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업체를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국내 대기업에서 시장 및 비즈니스모델(BM) 분석, 전략수립, 신사업,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해오면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가슴 뛰게 만드는' 미국 혹은 유럽의 매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결국 이 기회는 벤처캐피탈(VC)로 이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전히 마음 속 열정은 뜨겁지만, 기업을 창업하는 시점부터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인정 받을 만큼 평판을 얻기까지는 정말 긴 여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스타트업에게 자금은 '피'와 같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에게 자금은 '피'와 같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몇 해 전 인기 있던 드라마 '미생'에 나온,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라는 대사를 잊을 수가 없다. 대기업에서 나와 투자 관련 일을 하면서부터 매일 생생하게 체감하고 관찰하는 일상을 제대로 표현한 명언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도 아직 완벽하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도 없는 창업자 또는 스타트업이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월급쟁이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자 또는 스타트업이 겪을 수 많은 난관 중 상위 1~2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단연코 '투자금 유치'일 것이다. 자금은 기업에 있어 혈액과 같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컨셉, 열정을 가졌더라도, 자금 없이는 기업 성장 및 성공을 꿈꾸기도 전에 생존 문제에 빠지고 만다.

반면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의 힘으로 성장하는 회사도 있다.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과 신규사업을 충분히 추진할 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서는, 어떤 기업이라도 자금은 늘 부족하고 늘 필요하다.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투자유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대출 여력은 금방 소진되고, 대표이사 자신이 추가 증자를 할 여력도 화수분이 아닌 이상, 결국 자금마련 방법의 큰 비중은 외부 투자유치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이유는,

첫째, 일단 수요가 공급(투자자 또는 투자재원)을 초과하는 불균형시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투자자)에게 창업자와 회사가 오랫동안 준비한 걸 짧은 시간 안에 이해시키고 공감시킨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벤처투자는 특성 상 일종의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상품으로서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투자자가 본능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해 업종별 호불호가 구분되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과 같이 특히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문화에서는 투자결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하는 전문투자자일수록 투자손실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유치 과정 그 자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언제', '누구한테', '얼마만큼을', '어떻게(어떤 방식으로)' 유치할지 면밀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출처=게티이미뱅크)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출처=게티이미뱅크)

투자유치 과정은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긴 여정이며, 유치 노력을 하고도 결과가 없다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플랜B', '플랜C'까지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단언컨대, 준비 없이 의지만으로는 투자유치에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하지만 투자유치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영위하는 또는 준비하는 사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투자유치 준비의 출발점은 창업자가 스스로 회사와 사업에 대해 냉정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투자유치 과정은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는 길고 모진 여정이다.

총 10회에 걸쳐 연재할 내용은, 그동안 전문투자자로서 경험한 다양한 투자의사 결정과정과 사례를 바탕으로,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에게 유용할 실전용 지식이다. 창업자 또는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준비 정도를 스스로 체크함으로써 좀더 효율적으로 투자자와 소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동안 여러 보육기관을 통해 투자컨설팅 및 멘토링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자신에게 부적합한 투자유치 방법으로 어렵게 노력하고 있다든가, 투자자가 중요하게 보는 투자포인트에는 정작 미흡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창업자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평소에 배울 기회가 없었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회에 걸쳐 최대한 상세하게 내용을 전달하겠지만, '책으로 연애를 배웠다'라는 말처럼 실제 투자유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 연재 만으로 맥락을 완벽히 마스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창업자 또는 예비창업자가 적어도 투자유치 과정이 '100m 달리기인지 마라톤인지'를 인지하고, 자기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고,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를 짧은 시간에 자가체크함으로써, 투자유치 준비를 좀더 효율적으로 시작하는데 일조하리라 기대한다.

글 / (주)비아이지글로벌 파트너/이사 김민성 (yaacksan@bigglobal.co.kr)
비아이지글로벌은 영국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에 특화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중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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