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애플의 아이패드 등 최근 다양한 태블릿 PC가 출시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한결 같이 ‘각 기기들을 비교하며 과연 어떤 기기가 더 좋은가?’ 혹은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어떻게 조합해 사용해야 효율적인가?’를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꼭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기존 넷북 시장의 축소다. 태블릿 PC 시장이 커질수록 넷북은 시장에서 점점 도태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1)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1)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과연 태블릿 PC와 넷북이 서로 비교할 대상이 될 수 있는 지다. 성능과 기능에서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엄연히 용도가 다른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태블릿 PC만 놓고 봐도 위 3개 제품은 화면 크기에 따라서 용도 상의 차이가 있다. 10인치 아이패드는 이름 그대로 태블릿 PC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7인치 갤럭시 탭과 아이덴티티탭은 오히려 멀티미디어 기기에 가깝다. 같은 태블릿 PC도 이와 같을진대, 하물며 넷북은 태블릿 PC와 비교해 외형부터 완전히 다르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2)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2)

넷북과 태블릿 PC의 고유 영역

얼마 전, 통계조사기관인 IDC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넷북과 태블릿 PC는 한동안 각각의 영역을 고수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일부에서는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넷북이 사장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지만, IDC는 넷북이 태블릿 PC와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두 제품군이 기능과 성능에서 분명 유사한 점이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각각 다를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3)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3)

IDC의 밥 오도넬(Bob O'Donnell) 부사장은 “태블릿 PC가 넷북을 사장시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관심의 초점이 새로운 기기에 맞춰질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기능과 가격 측면에서 볼 때 소비자들이 이러한 기기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하기 보다 태블릿 PC나 넷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예상의 주요한 근거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가격이다. 소비자는 성능과 용도를 따지기 이전에 가격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넷북은 40~50만 원대이며, 태블릿 PC는 50~100만 원대, 일반 노트북은 100만 원 이상으로 가격 차이가 분명하다(2010년 11월). 즉, 구매 층이 확연하게 나뉠 수밖에 없다. 넷북을 구매하려고 생각했던 소비자가 태블릿 PC나 일반 노트북을 구매하겠노라 선뜻 전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일반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노트북 대신 넷북이나 태블릿 PC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넷북+태블릿 PC 조합으로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4)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4)

또 하나는 성능이다. 넷북은 노트북 계열에서 성능이 가장 낮다. 인터넷 서핑, 720p 이하 일반 화질의 동영상 감상, 문서 작성 등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실상 무리다. 태블릿 PC는 다양한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토대로 한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다. 일반 노트북은 넷북이나 태블릿 PC보다 고성능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또는 작업에 필요한 성능에 따라 제품 선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태블릿 PC가 출시됐다고 해서 넷북이나 일반 노트북의 처리 성능이 절실한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킬 순 없는 법이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5)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5)

전 세계 넷북 시장은 아직도 성장 중

앞서 밥 오도넬 부사장이 말한 대로, 시간이 좀더 흐르면 태블릿 PC로 인해 넷북 시장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는 둔화되겠지만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넷북 출하 대수는 3,780만 대로, 2009년 대비 10.3%의 성장이 예상되며, 향후 4년간 전 세계 넷북 시장은 연평균 4.3%의 성장세를 보여 2014년에는 4,240만 대에 달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지역적으로 볼 때, 남아메리카, 중부 및 동부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넷북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근거로 이 지역의 상당수가 학교 교실에 넷북을 제공하는 교육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확인된 점을 예로 들었다(이 지역의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0% 내외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넷북의 수요층이 아직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이처럼 교육용 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무래도 값비싼 태블릿 PC보다는 저렴한 넷북이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4년까지 미국의 넷북 시장의 성장률은 한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서유럽 시장은 오히려 11% 감소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즉, 태블릿 PC를 구매할 수 있을 경제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넷북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 다만, 태블릿 PC가 넷북을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전까지는 한동안 두 제품이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6)
넷북과 태블릿 PC, 공존할 수는 없을까? (6)

결국 중요한 점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기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 넷북은 넷북대로, 태블릿 PC는 태블릿 PC대로 용도와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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