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설움 대신 비전을 제시하는 AMD

이문규 munch@itdonga.com

컴퓨터와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컴퓨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 CPU(Central Processing Unit) 혹은 프로세서(Processor)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그 CPU 또는 프로세서를 개발, 생산하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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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CPU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IBM 호환)에 장착되는 CPU는 전 세계에서 두 군데 업체가 중점적으로 개발, 생산한다. 바로 인텔과 AMD다. 인텔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많이 알려졌다. 국산 브랜드 컴퓨터 광고에 자주 등장했으니까(최근에는 안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CPU 판매율도 인텔이 AMD에 앞서 있다. 다만 이는 판매율만 앞서는 것이지, CPU 제조 기술이나 품질, 완성도 면에서도 그러한 건 아니다. AMD CPU도 충분히 유용하고 쓸만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저 대부분의 사람이 그걸 모르고 있을 뿐.

이에 여기에서는 인텔과 함께 전 세계 컴퓨터 CPU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그래서 업계 2위이지만 막연한 1위 등극이 목표가 아닌,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CPU를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AMD와 그 비전을 짤막하게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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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AMD

AMD(Advanced Micro Devices)는 196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창립되어 1987년에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지난 40년 세월 동안 5억 개가 넘는 CPU를 생산했으며, 최근에는 코어(CPU 내 핵심 장치)가 여섯 개 내장된(식스 코어) 페넘II X6까지 출시했다. 특히 페넘II X6 CPU는 식스 코어 CPU로는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2006년에는 라데온(Radeon) 그래픽 카드로 유명한 세계 양대 그래픽 칩셋 개발사인 ATi 사를 인수함으로써 CPU,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등의 컴퓨터의 핵심 부품을 모두 개발,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아무래도 동일한 업체에서 생산한 주요 부품으로 조합된 컴퓨터가 안정성이나 호환성 면에서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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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와 그래픽 카드를 모두 개발, 생산할 수 있는 AMD

사실 컴퓨터용 CPU를 개발, 생산하는 업체는 인텔과 AMD 이전에 한두 업체가 더 있었다(사이릭스-Cyrix 등. 사이릭스는 비아 테크놀로지 사에 흡수). 하지만 CPU 시장이라는 게, 유식한 말로 ‘규모의 경제’에 속하는 것이라 몸집 큰 브랜드만이 살아남기 마련인데, 동종 업체가 하나 둘 쓰러지는 냉혹한 시장 상황에서 AMD는 40여 년을 꿋꿋하게 지속해 왔다. 2위이긴 하지만, 그만큼 탄탄한 기술과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CPU가 왜 경쟁사보다 판매량이 적은 걸까? 이는 결정적으로 사용자의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TV에서 거의 볼 수 없지만) 이전부터 광고 등을 통해 인텔 CPU가 장착된 컴퓨터만을 보고 지냈기에, 사용자들은 ‘컴퓨터=인텔’이라는 내용에 인이 박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텔에 비해 매체 광고를 거의 집행하지 않았던 AMD는 그만큼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과거 AMD CPU에 발생했던 약간의 오류(과열 현상) 때문이라 지적하는 이도 있겠지만, 지금의 판매율 차이를 보이게 된 건 역시 AMD에 대한 인지도 부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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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6년 1분기를 기점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시기 인텔은 코어2 시리즈를, AMD는 애슬론64 X2 시리즈를 출시했다

컴퓨터 선택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AMD 비전 기술’

이에 AMD는 최근 들어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 다각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변화가 바로 ‘비전(Vision) 기술’이다. 앞서 말한 대로 AMD는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를 모두 개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부품을 한데 묶어 패키지로 구성함으로써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들도 쉽고 간단하게 컴퓨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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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비전 기술은 컴퓨터 사용 환경이나 패턴, 용도 등에 따라 비전(Vision), 비전 프리미엄(Premium), 비전 얼티밋(Ultimate), 비전 블랙(Black)으로 구분된다. 각 구분에 따라 AMD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를 적절히 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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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사용 목적에 맞는 비전 로고 스티커만 선택하면 컴퓨터 구입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다

이에 따라 컴퓨터 관련 지식이 없어도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작업 또는 성능에 맞게 구성된 비전 기술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인 ‘아이온’ 정도만 즐길 수 있을 정도를 원한다면, 복잡하게 CPU 종류와 그래픽 카드 사양 등을 따질 필요 없이 그냥 ‘비전 얼티밋’ 로고가 붙은 컴퓨터를 선택하면 된다(비전 기술 컴퓨터에는 각 구성에 따른 비전 기술 로고 스티커가 붙는다). 제아무리 CPU가 좋아도 CPU만으로는 용도에 따른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에, AMD 비전 조합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사람의 몸처럼 컴퓨터도 각 부품 간의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AMD 비전은 데스크탑과 노트북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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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MD 비전 기술이 적용된 해외 유수의 브랜드 컴퓨터 제품

AMD는 위와 같은 ‘비전’ 솔루션을 토대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외 유수의 컴퓨터 브랜드를 통해 100여 종이 넘는 ‘비전 기술’ 컴퓨터가 출시될 예정이다. 비록 단시간에 시장 상황을 뒤바꿀 순 없겠지만, AMD의 브랜드 이미지와 AMD CPU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데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본다.

경쟁은 치열, 사용자는 희열

어느 업체의 어느 제품이든 사용자의 환경과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유용하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전에 어느 업체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또 그래야 현명한 구매가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시장 경제의 원리상 다양한 경쟁사, 경쟁 제품이 존재할수록 품질은 좋아지면서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결국 그로 인한 이점은 우리 사용자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인텔이든 AMD든 지난 40여 년간 이들의 열의와 열정, 불굴의 도전 정신이 지금의 고성능 컴퓨터 시대를 도래하게 하였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간단하게 인터넷에 접속해 IT동아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것도 그들이 만들어 낸 CPU 덕분이다. 감사하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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