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온넷 김주혁 대표 "스마트(IoT) 시장,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진출 가능"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출시되는 가전제품은 ‘스마트’가 아닌 게 없는 것 같다. 손목시계나 체중계, 공기청정기 같은 소형 제품부터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등의 대형가전에도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은 인터넷 접속을 통해 원격 제어나 자동화, 그리고 제품 간의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 체중계로 사용자의 신체 상태를 분석한 후 건강관리 앱에서 운동 코스를 추천하기도 하고 오늘의 미세먼지 상태에 따라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켜지거나 꺼지기도 한다.

(주)애니온넷 총괄사장 김주혁 대표 (출처=IT동아)
(주)애니온넷 총괄사장 김주혁 대표 (출처=IT동아)

이런 스마트 제품의 전성기를 연 건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IoT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모듈(와이파이, 블루투스, 지그비 등)이 소형화, 정밀화 된 데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모듈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게다가 이미 IoT 기반 스마트 제품의 설계 기반이 되는 표준 플랫폼이 업계에서 다수 공유되고 있는 상태라 맘만 먹으면 어떤 기업이건 어렵지 않게 스마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영향력이 강해진 기업이 바로 투야(Tuya)다. 투야는 IoT 모듈을 생산하며, 이를 이용한 각종 스마트 제품의 플랫폼, 그리고 제품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파트너사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투야가 보유한 제품 플랫폼은 500여 종류 이상이며,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파트너사는 전세계 18만여개에 이른다. 브랜드는 다르더라도 시중에 팔리는 IoT 제품 중 상당수는 투야의 기술이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투야는 한국 지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현지의 파트너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 ㈜애니온넷(AnyOnNet)은 투야의 플랫폼 파트너사 중 한 곳으로, 한국 기업들의 IoT 기술 도입 및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업체다. 취재진은 애니온넷 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김주혁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투야 IoT 플랫폼의 이모저모, 그리고 IoT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Q1. 본인 및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예전에 주식회사 대우의 전자정보본부에 입사해 종합상사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IMF 사태를 즈음한 1998년에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부터는 소니 한국 지사 등에서 근무했다. 계속 제품 수출입 관련 업무에 종사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반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애니온넷을 설립하게 되었다.

Q2. 투야의 플랫폼 파트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예전부터 IoT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는 감을 못 잡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독일의 지인이 투야를 소개해줬다. 투야의 독일 법인이 상당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투야 본사 건물도 방문했는데 500여평 규모의 쇼룸에 온갖 IoT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미국, 영국, 러시아 등에서 온 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서울의 애니온넷 본사에 마련한 간이 쇼룸도 투야 본사 쇼룸을 어느정도 참고한 것이다.

애니온넷 간이 쇼룸에 전시된 투야 기반 스마트 제품들 (출처=IT동아)
애니온넷 간이 쇼룸에 전시된 투야 기반 스마트 제품들 (출처=IT동아)

Q3. 투야가 다른 IoT 기업 대비 가진 강점은?

: 무엇보다도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을 파는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지그비(ZigBee) 등의 IoT 모듈 외에 각종 IoT 제품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제공하며, 상당히 개방적으로 플랫폼을 공유하며 성장하고 있다. 투야와 거래하는 기업이 전세계 18만여개에 이르며 그들을 통해 10만가지에 이르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제품들이 모두 같은 클라우드에서 구동 가능하며 이 와중에 쌓은 빅데이터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PC 시장의 ‘인텔(Intel)’과 같은 역할을 IoT 시장에서 투야가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인텔 플랫폼이 적용된 PC에 ‘Intel Inside’ 로고가 붙는 것처럼 투야의 Io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제품에 ‘Powered By Tuya’ 로고가 붙기도 한다. 물론 이 로고의 적용 여부는 제조사의 선택이므로 로고가 없는 경우에도 투야 기반 제품인 사례가 많다.

Q4. 투야 플랫폼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 투야 기반 제품의 가격은 비싸거나 쌀 수도 있다. 제품의 가격정책은 제조사 및 판매사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야에서 공급하는 IoT 모듈의 가격 자체는 상당히 저렴한 게 사실이다. 이건 성능이나 기능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파트너사들과 상생하며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대하고자 하는 투야의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Q5. 현재 시중에 팔리는 스마트 제품군 중에 투야 플랫폼이 적용된 사례는?

: 각 기업들의 사정 때문에 상당수 드러나지 않은 브랜드도 있지만 지금 당장 투야 홈페이지에 공개된 파트너사의 목록 중에는 지멘스, 드롱기, 에이수스, 레노버, 월풀, TCL, 금호타이어 등의 유명 브랜드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전등, 도어록, 반려동물용 급식기, 히터, 헬스케어 제품군 등 우리들이 쓰는 상당수 제품에 이미 투야 솔루션이 탑재되었다.

참고로 투야는 자사의 IoT 모듈을 팔면서 투야의 클라우드나 애플리케이션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이게 강제사항은 아니라서 일부 기업에선 투야 모듈을 탑재한 제품이면서도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다른 클라우드에 대응하거나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투야의 레퍼런스(기본) 서비스를 적용하는 건 대개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애니온넷 간이 쇼룸에 전시된 투야 기반 스마트 제품들 (출처=IT동아)
애니온넷 간이 쇼룸에 전시된 투야 기반 스마트 제품들 (출처=IT동아)

Q6. 애니온넷의 주요 업무는?

: 우리는 투야의 한국내 플랫폼 파트너다. 투야는 한국 지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야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 기업 중 투야 플랫폼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 기업이 투야의 모듈이나 투야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여기에 한국 기업의 아이디어를 적용해 가치를 높인 후 이를 국내에 팔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과정을 도울 수 있다. 그 외에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개발도 지원할 수 있는 인력도 보유했다.

Q7. 주로 어떤 고객들을 상대하는가?

: 제조업체나 유통회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건설회사 등 매우 다양하다. IoT라는 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건설회사는 IoT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공장, 스마트농장 등을 구상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한 것이 투야 플랫폼의 장점인데, 본인이 예전에 종합상사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관련 기업들끼리 연결을 해주기도 한다. 만약 스마트 체중계 사업을 한다고 하면 헬스케어 전문 업체에서 앱을 공급받도록, 유통사를 통해 제품 수입 경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계할 수 있다.

Q8. 한국 IoT 시장의 가능성은?

: 제품을 단순히 빨리 만들어 파는 걸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런 역할은 지금 중국 기업들이 하고 있다. 대신 한국 기업들은 아이디어가 좋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는 하드웨어 생산 능력이 없어도 투야 기반 제품 생산업체 중 한 곳과 계약을 한 후, 자사의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미해 자사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이미 플랫폼은 준비되어 있으니 한국 업체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 싸움에 집중하면 된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특히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의 경우, 유선 인프라 구축과정 없이 곧장 무선 시장으로 넘어간 경우도 많은데 이런 곳에 IoT의 도입이 오히려 용이할 수 있다.

(주)애니온넷 총괄사장 김주혁 대표 (출처=IT동아)
(주)애니온넷 총괄사장 김주혁 대표 (출처=IT동아)

Q9.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사실 애니온넷의 홈페이지가 다소 썰렁하다는 지적을 종종 듣는다. 투야 플랫폼 기반 제품이 10만개에 이르는데 이를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으니 제품 소개 대신 ‘가능성’을 강조하는 철학적 설명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꾸몄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Imagination’, 그리고 장애인이나 노인, 반려동물 등의 취약한 이들에게 IoT가 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Love’다. IoT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다면 우리가 그 해답을 제시해 드리고자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