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기능 추가로 더 강력해진 '오큘러스 퀘스트2'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천적이 없어 먹이를 독식하며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생물들을 일컬어 ‘생태계 파괴종’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존재를 지칭할 때 흔히 쓰인다. VR 기기 분야에서 페이스북이 내놓은 오큘러스 퀘스트2가 생태계 파괴종이다. 경쟁 기기와 비교해 가격은 절반 수준인데, 성능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더 무서운 점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점점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 (출처=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출처=페이스북)

페이스북 측은 지난 13일 오큘러스 공식 블로그에서 '에어 링크' 기능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에어 링크 기능은 오큘러스 퀘스트2의 가성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에어 링크는 퀘스트2 헤드셋을 PC와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올인원 헤드셋인 퀘스트2는 단독으로 이용할 때는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퀘스트 전용 앱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PC와 연결하면 PC에서만 실행되는 VR 게임이나 앱들도 퀘스트2로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퀘스트2는 공식적으로는 USB 케이블을 이용한 유선 ‘링크’ 기능만 지원했다. 무선으로 PC와 연결하기 위해선 ‘버추얼 데스크톱’ 같은 유료 앱을 따로 구매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로 유료 앱을 쓸 필요 없이 기기 자체에서 바로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HTC의 VR 기기 ‘바이브’는 40만 원이 넘는 무선 킷을 따로 사야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퀘스트2의 무선 기능 업데이트가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이브 무선 킷 가격이 퀘스트2 본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에어 링크, 직접 써보니…

먼저 오큘러스 PC 앱 설정에서 에어 링크를 켜야 한다
먼저 오큘러스 PC 앱 설정에서 에어 링크를 켜야 한다

에어 링크 기능을 이용하려면 우선 PC와 퀘스트2 헤드셋 모두 ‘V28’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업데이트 후 PC 오큘러스 앱 설정 화면의 베타 항목에 ‘Air Link’이 표시된다. 퀘스트2 헤드셋에서도 설정을 열고 ‘테스트’ 기능에서 에어 링크 기능을 먼저 켜줘야 한다. 그러면 설정의 빠른 메뉴 항목에 에어 링크 메뉴가 활성화되는데, 처음 페어링 과정만 거치고 나면 언제라도 에어 링크를 켤 수 있다.

참고로, 에어 링크를 사용하려면 PC와 퀘스트2가 ‘같은 네트워크’로 묶여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같은 공유기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유기는 최소 ‘AC1200’급 이상은 되어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오큘러스 헤드셋에서 에어 링크 기능을 켠 뒤 PC와 페어링을 마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오큘러스 헤드셋에서 에어 링크 기능을 켠 뒤 PC와 페어링을 마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일단 에어 링크 기능을 켜고 나면 유선으로 링크를 켰을 때와 똑같은 화면이 뜬다. 차이는 선의 유무밖에 없다. 화질이나 레이턴시는 PC 성능이나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같은 환경에서 버추얼 데스크톱 앱으로 무선 연결을 했을 때보다 더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컨트롤러를 움직일 때도 지연이나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다만 단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링크 UI가 굉장히 불편하고 굼뜬 편이라서 조작할 때 답답할 수 있다. 링크 UI를 사용할 때는 게임을 실행할 때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버추얼 데스크톱의 간결하고 빠른 UI와 비교하면 아쉽다.

 에어 링크 기능을 활용하면 '하프라이프: 알릭스' 같은 VR 게임을 무선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에어 링크 기능을 활용하면 '하프라이프: 알릭스' 같은 VR 게임을 무선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더 무시무시해진 가성비

그동안 오큘러스 퀘스트2 이용자들 사이에서 버추얼 데스크톱은 필수 앱으로 꼽혔다. 무선 연결을 한 번 체험하고 나면 다시는 선을 꽂고 VR 기기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27,000원짜리 유료 앱을 사야 쓸 수 있던 기능이 기본 제공 기능이 됐다. 안 그래도 압도적으로 좋았던 가성비가 더 좋아졌다.

에어 링크 기능은 아직 테스트 기능이지만, 추후 업데이트에서 기능 개선과 안정화를 거친 뒤 정식 기능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이전에도 ‘핸드트래킹’ 같은 기능을 테스트 기능으로 먼저 도입한 뒤 정식으로 출시했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에어 링크 기능의 성능, 화면 품질을 높이는 건 물론, 덜 이상적인 무선 환경에서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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