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국방의 의무도 기술이 해결한다, 밀리테크(MiliTECH)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국가를 위한 헌신, 대한민국 국방의 의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예외 없이 누구나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4대 의무'인데요.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교육의 의무', '납세의 의무'입니다. 이 중 특히, 젊은 남성에게 해당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지요.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하다 보면 세금이나 의무교육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어요?”, “제 군생활 때는 말이죠”라며 대화하곤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끼리 장소와 나이를 불문하고 군대 이야기로 밤을 지새기도 하죠. 그런데, 그 대화를 듣다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극한의 상황에서 생활했는지, 누가 더 고생했는지 핏대를 세우죠.

그런데 앞으로는 누가 더 최첨단 근무 환경에서 생활했는지, 육체적으로 얼마나 편하게 보냈는지… 대화 주제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율주행', 'UAM' 등 다양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른바 '밀리테크(MiliTECH)'입니다. 밀리테크는 'Military(군사)'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한 방위산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출처: 국방일보
출처: 국방일보

군 생활을 편하게 보냈다고 자랑한다? 상상하기 어렵네요.

사실 국방은 그 어느 분야보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국방력 강화는 많은 국가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말하자면 '스마트 국방'을 원합니다. 미래 전장의 무게 중심은 '어떤 차세대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으로 국방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인항공기인 '드론'도 군사 기술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최초의 드론으로 알려져 있는 '케터링 버그(Kettering Bug)'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조종사 없이 미리 설정한 항로를 따라 자동으로 비행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했죠. 무려 1918년의 일입니다. 무려 100년도 더 지난 일이지요. 국방 분야에서 최신 기술 개발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국방 기술을 모빌리티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율주행 기술 접목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조종하는 사람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전차와 비행기(드론), 무인 스텔스 전차, 지능형 초장사정 포병, 무인 자율 헬기 등이죠.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보잉(BOEING)',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등 세계 굴지의 방산 기업들이 차세대 군수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전 투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펌 'Market and Market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첨단 군수 장비 시장 규모는 2020년 145억 달러(한화 약 17조 4,000억 원)에서, 2025년 242억 달러 (한화 약 29조 원)에 달합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0.7%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말인데요. 앞으로도 첨단 국방 기술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처: 록히드 마틴
출처: 록히드 마틴

실제로 작전에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하는 국가가 있나요?

군사 무기 관련 정보는 국가 기밀로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지요. 그런데, 대외적으로 자국 군사력을 홍보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입니다.

이스라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인구는 850만 명에 불과하지만, 구글이나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무려 300개 이상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인텔이 자율주행 기술 강화를 위해 18조 원 이상으로 인수한 '모빌아이'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입니다.

미국 맨해튼 센트럴 파크 주변을 주행하고 있는 모빌아이 자율주행차, 출처: 인텔
미국 맨해튼 센트럴 파크 주변을 주행하고 있는 모빌아이 자율주행차, 출처: 인텔

이스라엘에는 1979년부터 '탈피오트(talpiot)'라는 군복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죠. 엘리트 과학기술 전문장교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히브리어로는 '끝까지 파고들어 최고의 경지에 오른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탈피오트 출신 중에 무인 정찰기나 로봇 전투원, 드론, 무인 자동차 등 세계 최첨단 군사기술에 이바지한 사람이 많습니다.

완전 자율 주행 군용차를 세계 최초로 실전에 배치한 것도 이스라엘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 7월부터 국경 지역 경계 임무에 도입했죠. 군용차는 시내 도로를 주행하는 민간 자동차와 달리 비포장 도로에서 주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도 많이 피해야죠. 폭발과 같은 힘겨운 상황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주행과는 다른 용도로도 활용해야 합니다. 전시에 병사의 전방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 수행해야 하고, 이동할 때 사전에 안전한 경로를 확보해야 하죠. 정보 수집, 병참 지원, 병사 지원 등 작전도 수행해야 합니다. 즉,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죠.

미국은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가입니다. 탄약부터 시작해 전투기, 항공모함, 사이버 및 우주체계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의 방산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죠. 미국 국방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방산 및 국가 산업에는 1,600개 업체와 8만 6,000명이 개인 회원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인공지능을 적용한 자율 무기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IITP 주간기술동향, '군집 자율형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 및 기술 동향' 참고). 특히, 다양한 군집주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험하는데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UGV(무인지상차량) 250대와 UAV(무인항공기)를 동시에 협동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군사용 드론 수백 대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UGV를 활용하는 실험도 했고, 드론 수십 대의 정보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어 임무 실험도 성공했죠.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기술이라 너무 신기하네요.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해 군수품을 만드는 대표적 기업은 어디인가요?

