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글과 컴퓨터, '한컴구름'으로 운영체제 시장에 도전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0년 1월 14일, 윈도우 7 운영체제에 대한 공식 지원이 종료됐다. 기존에 윈도우 7을 계속 사용할 순 있지만, 더 이상 업데이트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관련 기술 지원이나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개인 용도에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PC라면 그대로 윈도우 7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기업, 정부 같은 기관이라면 윈도우 7 이용을 중지하고, 보안 업데이트가 지원되는 다른 운영체제를 이용해야 한다.
이미 윈도우 7 종료가 예정돼있던 수순이었던 만큼, 정부 역시 윈도우 7을 대체할만한 운영체제 개발을 준비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운영체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제작한 '하모니카OS',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구름OS'가 있다. 민간에서는 티맥스소프트가 개발한 티맥스OS, USB에 담아쓰는 웨인OS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운영체제가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제작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개발 주체에 따른 특색이나 도입 과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므로 운영체제에 따른 개성은 분명하다. 오픈소스 특성상,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것 역시 특징인데, 지난 7월 15일에는 구름OS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가 한컴구름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IT동아가 직접 해당 OS를 설치하여 구성을 확인해보았다.
한컴구름, 구름OS랑은 무슨 차이인가?
한컴구름은 데비안 리눅스를 바탕으로 만든 개방형 운영체제로, 웹서핑을 위한 구름 브라우저부터 이미지 뷰어, 동영상 플레이어, 압축 프로그램, 메모장, 계산기 등의 기본 애플리케이션과 구름OS에 포함된 보안 기술(▲신뢰부팅 ▲실행파일 보호 ▲운영체제 보호 ▲브라우저 보호)도 함께 제공된다.
리뷰를 위해 두 플랫폼 모두 사용해보니, 한컴구름쪽이 좀 더 사용자친화적인 그래픽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한컴구름은 중앙관리설루션인 '구름 플랫폼 매니지먼트 시스템(GPMS)'를 제공해 클라우드 기반 PC나 망분리PC 관리에 수월하다. 구름OS가 정부기관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컴구름은 일반사용자용으로도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메인 화면에서 좌측, 우측 하단을 누르면 기본 설정 화면이 뜬다. 좌측 하단에는 검색을 비롯해 프로그램, 보조 프로그램, 시스템 도구, 오피스, 멀티미디어 등의 기능을 빠르게 불러올 수 있다. 우측 하단 메뉴는 장치 상태와 밝기, 음량 조절 등을 간단히 표기해준다. 참고로 구름OS는 한영 전환이 우측-ALT 키가 아니라 시작부터 한영전환이 까다롭지만, 한컴OS는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돼 시작부터 한영키를 깔끔하게 쓸 수 있다.
운영체제 내부의 설정을 통해 기기 및 운영 체제의 자세한 설정을 적용할 수 있다. 설정에서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배경, 글꼴, 테마, 지역 및 언어, 접근성, 개인정보, 소리, 전원, 네트워크, 장치, 자세히 보기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각 설정 별로 필요한 기능을 찾아서 설정하면 된다. 윈도우의 '제어판'과 같은 기능이라고 보면 되지만 제어판처럼 세부적인 부분까지 지원하지는 않는다.
오픈소스인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 답게, 리눅스 용으로 출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이 제공된다. 인앱 결제가 필요한 유료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다수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쓸 수 있다. 기본 포함된 멀티미디어 감상 기능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외에 추가로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싶다면 직접 '소프트웨어'에서 프로그램을 검색 후 설치하면 된다.
리눅스 불모지인 한국··· 호환성은 다소 애매해
운영체제의 핵심은 호환성이다. 본인이 평소 쓰는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더라도, 제삼자가 보낸 정보를 본인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특정 정보를 보낼때, 그 사람 컴퓨터에서 이 자료가 문제없이 열람할 수 있는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윈도우의 확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눅스는 윈도우와의 궁합이 좋지 않은데다가, 국내 환경에서도 이용자가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실사용 측면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한컴구름에서 PDF 파일을 열어보았다. PDF 파일은 브라우저로도 열리는 파일 형식이라서 구름 브라우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DOCX(워드)문서는 압축파일로 인식해 정상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압축을 풀면 파일 내부 데이터가 쪼개져 있을 뿐이다. 이 부분은 리브레 오피스를 설치하는 식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정작 순정OS 상태로 한컴오피스의 HWP 파일이 안 열린다. 한컴오피스 Web을 활용하면 문서를 열 수 있지만, 좀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웹서핑이나 멀티미디어 감상은 문제가 없지만, 부가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한 대목은 난감하다. 우리나라의 절대다수의 온라인 서비스가 윈도우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라 웹 기반이 아닌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정부 기관의 온라인 민원의 중심축 역할인 정부24만 하더라도, 별도 안내 페이지를 참조하라 해놓고 페이지가 연결돼있지 않을 정도다. 시중 은행 역시 서드파티 앱 설치 페이지로 안내하지만 정상적으로 설치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스마트폰과 연계해서 인증하는 부분은 제한적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다.
아쉬운 점 많지만, 간단한 용도로는 나쁘지 않아
일반 사용자 입장이라면 구름OS, 한컴구름 모두 지금 상태로 윈도우7의 대체재로 사용 하기엔 애매하다. 리눅스 자체가 윈도우랑 다르다 보니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진입 장벽이고, 세세한 부분에서 고쳐야 할 점이 많다. 기본 설정에서 한영 전환이 오른쪽 ALT가 아닌 다른 키로 설정돼있다거나, 소프트웨어를 설치에 성공했는데도 미지원 소프트웨어라는 팝업이 뜨는 등의 문제다. 리눅스나 새로운 운영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작업자라면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이미 구름OS는 우정사업정보센터에서 인터넷 망분리 PC 환경으로 구축됐고, 경찰청 재난안전통신망 치안업무용 무선말기나 해군사관학교 공공 클라우드 기반 원격교육 시스템에 도입돼있다. 공공기관 중심으로 윈도우 7 교체 수요를 끌어오고 있는 것인데, 국산 소프트웨어가 외산 소프트웨어를 대체한다는 점만 놓고 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활용도까지 놓치지 않아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