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논란, '넷플릭스법' 대체 뭐길래

강화영 hwa0@itdonga.com

[IT동아 강화영 기자] 팬데믹 시대에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OTT) 서비스 '넷플릭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구독자 1억 9,500만명을 새롭게 확보하며 코로나 19 특수를 누렸다. 그다지 성과가 없었던 토종 OTT 업체 웨이브 등과 달리 국내에서도 유일하게 성장이 뚜렷했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2016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재작년 말부터 한국 방송통신 시장 '판'을 바꿨다. 국내 콘텐츠 전문가 대부분이 예상치 못한 성공이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한국인은 VOD와 OTT 서비스를 정액제로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넷플릭스를 많이 쓰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티비엔(tvN)과 공동 방영한 '미스터 선샤인'에 이어, 독점 공개한 '킹덤'까지 현지 입맛에 맞는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s)' 전략과 '독점 콘텐츠(original contents)' 전략을 뒤섞어 한국인 가입자를 보란듯 끌어모았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동영상 트래픽 규모는 7377.4테라바이트(TB)로 5년 전인 2015년 4분기(2112TB)보다 약 3.5배 증가했다. 이를 두고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 통신사 측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해외 CP(콘텐츠제공사업자)도 국내 망 품질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SK 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증설한 자사 망을 무료로 이용하며 혜택을 누린 대가를 내라며 아직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년간 해외 CP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8,000억~9,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는 한국까지 콘텐츠를 가져오는 국제 망은 해외 CP 관리 아래 있지만, 국내 망 증설과 운영은 국내 ISP가 담당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망 이용료를 지불할 의무도 채무도 없다는 뜻을 고수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넷플릭스 망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나섰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붙은 별명이 그래서 '넷플릭스법'이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CP 때문에 망 부담이 늘어나니 CP도 자기 영역 안에서 망 품질 유지와 관리에 힘쓰도록 의무를 부과한 게 골자다. 국내 망에 대한 책임이 없던 해외 CP를 규제해서 국내외 CP가 평등하게 경쟁하도록 만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법 개정을 이유로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료를 강하게 주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자사 인터넷TV(IPTV)에 플랫폼 인 플랫폼(PIP) 형태로 넷플릭스를 서비스한다.

이어지는 논란, '넷플릭스법'이라 하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뭐길래?

ISP. 출처=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ISP. 출처=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정부는 지난 9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국내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다. 주요 내용은 ▲ 트래픽 집중을 막기 위한 서버 다중화 ▲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 ▲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자체 가이드 마련 ▲트래픽 경로 변경시 ISP와 협의해 사전 통지 ▲ 이용자 요구 사항 처리다.

즉 CP는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막고,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 오류를 방지할 의무를 갖는다. 또한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통신사(ISP)와 협의해야 한다. 한마디로 서비스 안정을 유지해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의미다. 위반시 처벌 규정은 시정명령과 과태료 2,000만원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외 CP에게 똑같이 서비스 안정 유지 의무를 전가하는 꼴이라 국내 CP 반발이 거세다. 해외 CP보다 트래픽 양이 10배 이상 적은데도 ISP에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까지 내는 국내 CP를 해외 CP와 동일 선상에 두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토종 콘텐츠 시장이 발목 잡힐 우려가 있다.

이는 정부가 시행령에서 '이용자 수'와 아직 산정 기준도 없는 '트래픽 양(인터넷 데이터 유통량)' 1%를 적용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페이스북,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CP인 '네이버', '카카오'까지 5개사가 두 개 조건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 법은 서비스 안정이 기본 조건이라 넷플릭스가 우려하던 '망 이용료 부담' 관련 규율이 없다. 다만 통신사(ISP)가 국내 CP만 내던 망 이용료를 해외 CP에게도 망 품질 유지 명목으로 요구할 근거는 생겼다.

결국 통신사(ISP)만 명확히 이득을 보는 상황이다. 코로나 19 이후 트래픽이 급증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통신사(ISP)가 국내 CP에게도 더 많은 망 이용료를 요구할 여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CP는 서비스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에 대해 통신사(ISP) 측은 '국내 CP에게 부담이 추가될 일은 없다', '오히려 해외에게 CP 부담이 늘어 국내 CP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즈니플러스까지 국내 진입할 내년에는…

출처=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출처=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잠이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2017년 4월 '넷플릭스 가입자 수 1억명 돌파' 성과를 달성한 뒤 남긴 말이다. 넷플릭스에 대적할 경쟁사가 없다는 뜻이다.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무섭게 뒤따라 잡는 올해는 어떨까. 지난 9월 리드 헤이스팅스는 국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디즈니와 유튜브 모두 훌륭한 회사이지만, 넷플릭스는 경쟁사보다 세계 구독자에게 집중하며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내셔널 지오그래픽, 마블 등 다양한 자사 계열사 콘텐츠를 보유한 OTT다. 구독자는 12월 2일 기준 8,680만명. 현재 미국 포함 30개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지난 10일(현지시간) '투자자 데이(Investor Day)' 행사에서 내년 국내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내년에는 해외 CP인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3사가 국내 트래픽(데이터 이용량) 급증을 유발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12월 10일부터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구글은 지난 14일 45분 동안 일어난 서비스 접속 장애를 미리 막지 못해 개정법을 적용받는 첫 타자다. 시행령 적용 기준인 이용자 수, 데이터 트래픽 관련 논란이 큰 만큼, 공정한 법 운영으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강화영 (hwa0@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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