DH-82 Queen Bee, 출처: 필자 제공
DH-82 Queen Bee, 출처: 필자 제공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BAE 시스템즈(BAE Systems)'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방산 업체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미국과 중국 기업 9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곳이 유일한 영국 기업, BAR 시스템즈입니다. BAE 시스템즈의 전신인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현재 군사용 드론의 시초로 꼽히는 'Queen Bee'를 만든 '드 하빌랜드(de Havilland)'의 이름도 접할 수 있습니다. 무인 항공기 기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요.

마그마(MAGMA), 출처: 필자 제공
마그마(MAGMA), 출처: 필자 제공

지난 2019년, BAE시스템즈는 '마그마(MAGMA)'라는 비행기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비행기는 기동을 위해서 '에일러론', '플랩', '러더', '엘리베이터'라고 불리는 다양한 '조종면'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날개를 보면, 위아래로 움직이는 덮개를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게 바로 조종면입니다. 그런데, 마그마에는 조종면이 없습니다. ‘조종면이 없는(Flap-free)’ 비행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어요.

마그마 관련기술 인포그래픽, 출처: 필자 제공
마그마 관련기술 인포그래픽, 출처: 필자 제공

마그마는 두 가지의 신기술로 하늘을 납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보는 '날개 없는 선풍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Wing Circulation Control'인데요. 비행기 엔진의 공기를 날개 뒷전의 얇은 틈 사이로 보내고, 이를 초음속 유동으로 변환 출력해 항공기를 제어하죠. 두 번째 기술은 'Fluidic Thrust Vectoring'으로 비행기 하단 부분 공기 흐름으로 유동을 제어합니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인데, 결론은 조종면을 없애기 위한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조종면을 없애면 비행기를 더 가볍고 공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고, 조종면 사이의 틈을 제거해 스텔스 성능을 향상할 수 있죠.

BAE 시스템즈는 미 공군이 진행하는 무인 인공지능 전투기 프로젝트 '스카이보그(Skyborg)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군사 강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글로벌 군사력 평가 전문 사이트 'Global Fire Power(GFP)'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군사 강국이죠. 이에 걸맞게 국방부는 지난 2018년 '국방개혁 2.0'을 발표하고 2019년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출범했어요. 추진단은 ‘자원 제약 극복과 미래 전장 환경 적응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출처: Global Fire Power(GFP)
출처: Global Fire Power(GFP)

국내에서 손꼽히는 방산 기업은 ‘한화그룹’과 ‘LIG넥스원’ 등이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한화디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이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잠수함과 민간 위성,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산 장비와 시스템을 만듭니다. LIG넥스원은 정밀유도무기와 소형 무인 헬기 기술 등에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화물수송용 무인 드론과 무선통신 기술 등을 개발합니다. 이 외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한화디펜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출처: 필자 제공
한화디펜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출처: 필자 제공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실제 작전에 투입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윤리적 문제입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무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죠. 국방 기술은 발달할수록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인공지능 살상 무기'에 가깝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행위를 기계에 맡긴다는 행위잖아요. 윤리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초, 리비아 내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자폭 드론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학습 데이터에 따라 확증 편향을 가진다’고 한계를 지적했죠.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가 생각납니다. 영화 속에서 테러 위험을 막기 위해 무인 조종기가 출동해 폭격을 준비하는데요. 폭격하려는 순간 폭격 지점에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논쟁을 시작합니다. 전쟁 윤리에 대한 질문이죠.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예고편 스크린샷, 출처: 네이버TV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예고편 스크린샷, 출처: 네이버TV

그러나 이미 첨단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고자 하는 연구는 막기 어렵습니다. 많은 나라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비는 분명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학계 등이 공동으로 윤리 규범을 논의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인공지능의 안전성과 경제적, 인도주의적 관점, 개인정보 취급 문제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국제법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지게 만드는 강력한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킬링(killing)'보다는 '힐링(healing)', 나아가 인간다운 삶을 '쉐어링(sharing)'하는 시대가 오면 좋겠네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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