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없는 3D 스마트폰, LG전자 옵티머스 3D

김영우 pengo@itdonga.com

솔직하게 고백하건 데, 필자는 요즘 주변에서 누군가가 3D TV를 구매한다고 말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며 말리는 편이다. 왜냐하면 3D TV가 있어봤자 현재로서는 기능을 백분 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은 3D TV에 맞는 3D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공중파도 아직 3D 방송을 송출하지 않는다. 다만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에서 3D 전용 채널이 1개 제공되고 있지만 이나마 시범방송 같은 느낌이 강해서 아직은 3D 콘텐츠의 양이나 질이 부족하다. 약간 더 투자해서 3D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정작 시중에 나온 3D 블루레이 타이틀의 수도 많지 않다.

물론 사용자가 아예 3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3D 캠코더를 구매해 직접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지만 3D 캠코더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없으면 가지고 싶지만, 정작 있어도 생각보다 잘 안 쓰게 되는 물건이 캠코더다. 아마도 캠코더를 사용해 본 소비자라면 상당수가 동의할 것이다. 한편 콘텐츠 부족 외에도 3D 영상을 감상하기 위해선 전용 안경이 필수라는 점도 3D TV 구매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특히 ‘셔터글래스’ 방식의 3D TV의 경우엔 안경 가격이 개당 1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다, 주기적으로 충전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다. 좀 편히 쉬자고 보는 3D TV가 오히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
(1)

그런데 이런 와중에 LG전자에서 3D 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3D’를 출시했다. 단순히 화면만 특이한 제품이라면 3D TV만큼이나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옵티머스 3D는 3D TV와 달리 3D 영상을 볼 때 ‘전용 안경이 필요 없다’. 아무 때나 화면만 켜면 입체감 있는 3D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2)

게다가 3D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3D 사진이나 3D 동영상을 직접 찍어서 곧장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니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3D 영상을 직접 내려 받거나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감상할 수 있어, 콘텐츠 문제도 3D TV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해 3D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른 스마트폰이나 PC로 전송해 공유할 수 있다. 손바닥만한 이 기기만 있으면 3D 영상의 감상은 물론, 제작 및 입수, 그리고 공유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3D의 종합 선물세트를 지향하는 제품, LG전자 옵티머스 3D를 살펴보자.

의의로 묵직하고 보수적인 디자인

옵티머스 3D는 최신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은 의외로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전면을 보면 그 흔한 제조사나 통신사의 로고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꾸밈이나 장식은 절제하고 있다. 화면 위아래 쪽에 헤어라인(실선) 무늬를 넣어 은근한 개성을 불어넣은 것이 눈에 크게 띌 정도다. 화면 크기가 4.3인치나 되니, 불필요한 꾸밈을 넣어서 제품의 크기를 더 키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3)
(3)

뒷면은 보수적인 느낌이 한층 더하다. 배터리 커버에 직물 느낌의 표면 처리를 해서 마치 빈티지 라디오를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측면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 두께는 12.1mm다. 애플 아이폰 3GS(12.3mm)와 비슷한 수준이라 휴대하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아주 약간 두꺼운 것도 사실.

 (4)
(4)

하지만 3D 사진을 찍기 위해 500만 화소 카메라를 2개나 갖추고 있는 등(입체 영상을 찍으려면 사람의 눈처럼 2개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덩치가 커질만한 요소를 많이 내장하고 있는 것 치고는 준수한 두께를 실현했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두께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오히려 무게다. 배터리를 포함한 상태에서 디지털 저울 무게 기준으로 170g이 측정되었는데, 이는 요즘 나오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비해 40~50g 정도 더 나가는 것이다. 들어보면 은근히 묵직하다. 들어 있는 게 많으니 그러할 것이다.

3D 기능 외의 기본기도 충실한 편

버튼 및 측면 장치의 구성은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측면에 ‘3D’ 버튼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3D 카메라나 3D 갤러리, 혹은 게임 등의 어플리케이션 실행 중에 3D 버튼을 누르면 2D/3D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제품의 특성을 살린 추가 기능이라 할 수 있다.

