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중 와이파이로 속도와 안정성을 잡다, 링크시스 MR9000X
[IT동아 남시현 기자] 온라인 시장 조사 업체 뉴주(Newzoo)는 올해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가 약 1,59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모바일 게임은 전체 48%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가장 인기있는 게임 시장이 될 전망이며, 28%를 콘솔 게임이, 남은 23%를 PC 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도 9.3%에 달하는 성장세며, 게임 시장 향후 e스포츠 시장이나 게임 시장에도 꾸준히 영향을 줄 것이다. 한편, 게이밍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컴퓨터 및 네트워크 하드웨어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항목은 데스크톱 CPU와 그래픽 카드를 비롯한 컴퓨터 부품, 그리고 공유기다. 지금까지 공유기는 게이밍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아 구매 우선순위는 낮았었다. 특히 데스크톱으로 게임을 즐길 경우, 유선 네트워크가 기본처럼 여겨져 공유기의 주목도가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과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고성능 공유기를 사용해야 스마트폰과 노트북, 데스크톱 모두 만족하는 네트워크 성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성 있는 와이파이5에 고성능을 부여하다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인 링크시스(Linksys)도 게이밍 공유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래 게이밍 공유기 시장은 게이밍 하드웨어에 강세인 대만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보안이나 미국 기업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게이밍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링크시스 MR9000X도 이러한 시장 배경 가운데 출시된 게이밍 공유기다.
링크시스 MR9000X는 와이파이 5 기반의 AC3000 규격 트라이밴드 공유기다. 보통 와이파이 5 공유기는 2.4GHz 및 5GHz만 지원하지만, 해당 공유기는 2.4GHz에 두 개의 5GHz 대역을 갖춘 게 특징이다. 제품 지원 속도는 2.4GHz가 400Mbps(초당 50MB), 5GHz는 각각 867Mbps(초당 108MB), 1,733Mbps(초당 216MB)로 와이파이 5 공유기 중에선 빠른 편이며, 기기가 요구하는 네트워크 자원에 맞게 자동으로 대역폭을 할당한다. 프로세서는 1.8GHz 퀄컴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256MB 플래시 메모리와 512MB SD램을 갖춰 다중 연결에도 안정적인 연결 성능을 제공한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좌측부터 리셋 버튼, USB 3.0 단자, 4개의 LAN 포트와 1개의 WAN 포트, 전원 단자 및 전원 스위치로 구성돼있다. 장치의 빠른 연결에 쓰이는 WPS 버튼은 정면 기준 우측에 있다. 여기서 USB 단자의 역할은 네트워크 저장장치 구성을 위해서다. 보통 온라인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할 경우, 클라우드나 나스(NAS,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활용하지만, 추가 비용이나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든다. 이럴 때 링크시스 MR9000X에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를 꽂으면 해당 공간을 임시 저장 장치로 쓸 수 있다. 나스까지는 필요 없지만, 온라인 공간이 필요한 사용자에겐 쏠쏠한 기능이다.
링크시스 MR9000X에 전원과 WAN 케이블을 꽂고, 바닥에 있는 SSID와 비밀번호로 진입하면 곧바로 공유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링크시스 MR9000X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컴퓨터 웹브라우저에서 해당 공유기 주소를 입력하거나, 링크시스 앱을 통해 설정을 완료해야 한다. 공유기 주소는 설명서에, 링크시스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운로드한 다음 초기 비밀번호로 장치를 연결하고, 관리자 설정에 진입하면 공유기 세부 설정을 적용할 수 있다. 설정 가능한 항목은 연결된 장치 목록이나 손님 계정 연결, 부모 통제, 장치 우선 순위, 속도 점검, USB 3.0 포트에 연결된 외부 저장 장치 등이 제공되며, 스마트폰 상에서도 동일하다. 일반 사용자라면 관리 메뉴에서 건드릴 항목이 많지 않지만, 고급 사용자라면 세부 설정을 통해 공유기의 성능이나 활용도를 입맛에 맞게 마꿀 수 있다.
링크시스 MR9000X의 진가는 바로 링크시스 공유기를 하나로 엮어 활용하는 '링크시스 인텔리전트 메시' 기능에 있다. 인텔리전트 메시란, WAN에 연결된 공유기 하나를 중심으로 전원만 연결된 다른 공유기를 무선으로 연결해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기능이다. 공유기를 활용하는 공간이 넓거나, 사용 공간 내 음영지역이 생길 경우 링크시스 벨롭(Velop)같은 링크시스 메시 공유기 시리즈와 함께 연결해 활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연결 방법도 간단하다. 앱 설정 중 Wi-Fi 확장에서 '노드 추가'를 선택하면 인텔리전트 메시 연동 과정이 시작된다. 주로 쓸 공유기에 WAN을 꽂고, 적절한 위치에 별도로 준비된 벨롭 공유기에 전원을 연결한 다음 '노드 활성화'를 누르면 자동으로 장치가 연결되며 와이파이 범위가 확장된다.
와이파이 5 기반 공유기지만, 최대 속도가 1.7Gbps로 높아 1Gbps급 회선을 이용하는 대다수 가정 환경에 충분하다. 링크시스 MR9000X에 1Gbps급 회선을 꽂고, 애플 아이폰 11 프로를 활용해 무선 성능을 시험했다. 연결된 밴드는 별도로 조정 없이 링크시스 MR9000X가 자동으로 조정하는 주파수를 사용했으며, 테스트 조건의 한계로 1Gbps급 회선이 500Mbps 내외의 성능만 발휘한다.
링크시스 MR9000X와 1미터 이내 근거리에서는 다운로드 587Mbps에 업로드 475Mbps의 빠른 속도를 제공했다. 약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다운로드는 389Mbps, 업로드는 388Mbps까지 떨어졌고, 벽 두 개를 사이에 둔 거리에서는 다운로드 385Mbps, 업로드 313Mbps를 기록했다. 2층 대각선 위치에서는 다운로드 194Mbps, 업로드 123Mbps로 1층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성능을 보였지만, 와이파이 5 공유기가 위층까지 이 정도 속도를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결과라 볼 수 있다.
게이밍 공유기지만, 일반 가정 환경이나 사무실도 좋아
링크시스 MR9000X는 와이파이6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와이파이 5 공유기다. 최신 규격이 아닌 게 아쉽지만, 오히려 국내 인터넷 인프라를 생각한다면 링크시스 MR9000X도 모자람이 없다. 링크시스 MR9000X의 최대 속도는 1.7Gbps로, 광랜(1Gbps)에도 충분한 속도를 제공하며, 4개의 안테나를 통해 콘크리트가 복합적으로 배치된 30평 정도 공간까지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인다. 특히, 링크시스 벨롭 시리즈와 인텔리전트 메시 연동, 게이밍 최적화 네트워크인 wtfast 서비스 6개월 멤버십 제공 등 일반 공유기에는 없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이전 세대 엔진에 터보 차저 구성을 갖추고 안정성과 관련된 제동이나 현가 장치를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랄까. 제품 가격은 21만 원대로 AC3000 급 공유기 평균 수준이다. 보급형 공유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비싸지만, 1Gbps 이상 광랜 사용자라면 이 정도 급의 제품은 써줘야 유선 속도에 맞는 무선 인터넷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지금껏 게임을 위해 빠른 인터넷 회선을 사용해왔다면, 공유기 보는 눈도 높여보는 건 어떨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