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리뷰에 속수무책인 점주, "플랫폼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때"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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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쁘게 올릴 테니 서비스로 OOO 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배달업계는 어느 때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배달 앱 리뷰를 둘러싼 점주와 고객 간의 갈등도 덩달아 커졌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낮은 별점을 줘 평점을 깎는 ‘배달 갑질’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배달 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가운데 리뷰·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74.3%였다.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63.3%에 달했다. 리뷰와 별점이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에게도 자기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뷰 제도의 필요성

일각에선 리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뷰 제도를 악용해 갑질하는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가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허위 리뷰로 인해서 리뷰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점주들은 허위 리뷰를 대행하는 업체를 이용해 본인 음식점에 유리한 리뷰를 얻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실제 이용하지도 않은 음식점을 대가를 받고 이용한 것처럼 가장해 허위 리뷰를 올린다.

지난 5월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에 허위 리뷰를 쓴 업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8년부터 리뷰를 조작한 업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업자는 다수의 후기 조작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총 350회에 걸쳐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

또한, 타 경쟁업체가 주문 후 악의적인 리뷰와 별점 1점을 남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정 가게에 별점 테러를 하면 돈을 준다면서 심부름 앱으로 사람을 모으기도 하지만, 이러한 별점 테러는 정확한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 대응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반면, 자영업자에게 리뷰와 별점 제도는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이며, 물건을 구매한 후 칭찬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반발도 나온다. 건전한 비판은 음식이나 물건의 품질 제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리뷰와 별점을 통해서 비위생적이거나 맛없는 식당을 파악하는 소비자들도 많으므로, 무조건 리뷰 제도를 없애는 것만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악성 리뷰를 막기 위해 칼을 뺀 정부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악성 리뷰 등으로 피해를 겪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책 방안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방통위는 ‘플랫폼 서비스 리뷰·별점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시 사업자의 가이드라인 준수사항에 가점이나 감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방통위는 앞서 쿠팡·네이버쇼핑·배달의민족 등 9개 배달·쇼핑 플랫폼 사업자를 올해 전기사업통신법상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방통위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이용자의 원스톱 피해구제도 추진한다. 플랫폼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사례를 모두 접수해 방통위가 직접 대응하거나 소관 기관과 기구에 신속하게 연계한다. 반복 발생하는 피해사례를 분석해 ‘AI 기반의 챗봇 상담’을 제공하고, 축적된 상담사례는 「인터넷 피해 핸드북」 발간 및 향후 제도개선 사항 발굴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개정안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과장이나 기만성 정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 내용과 절차 등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화한다.

이와는 별도로 방통위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 사업자의 거래와 관련해서 구체적 권리와 의무사항을 명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플랫폼의 적극적인 중재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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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악성 리뷰에 대응하려면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윤희 교수는 “점주가 리뷰를 부당하다고 판단할 때, 점주와 리뷰를 쓴 소비자를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차원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위한 자리에서, 점주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보단 관련 전문가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고소로 인해 소비자의 비판 등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은) 현재 리뷰 문제로 인해서 많은 점주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비극적인 일이 반복돼선 안 되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악의적인 리뷰를 올리는 사람에 한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플랫폼이 리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점주에 대한 인신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플랫폼이 고소할 수 있는 것은 허위 리뷰이지, 악성 리뷰가 아니다. 허위 리뷰는 공정한 경쟁을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한 행위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악의적인 비난 등의 리뷰는 점주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지, 플랫폼에서 고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리뷰도 온라인상 저작물이기 때문에,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다. 그래서 플랫폼이 임의로 삭제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신,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주장할 때 점주가 먼저 리뷰 게시를 중단해달라는 접수를 할 수 있다. 신고서가 접수되면 해당 리뷰를 30일간 다른 이용자가 보지 못하게 막는다. 리뷰를 삭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미동의할 경우 중단일로부터 30일 후에 재노출된다.

쿠팡이츠 측은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할 것”이며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조속히 도입하고, 악성 리뷰가 노출되지 않도록(블라인드 처리) 신고하는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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