 (5)
(5)

국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지상파 DMB 시청 기능도 갖췄다. DMB 신호 수신을 위한 안테나도 본체에 내장하고 있다. 별도의 안테나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다. DMB 신호 감도는 꽤나 양호한 편이라 실내에서도 창문에서 5미터 이내의 거리라면 원활히 시청할 수 있다.

 (6)
(6)

그리고 마이크로 HDMI 포트를 갖추고 있으므로 마이크로 HDMI - HDMI 변환 케이블(별매)을 사용하면 TV로 스마트폰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도 더러는 HDMI 출력 기능을 갖추기도 했지만, CPU 성능의 한계로 인해 동영상을 양쪽(TV / 스마트폰)에 동시 출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옵티머스 3D는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고급형 모델답게 양쪽 동시 출력(미러링)이 가능하다. 참고로, HDMI 출력으로 3D 화면을 보려면 당연히 3D TV가 필요하다.

안경 없이 보는 3D 화면의 느낌은?

옵티머스 3D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3D 입체화면에 대한 기대가 크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기능이 3D 화면으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메뉴 선택과 같은 일반적인 조작 화면은 2D로 표시되며,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나 감상, 그리고 게임 플레이와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때만 3D 화면을 볼 수 있다. 전화나 인터넷을 할 때, 혹은 문자를 보낼 때 3D 화면을 볼 이유는 없으니 이런 구성은 이해가 된다.

 (7)
(7)

그렇다면 옵티머스 3D에서 보는 ‘무안경’ 3D 화면은 어떤 느낌일까? 전용 안경을 착용하고 감상하는 3D TV나 3D 상영관을 체험해 본 사람들은 상당히 많지만, 옵티머스 3D와 같은 무안경 방식의 3D 영상 기기를 사용해본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므로 그 느낌이 상당히 궁금할 것이다. 이런 방식의 기기 중에서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3DS’도 있지만 이 제품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옵티머스 3D에서 보는 무안경 3D 화면의 질감은 3D TV나 3D 상영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화면의 깊이감도 상당한 수준이고, 화면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화면 겹침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무안경 3D 화면 기술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한 수준이다.

 (8)
(8)

다만, 화면의 시야각은 안경 방식의 3D 화면에 비해 다소 좁은 편이다. 15 ~ 20도 정도 화면을 좌우로 기울이는 것 정도 까지는 그럭저럭 볼만 하지만, 그 이상의 각도에서는 화면의 물체들이 2중으로 겹쳐서 표시되기 시작하며, 40도 이상 옆에서 보면 입체감이 거의 사라진다. 그리고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도 중요하다. 10cm 정도의 거리에서는 화면이 2중으로 겹쳐 보이고, 약 40cm 이상의 거리에서는 화면이 작아서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9)
(9)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화면을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20 ~ 30cm 정도 거리를 두어야 최적의 3D 화면을 감상할 수 있으며, 여러 명이 동시에 화면을 보기보다는 혼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대형 TV도 아니고 휴대용 기기인 스마트폰이라면 이 정도의 조건은 충분히 참아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특징을 사용자들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옵티머스 3D가 IT동아 편집부에 도착하자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신기한 듯 화면을 동시에 주시하게 되었는데, 그 중 몇 명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문구점에서 팔던 ‘요술 책받침’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좀 더 쉽고 편하게 3D를 즐겨보자

옵티머스 3D에는 3D 콘텐츠를 손쉽게 찾아 즐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인 ‘3D 스페이스’가 기본으로 설치되어있다. 이를 실행하면 3D 사진 및 3D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3D 갤러리’ 메뉴와 이를 찍을 수 있는 ‘3D 카메라’ 메뉴, 그리고 3D 게임을 즐길 수 있는 ‘3D 게임 & 응용프로그램’ 메뉴와 유튜브 사이트에 올라온 3D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3D’ 메뉴가 등장하며, 각 메뉴의 아이콘 역시 3D로 배치되어 있어 제품의 특성을 살리고 있다.

