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김영우 pengo@itdonga.com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보급으로 인해 PMP가 시장에서 외면 받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다. PMP라는 기기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 봤자 기본 기능인 영화 감상 외에 MP3 음악 재생, DMB 방송 시청 정도인데 스마트폰은 위와 같은 PMP의 기본기능 외에도, 인터넷이나 전화, 화상 통화, 각종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의 설치 및 실행 등 훨씬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MP 업체들이라고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순히 고사(枯死)를 당할 것 같지는 않다. 최근에 나오는 PMP 중에는 스마트폰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제품도 상당수다. 특히 PMP이면서도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탑재, 전화 기능이 없는 것 외에는 스마트폰과 다름 없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유경테크놀로지스의 ‘빌립 P3(와이파이, DMB 탑재모델)’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빌립 P3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지향하면서도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탑재했는데, 특이하게도 ‘윈도우 CE(모바일 기기용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삼성 갤럭시, LG 옵티머스 등에서 사용)’ 운영체제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스마트폰의 탈을 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1)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1)

빌립 P3의 전반적인 형태는 PMP라기보다는 스마트폰에 가깝다. 터치 스크린이 3.7인치이니 같은 화면크기의 삼성전자의 ‘갤럭시 A’나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의 스마트폰과 외형적으로 대단히 유사하다. 심지어 버튼의 구성도 비슷해서 전면에는 홈, 돌아가기, 메뉴의 3개 버튼, 측면에는 홀드와 볼륨 조절, 그리고 상단에는 전원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2)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2)

하단에는 마이크로 20핀 규격의 외부 장치 연결 포트와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있다.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은 최대 32GB까지 지원하므로 내장 메모리 용량(모델별로 8GB / 16GB / 32GB)이 부족하다면 별도의 마이크로 SD카드를 구매해 장착하면 된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3)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3)

윈도우 CE 모드는 전형적인 PMP 기능에 충실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빌립 P3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윈도우 CE(6.0 core)와 안드로이드(2.1) 운영체제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전원을 넣으면 기본적으로 윈도우 CE가 부팅된다. 빌립 P3의 부팅 속도는 15초 정도로 비교적 빠르다. 웬만한 스마트폰은 부팅시간이 1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빌립 P3가 쾌적하다고 할 수 있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4)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4)

윈도우 CE가 부팅된 상태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은 주요 기능별로 구분된 커다란 메뉴바들의 집합이다. 제공되는 메뉴는 음악, 영화, DMB, 포토 뷰어, FM 라디오, 녹음기, 텍스트 뷰어, 영한사전 등이다. 이 상태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최근 나오고 있는 PMP 제품의 전형적인 기능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윈도우 CE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PMP처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어차피 윈도우 CE용 애플리케이션은 종류도 적은데다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제조사에서 처음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일단 동봉된 USB 케이블을 이용해 PC와 연결, 빌립 P3에 각종 동영상을 전송한 뒤 재생해 보았다. 재생해 본 동영상의 규격은 WMV, Xvid 코덱의 AVI, H.264 코덱의 MP4, 그리고 MKV 등이었으며 해상도는 1,280 x 720의 HD급, 1,920 x 1,080의 풀HD급이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5)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5)

재생 결과, 거의 모든 동영상이 무리 없이 재생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DTS 음성 코덱을 사용한 동영상의 경우는 영상만 나오고 음성이 나오지 않았으며,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은 간혹 끊김이 발생하거나 아예 재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어지간한 스마트폰에 비해 한 수 위의 동영상 재생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 하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6)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6)

그리고 빌립 P3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어서 화면의 색감이나 시야각, 반응 속도 등이 기존에 사용하던 LCD에 비해 뛰어나며, 입체 음향 구현에 유리한 SRS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서 음질도 우수한 편이다. 그 외에 지상파 DMB나 FM 라디오 기능도 갖추고 있으니 PMP로서의 성능 및 기능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만 하다. DMB나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어폰을 꽂아 안테나 대용으로 써야 하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런 작은 크기의 제품에 방송 수신 기능까지 넣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안드로이드 모드의 활용성에는 다소의 아쉬움

그렇다면 PMP가 아닌 스마트폰 대용으로서의 빌립 P3는 어떨까? 빌립 P3로 스마트폰 기분을 내려면 안드로이드로 부팅을 해서 사용하면 된다. 처음 전원을 켤 때 측면의 홀드 버튼을 누른 상태로 전원 버튼을 누르면 윈도우 CE가 아닌 안드로이드로 부팅이 된다. 부팅에 걸리는 20초 정도로, 윈도우 CE 모드에 비하면 다소 느리지만 여타의 스마트폰에 비하면 훨씬 빠른 편이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7)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7)

안드로이드로 부팅해보면 초기화면은 언뜻 보기에는 여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모르게 빈약한 느낌이 든다. 일단 전화 통화에 관련된 다이얼러나 주소록 등이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기본으로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매우 적다. 윈도우 CE모드에도 있는 영화 및 음악 플레이어, DMB, 녹음기 등을 제외하면 인터넷 브라우저와 메일 수신 프로그램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안드로이드 모드만의 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며, 윈도우 CE 모드에서는 있던 라디오 및 사전 등은 아예 없어졌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8)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8)

그렇다면 와이파이 통신망에 접속, 새로운 어플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또한 여의치 않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면 기본으로 탑재되는 어플 구매/제공처인 ‘안드로이드 마켓’이 빌립 P3에는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하려면 해당 기기가 구글의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빌립 P3는 구글에서 정한 몇 가지 조건(카메라, GPS 기능 탑재 등)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때문에 빌립 P3에 새로운 어플을 설치하려면 안드로이드 마켓 대신 외부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서 사용자가 직접 어플 설치 파일(apk 파일)을 내려 받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외부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어플은 종류와 수량이 적은 편이고 구글의 인증을 받지 못한 비공식 어플도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9)
PMP와 스마트폰의 이종교배, 빌립 P3 (9)

IT기기의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초보자라면 빌립 P3의 안드로이드 모드는 인터넷 서핑 외의 용도로는 딱히 사용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모드에서는 윈도우 CE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능(라디오, 사전, MPEG-1/2 동영상 재생 등)이 빠져있으므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위주로 쓸 사용자라면 안드로이드 모드 보다는 윈도우 CE 모드 위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이종교배, 시도는 높이 살만

스마트폰의 ‘무한 폭격’으로 초토화되고 있는 PMP시장에 빌립 P3와 같은 ‘이종교배’ 제품이 등장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다만 지적할 점이 없지 않다. 제조사에서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장 많이 강조한 윈도우 CE / 안드로이드 동시 탑재의 의미가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제품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버전도 2.1(에클레어)로 낮은데다가 기능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물론, 그래도 PMP류의 제품이 응당 가져야 할 미덕인 멀티미디어 재생능력이 우수하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기본은 갖췄다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안드로이드 부팅 기능을 덤으로 얹어 여타의 PMP에 비해 활용성을 높이려 했다는 점에 주목할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 이종교배일망정 이러한 시도를 해본다는 것은 제품 개발사로서 분명 희망적인 신호일 수도 있다. 현 제품에 대한 꾸준한 보완 및 지원, 그리고 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후속 제품을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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