰를 진행한다.
여기서는 더 검토를 진행할 지 혹은 중단할 지를 약식으로 논의하는데,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현실성 있는 얘기인가" 등의 반응이 나온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해당 VC에서는 후속 투자 프로세스가 진행될 가능성이 확실히 낮다. <그림 4-1>에서 깔때기 밖으로 걸러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IR자료나 발표 자료에 미사여구로 꾸며진 과장된 장미빛 미래를 강조하라는 뜻은 아니다. 투자 심사역은 기업이 제시하는 IR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직업병적 습성이 있으며, 그만큼 과장된 내용인 지를 쉽게 알아챈다.
IR은 VC가 기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소개받는 목적뿐 아니라, 발표와 Q&A 과정에서 창업자/대표이사의 태도와 신뢰도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내용만이 아니라 '진실성'과 '인간적 매력'도 중요하다. 현재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 지를 구체적이고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는 창업자/스타트업은, VC 입장에서는 미사여구와 과장으로 포장된 기업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IR은 '현재 하고 있는 내용과 생각하는 바를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R자료 작성에 대해서는 후속 연재에서 따로 언급할 예정이다.
3) 투자검토보고서 작성
IR 후 퀵리뷰에서 더 진행해 보자고 결정 되면, 담당 심사역은 본격적인 기업 분석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투자검토보고서이다. 투자검토보고서가 작성돼야 비로소 투심위를 진행할 수가 있다. 때문에 심사역은 보고서로 승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궁극에는 투자수익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 투자검토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직접 작성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수반된다. 투자검토보고서는 기업이 만든 IR자료의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담당 심사역이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림 4-3>에서 매출 시뮬레이션조차도 심사역 스스로 재추정 하며, 레퍼런스 체크가 포함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그림 4-2>에서 투자검토보고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림 4-3>을 공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VC 내부에서 투자심의위원회 때 논의될 법한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면, 투자유치 활동 시작 전에 준비 사항이나 필요 부분을 미리 자가체크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IR준비를 할 때 이왕이면 VC가 듣고 싶어하는 내용 위주로 구성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투자검토보고서를 담당 심사역이 작성한다고 해서, 창업자/스타트업은 손 놓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심사역이 회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해당 회사에게 여러 자료를 요청할 것이고, 여러 번의 인터뷰와 미팅도 요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사역에 따라서는 투자검토보고서 작성 기간 동안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5일, 1개월 간을 해당 회사로 출근할 지도 모른다.
담당 심사역이 기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투자를 진행하고 싶은 딜오너(deal owner)로서 투심위에서 회사의 매력도를 본인 입으로 정확하게 얘기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담당 심사역은 투자 후에는 그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충분한 애정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및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도 투자하려는 기업을 제대로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담당 심사역이 회사의 내부 정보까지 깊숙히 알려고 한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창업자/대표이사가 생각하기에 투자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보공유에 거부감이 생겨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투심위에서 '기업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슨 투자를 하겠는가'라는 얘기를 듣게 되어 투심위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창업자/대표이사도 '투자유치'라는 궁극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정보 공개 수준에 대해 전략적인 판단할 필요가 있다.
4)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투심위는 VC에서 투자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이다. VC 별로 예비투심, 본투심으로 2회 투심위 진행이 정례화된 회사도 있고, 1회 투심위 진행을 원칙으로 하되, 회사별로 특수성에 따라 추가 논의과정을 진행하는 회사도 있다.
VC에서 투심위가 중요하고도 민감한 이유는 투심위 결과에 따라 자금집행 여부가 결정되고, 자금집행을 하면 결국 투자수익 또는 투자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투심위는 담당 심사역이 작성한 투자검토보고서와 IR진행 때 회사가 제시한 IR자료, 그리고 참석위원들이 각자 사전에 정리한 이슈 등을 기반으로 논의와 토론, 때로는 논쟁의 형태로 진행된다. 대략 2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4시간 이상도 걸리며, 담당 심사역으로서는 그 동안의 노력을 평가받는 자리로서 상당한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순간이다.
투심위에서는 해당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서 평가하기 위한 모든 요소가 집중 논의 대상이다. 어떤 업체도 항상 '시장성', '경쟁력(또는 차별성)', '사람(또는 조직역량)', 'EXIT(투자금 회수 및 수익)가능성'이 주요 4대 쟁점이다.
