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다시 한번 움트는 가상현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5년 이후 국내 가상현실(VR) 업계 상황은 좋지 않았다. VR 플랫폼, VR 저작도구, VR HMD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위기와 함께 ‘국내 VR 시장은 끝났다’라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전화위복처럼, VR 콘텐츠 시장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VR을 활용한 게임, 소셜 플랫폼, 교육 콘텐츠, 문화/예술 콘텐츠 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VR은 미래를 변화시킬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항상 꼽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제조사마다 다른 HMD, 통일화되어 있지 않은 VR 운영체제, 원활한 VR 실행을 위해 필요한 고성능 PC, 부담스러운 가격, 아직 매끄럽지 못했던 VR 제작 기술, 현실과 VR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멀미 현상), 대표할만한 킬러 타이틀의 부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만 쌓였다.

지난 2020년 3월, 밸브(Valve)가 출시한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신작 '하프라이프: 알릭스(Half-Life: Alyx)' 출시가 전환점을 만들었다. 스팀을 통해 선보인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출시 일주일만에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매출을 달성, 출시 한달 뒤에 4,070만 달러(한화 약 480억 원)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출시 두달 후 거둔 매출은 1억 2,000만 달러다. 한화 약 1,410억 원에 달하는 수준. VR 게임으로 한정할 경우,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매출은 기념비적인 성과다.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미지, 출처: 밸브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미지, 출처: 밸브

가상현실을 향한 관심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가져온 변화는 VR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자택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실감나는 VR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담스러운 고가의 HMD를 구매하는 사용자가 늘었다. 4월, VR HMD을 보유한 스팀 사용자는 1.29%에서 1.91%로 50% 증가했고(약 200만 대),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통해 VR을 접하는 사용자가 등장했다.

2019년 5월 21일, 오큘러스는 VR HMD ‘오큘러스 퀘스트’를 출시한 뒤 2019년말까지 누적 판매량 400만 대를 달성한 바 있다. 실제로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 이후 VR 스토어 ‘오큘러스 스토어’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Digi Capital, 삼성증권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대표적인 VR/AR HMD 출시와 함께 VR에 대한 투자는 크게 늘었다. 그만큼 올해 VR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VR/AR 관련 투자 추이, 자료 제공: 브래니(VRANI)
VR/AR 관련 투자 추이, 자료 제공: 브래니(VRANI)

그리고 지난 2021년 2월 2일, 페이스북과 SK텔레콤이 협력해 국내에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 첫날 국내에서 4,000대 이상 판매, 사흘만에 국내 1차 물량을 소진했다. 전작보다 가볍고 무선 일체형인데다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퀄컴 XR2 칩셋을 탑재해 기존 제품보다 처리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디스플레이는 양쪽 모두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콘텐츠와 기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 출처: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출처: 페이스북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설 연휴를 맞이해 전국 국립과학관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동안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과학 콘텐츠와 온라인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2월 10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관’을 마련하고, 전국 5대 국립과학관에서 열리는 7개의 특별전시 VR영상을 제공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VR영상은 ‘근대과학의 태동, 갈릴레오와 뉴턴’, ‘호모 인포매티쿠스’, ‘기후위기 당장 행동하라’, ‘생물의 이동과 적응’, ‘인간의 삶’, ‘돌아온 공룡’, ‘플라스틱? PLASTIC!’ 등이다.

출처: SK텔레콤
출처: SK텔레콤

아이러니하게도, VR은 낯설지 않은 콘텐츠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과거 '실감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여러번 등장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IT 인프라 향상으로 VR을 접하는 형태만 조금씩 변화했을 뿐, 차세대 콘텐츠 중 하나라는 평가는 유효하다. 이제 다시 가상현실 속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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