 (10)
(10)

3D 갤러리 메뉴에는 최신 영화 및 다큐멘터리의 3D 예고편 몇 편이 샘플로 들어있다, 그리고 3D 게임 메뉴에는 ‘노바’, ‘아스팔트 6’, ‘렛츠 골프 2’를 비롯한 3편의 3D 게임이 제공되는데, 덤으로 제공되는 게임 치고는 상당히 내용이 충실한 편이다. 또한 유튜브 3D 메뉴의 경우, 2011년 7월 현재 수백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 정도라서 아직은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옵티머스 3D와 같이 3D 촬영 기능을 갖춘 기기의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콘텐츠 수도 한층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
(11)

옵티머스 3D로 더 많은 3D 동영상을 보고 싶다면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활성화 된 웹 하드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간간히 3D 형식으로 수록된 영화 및 녹화 영상이 이런 곳에 종종 등록되곤 하므로 일정한 요금을 내고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12)
(12)

다만, 3D 영상 중에는 2개의 영상이 좌-우, 혹은 우-좌로 겹쳐진 형태로 수록된 것도 있으며 가끔은 상-하로 겹쳐진 형태로 수록된 것도 있다. 옵티머스 3D에는 이러한 여러 규격의 3D 영상이 모두 호환되도록 3D 표시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있으니 다운로드 받은 3D 영상을 감상할 때는 적절한 모드를 고르도록 하자.

3D 콘텐츠, 직접 만들고 공유까지

옵티머스 3D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3D 영상의 감상 외에 제작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3D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하여 3D 모드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면 간단히 자신만의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물론, 3D 영상 외에 일반적인 2D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을 수 있으며, 촬영 중에 제품 측면의 3D 버튼을 누르면 간단히 2D-3D 모드의 변환이 가능하다.

 (13)
(13)

이렇게 촬영된 3D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휴대폰이나 PC와 공유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특성을 살려 감상 중에 곧바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는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 다양한 경로로 3D 영상을 보낼 수 있으니 편리하다.

 (14)
(14)

다만, 3D 사진이나 3D 동영상을 공유하면, 상대방도 옵티머스 3D와 같은 3D 스마트폰, 혹은 3D TV나 3D 모니터에 연결된 PC를 사용해야 정상적인 3D 영상을 볼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 화면에는 같은 영상 2개가 좌우로 나란히 배열된 영상이 표시된다.

 (15)
(15)

이런 경우를 대비해 옵티머스 3D에는 3D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할 때 이를 2D 형식으로 변환하여 보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3D 영상기기의 보급률이 높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2D 영상을 3D로 변환해보면?

옵티머스 3D의 기능 중에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인 2D 영상을 3D로 변환하여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2D 사진이나 동영상 감상 중에 측면의 3D 버튼을 누르면 2D 영상이 입체감이 가미되어 3D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6)
(16)

다만, 이렇게 2D에서 변환된 3D 영상은 아무래도 원래부터 3D로 제작된 영상에 비해 입체감이 훨씬 떨어지며 화질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흥미롭긴 하지만 유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으니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게 좋다.

옵티머스 3D, 과연 잘 팔릴까?

LG전자 옵티머스 3D는 언뜻 보기에는 3D 기능을 제외하면 여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큰 차이점이 없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듀얼코어 CPU에 기반한 고성능을 갖춘 것도 물론 빼 놓을 수 없는 특징이지만, 어차피 듀얼코어 스마트폰은 이미 다른 제품으로도 제법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단순히 3D 디스플레이를 갖춘 것에 지나지 않고, 3D 영상을 내려 받거나 직접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때와 장소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무안경’으로 편하게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는 일반 스마트폰은 물론, 혹은 3D TV나 PC도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다.

 (17)
(17)

문제는 옵티머스 3D의 가치를 확실히 느끼려면 제품 화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각종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3D 영상의 특성상 일반적인 TV나 PC에서 보여지는 광고나 홍보 사진으로는 화면의 입체감을 전할 수 없으며, 휴대용 기기의 특성 상,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제품의 가치를 좀처럼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본 필자는 3D TV 구매를 주변 사람들에게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옵티머스 3D를 사려한다면 쓸만한 제품이라고 확실히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제품이 많이 팔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단순히 TV나 인터넷 광고를 많이 한다고 하여 잘 팔릴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조사인 LG전자가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을 직접 보여주고 만지게 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따라 옵티머스 3D의 성패는 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