하지만 이 4가지 중에서도 업체별로는 해당 투심위의 방향성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1순위 쟁점 사항이 매번 다르다. 가령 어떤 업체는 CEO리스크가 최대 쟁점이기도 하고, 어떤 업체는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여부에 대한 확신 정도가 최대 쟁점일 수 있다. 투심위 주요 부결 요인에 대해서는 이후 연재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5) 실사
투심위를 통과하면 투자유치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여전히 <그림 4-1>의 깔때기 밖으로 걸러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투심위 다음 과정으로 실사가 진행된다. 보통 재무실사를 위해 외부 회계법인이 투입되어 재무제표 재점검 및 필요 시 수정 재무제표가 작성된다. 대부분의 비상장사, 특히 초기기업일수록 회계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실사에서 의외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고, 투자 프로세스가 중단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가령 어떤 회사는 실사 후 수정 재무제표에서 자본잠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VC가 실사를 하는 건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과 이익 정도를 확인하기 보다는, 그동안의 회계 투명성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큰 돈을 투자하는 이상 그 돈을 얼마나 투명하게 사용할 지 판단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부터 확인하는 절차다. 그래서 강연이나 멘토링 시 많이 했던 말은, '회계는 한 번에 뒤집을 수가 없기 때문에, 회사 설립 때부터 철저하고 투명하게 작성하고 증빙자료를 반드시 남기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재무실사 외에 소송 등 법률 이슈가 있는 기업은 이 부분도 실사 대상이 된다.
6) 계약서 검토 및 날인
투자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요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담당 심사역과 기업 간에 1차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투심위 과정에서 또는 실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요구사항 및 확약을 다짐하는 내용들이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조건은 최종 계약서 날인 전까지는 내용이 확정된 게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계약서 내용이 꽤 많으므로 특히 최초 투자유치를 하는 창업자일수록 꼼꼼히 읽어보고, 문의할 내용은 담당 심사역을 통해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일단 날인 하면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책임은 창업자/대표이사 본인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많이 투자되는 형태인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VC업계 표준 투자계약서는 대략 A4 20장 정도의 분량이나 된다.
7) 투자금 납입
계약서 날인 후 1영업일 이후 또는 보통 최대 7일 이내에는 약속한 자금을 투자기업의 통장으로 입금하게 된다. 그러면 투자기업은 등기 등 추가 행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공식적인 투자일은 계약서 날인 일자가 아니라, 투자금 납입일 기준이라는 것을 유념하자. 가령 3부 연재에서 언급한 청년창업펀드의 경우, 주목적 대상 정의에 맞으려면 나이가 중요한데, 이때 나이를 계산하는 기준일이 투자금 납입일 기준이다.
8) 사후관리
사후관리는 투자 후 프로세스다.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 기뻐할 일이지만, 투자금 납일일은 창업자/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의무와 책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월간(또는 분기) 영업보고, 주주간담회 요구 시 수시 대응, 회사의 주요 이벤트 발생 시 동의 및 협의 필수, 주총 소집, 투자 1년 후 재무실사 진행, 수시 자료 요청 대응 등이 있다. 만일 투자를 집행한 VC의 담당 심사역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어 있다면,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 상호작용을 해야 할 기회가 좀더 많아진다.
자, 4부를 마무리하기 전에 독자에게 전달하려던 내용을 정리한다.
첫째는, <그림 4-2>에서 보듯 창업자/대표이사가 전체 소요시간에 대한 감을 잡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투자유치를 준비해야 한다. 실례로, 주변에서 전해 들은 A회사는 IR 후 투자유치가 성공할 것을 지레 짐작하고, 3주 후 부품발주 계약 등을 미리 했는데 투심위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투자 프로세스와 퍼넬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둘째로, 소요기간 외 투자 프로세스와 단계별 핵심 포인트를 이해함으로써, 투자유치 성공율을 높이기 위해 미리 준비할 게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다음 5부에서는 투자 프로세스의 핵심인, 투심위에서 부결되는 주요 원인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다만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동일한 사실이더라도 VC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거나 투자의사결정의 포인트도 다를 수 있어, 모든 회사에 늘 동일하게 적용되는 투심위 부결 원인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빈번히 언급되는 이슈는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체크하는 데 작은 도움은 되리라 기대한다.
글 / (주)비아이지글로벌 파트너/이사 김민성 (yaacksan@bigglobal.co.kr)
비아이지글로벌은 영국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에 특화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중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