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시리즈 임원진 내한 인터뷰 “한국 게이머들에게 즐거움 주고 싶어”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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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의 무기가 총이나 칼이라면 게이머들의 무기는 역시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주변기기들이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은 조작이 매우 정밀해지고 복잡해져 입력 장치들의 품질이 게임의 승패를 크게 좌우한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에 최적화된 키보드나 마우스, 심지어는 마우스패드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다수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스틸시리즈(Steelseries)는 덴마크에 본사를 둔 게이머용 주변기기 전문 업체로서, 유럽 및 북미, 대만 등에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다.

그리고 2009년 스틸시리즈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에 IT동아는 2009년 10월 28일, 내한한 스틸시리즈 본사의 임원진들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인터뷰는 브랜드 개발 총괄을 맞고 있는 마크 졸리프(Mark Jolliffe)씨와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코니 츄(Connie Chiu)씨를 만나 이루어졌다.

“전 세계 게이머들을 두루 만족시키고 싶어”

스틸시리즈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코니 츄씨에게 스틸시리즈의 간략한 설명을 부탁했다.

코니 츄: 스틸시리즈는 2001년에 덴마크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게이머용 마우스패드와 헤드셋이었죠. 스틸시리즈는 시작부터 전문 프로게임계에서 일한 인원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카운터스트라이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팀들 중 상위권 팀들의 스폰서를 맡으면서 그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썼죠.

하지만 덴마크에 위치한 회사에서 전세계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마크 졸리프씨의 답변이 이어졌다.

마크 졸리프: 스틸시리즈는 덴마크 외에 대만과 캐나다에도 개발기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1년 반 전에 북미 유수의 게임용 주변기기 전문 업체인 ‘아이디어존(IDEAZON)’을 인수해 개발력을 한껏 높일 수 있었죠. 나라마다 시장의 특색이 각각 다르므로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거점을 가져야 폭넓은 게이머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조금 늦은 한국 시장 진출, 하지만 기대는 크다

스틸시리즈는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한국 시장진출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한국시장 진출이 이제야 본격화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코니 츄: 사실 한국 시장에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사내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없었고, 한국 쪽에 아는 업체도 없었죠.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일반 IT 제품이 아닌 게임 전용 제품의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은 드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 시장에 갖는 기대는 매우 컸다. 특히 한국 게임 시장의 규모와 역동성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마크 졸리프: 아시아의 많은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특히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입니다. 게다가 한국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이나 게임용 주변기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많아 저희들은 매우 기대가 큽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시장의 특성에 적합한 맞춤식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출이 늦은 만큼 확실하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도다.

코니 츄: 유럽도 그렇지만 한국 역시 많은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했죠. 그래서 한국 최대의 e-스포츠 경기장인 ‘인텔 e-스타디움’에 마우스와 헤드셋, 그리고 마우스패드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판매 루트도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온라인 및 오프라인, 그리고 PC방 및 게임 유통사 등으로 세분화해서 준비 중이죠.

조금은 비싼 제품 가격, 그 이유에 대해

다만, 스틸시리즈의 제품은 다소 고가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 진출 초기의 이러한 고가 정책은 제품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판매량 면에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스틸시리즈의 대책은 무엇일까?

코니 츄: 사실 스틸시리즈의 공정이나 제원을 보면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특히 저희들의 차기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킨주(Kinzu)’ 마우스를 예로 들자면, 경쟁사의 제품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차세대 프로세서와 최고 품질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죠. 그리고 마우스 표면 역시 일반적인 우레탄이 아닌 한 단계 더 고급스런 재질로 코팅을 했습니다.

마크 졸리프: 어차피 우리들의 구매자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아닌 게임 매니아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이죠. 하지만 차후 PC방 등의 대량 납품 시장을 위해 포장을 제거한 벌크(bulk) 제품을 내놓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은 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예정

스틸시리즈는 세계 여러 곳에 개발 거점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이런 거점을 설립해 한국 게이머들에게 맞춰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마크 졸리프: 한국에 개발 거점을 설립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언어나 비용 등의 문제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웹사이트를 열어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을 계획을 세웠고, 한 편으론 프로게이머팀들을 후원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코니 츄: 현재 우리들은 서든어택 프로게이머팀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ESU’팀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제품의 테스트를 부탁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은 개성이 강하므로 이들에게 무리하게 사용을 강요하진 않고 있습니다만, 성과는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해외의 경우를 말씀 드리자면, 태국에서 우리들이 후원한 카운터스트라이크팀이 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딱히 꼽을 수 있는 경쟁사는 없어

그렇다면 스틸시리즈가 지금까지 거둔 사업성과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경쟁사를 가장 의식하여 사업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서 스틸시리즈의 임원진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크 졸리프: 일단 구체적인 시장점유율 등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닙니다만,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굳이 경쟁사를 이야기하라면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지텍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만, 게임용 주변기기 분야는 일반적인 IT 분야가 아닌 매우 특수한 시장이므로 이들을 경쟁사라고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이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용 주변기기 시장에 뛰어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죠.

스틸시리즈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인터뷰를 마치며 두 사람은 한국의 게이머들 및 IT동아의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마크 졸리프: 한국을 두 번 방문하면서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캐나다 사람입니다만 한국의 날씨와 음식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사업을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코니 츄: 저도 마찬가지로 한국을 좋아합니다. 특히 화장품의 품질이 좋아서 한국에 올 때마다 많이 구입해가곤 합니다. 업무 측면에서도 보람이 큽니다. 특히, 한국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치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이 기사를 봐주신 여러분들 역시 마찬가지로 저희를 잘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만남으로 스틸시리즈의 임원진이 한국 시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인터뷰 중에 시종일관 한국의 시장 규모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자사의 제품들이 한국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들의 열정에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된다면 주목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듯하다.

글 /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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