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아크 김대일 대표, "스타트업? 스케일업!"
[IT동아 권명관 기자] 산업 활동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생산의 3요소로 '노동'과 '자본', '토지'가 있다. 이를 스타트업 생태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지만, 한국벤처컨설팅협회 김유광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좋은 사업 아이템으로 잘 만든 '사업계획'과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 그리고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때까지의 '운영자금'"이라고.
< 출처: 인터비즈 >
위 조건 중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1번과 2번 항목에서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주고 시작한다. 사실 이마저 없다면 창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각 창업자가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의 원천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스스로 만족하는 성공에 이르기 전, 굶어 죽는다면 모든 계획은 한낱 물거품일 뿐이다. 때문에 최소한 먹고 마실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자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자금은 냉혹한 현실이다. 창업자 스스로 돈이 많거나, 자금력 많은 후원자를 만나기 전에는 3번 조건에 대해 스스로 합격점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사업을 운영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골드아크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게 극복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아이디어 사업화, 글로벌 진출 등을 원하는 스타트업에게 투자 및 모니터링,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골드아크는 '창업(Start- Up)보다 성장(Scale-Up)의 중요성' 강조한다. 창업 위주 정책을 시행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5년차 폐업률이 72.5%에 달한다. 10곳 중 7곳은 5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 지난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NIPA 행사에서 스케일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골드아크 김대일 대표 >
이에 IT동아는 골드아크 김대일 대표는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 엑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스타트업? 스케일업!
IT동아: 골드아크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대일 대표(이하 김 대표): 엑셀러레이터다(웃음). (조금 더 쉽게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많은 사람이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이하 VC)을 막연하게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사업 또는 업체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 참고로 VC의 정확한 의미는 '투자자금'을 말하지만, 요즘에는 투자심사기관, 투자기관 등을 통용해서 말하곤 한다.
엑셀러레이터는 창업 기획자이자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직접 투자할 기업을 발굴하며, 초기 스타트업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한다. VC는 전문 투자사다.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기술력, 사업성 등을 심사해 투자한다. 혹자는 스타트업에게 투자하는 단계에 따라 엑셀러레이터와 VC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보통 스타트업은 초기에 엑셀러레이터로부터 조언과 자금을 투자 받고, 이후 VC를 통해 좀더 큰 규모의 투자를 받기 때문이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여기서 차이점이 나타난다. VC의 경우, 스타트업와 모든 것을 공유하는 파트너처럼 함께 호흡하며 실무를 지원하는 것이 어렵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더라도, 몇몇 성장 지표만 성적표처럼 챙기는 경우도 많다. 무서운 직장 상사에게 결제를 받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VC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엑셀러레이터는 VC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실무를 스타트업과 함께 고민한다. 판로 개척을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회사 운영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필요하다면 기획, 인재 채용 등을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품을 개발하기도 벅차다. 그 이외의 것을 챙기는 것이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다.
< 작년 11월 TEC콘서트에서 투자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골드아크 김대일 대표 >
IT동아: 엑셀러레이터가 담당하는 영역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김 대표: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엑셀러레이터만 200여 곳이다. 다만,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엑셀러레이터는 약 40개 정도에 불과하다. 엑셀러레이터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생존할 수 있는데, 국내에 아직 이를 위한 생태계 구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초기 창업기업을 위한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이제 다음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지난 노력으로 국내 스타트업 인프라는 양적 성과를 창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부처 창업지원사업은 모두 1조 1,180억 원으로 사업화(45.9%), 연구개발(33.9%), 시설·공간(13.4%), 창업교육(4.2%), 멘토링(2.0%), 네트워크(0.6%) 등의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창업 3~7년의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다음 단계 지원이 미비하다.
< 출처: 중소기업벤처부 >
2015년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7년 이내 스타트업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당 스타트업은 초기 평균 매출과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정부 지원이 끊기는 4~5년차에 평균 매출과 평균 고용이 감소한다. 5년차 생존율도 1년차 생존율(62.7%)의 절반 이하(27.5%) 수준이다. 정부 지원 과제, 정부 지원 사업이 끊기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기업을 일컫는 '좀비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적 성장을 일궈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성장, 스케일업이다. 그 과정에서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 초기 창업(스타트업)의 다음 단계, 성장(스케일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출처: 골드아크 >
스케일업을 향한 골드아크의 노력
IT동아: 엑셀러레이터로서 골드아크의 장점은 무엇인지.
김 대표: 스케일업을 위한,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다. 사실 엑셀러레이터로서, 기본을 잘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유사 사례에 대한 솔루션의 공유와 전파, 상시적인 수요 매칭, 적정 투자 유치 등 스케일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주력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엔젤클럽이다. 각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직접 성장에 관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이다. 단순히 초기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이에 대한 수익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각 전문가가 스타트업과 끈끈한 파트너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약 20개의 역량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 자료가 있다. 이 중 한가지만 부족해도, 위기는 찾아온다. 스타트업이 죽음의계곡이라 불리는 데쓰벨리를 맞이하는 이유다. 인정해야 한다. 위기가 찾아오는 결정적인 이유는 스타트업 대표와 구성원의 부족함에서 온다는 것을. 그게 현실이다.
<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자원, 출처: Growthwheel >
IT동아: 전문가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
김 대표: 맞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스케일업 엔젤클럽'이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를 투자자로 매칭하고 있다. 전문가의 전문성과 자금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귀찮아 할 것 같은데)
김 대표: 의사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개발자/엔지니어는 기술 스타트업에, 디자이너/PD는 콘텐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장사만 20년한 사장님이 갑자기 게임 개발 사업에 투자할까. 아, 그럴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런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투자를 원하는 진정한 전문가는 잠재적인 엑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자신의 영역에서 더 빠르게 찾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냉정한 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을 위해 10명, 20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이끄는 것, 그것이 골드아크의 목표다.
골드아크의 역할은 스케일업 엔젤클럽에 참여한 전문가에게 좋은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문가를 위한 네트워크 행사다. 현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투자를 원하는 약 200명의 전문가가 참여 중이다. 참고로 국내 엔젤클럽은 많아야 20~30명 규모가 대부분이다(웃음).
곧 공개모집도 준비 중이다. 목표는 1,000명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집단지성을 꿈꾸고 있다.
< 골드아크 김대일 대표가 꿈꾸는 스케일업 >
IT동아: 스케일업 엔젤클럽이 전문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궁금하다.
김 대표: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많은 전문가와 함께한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고, 성장을 위한 전문성이 높아진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많은 전문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때문에 다른 기관 심사와 비교해 까다롭고, 꼼꼼하다. 소위 말하는 '묻지마 투자'를 없애고 싶다. 전문가 아니, 투자자와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동반 성장을 원한다.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엑셀러레이터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
IT동아: 궁금하다. 왜 엑셀러레이터라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인지.
김 대표: 골드아크 설립 전, 중국에서 가장 큰 교육그룹인 신동방그룹과 오랜 시간 일했다. 참고로 신동방그룹의 위민홍 회장은, 지금은 은퇴했지만 알리바바 마윈 등장 이전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CEO였다. 아, 물론, 지금도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CEO다(웃음).
< 과거 중국에서 활동하며 바이두와 협력 미팅 후 촬영한 사진 >
위 회장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내부 직원들이 사내벤처처럼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타트업에게 가장 많이 투자한다.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많이 운영하고 있고. 그의 권유로 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 '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는 중국내 전 서점에서 판매되는 인기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2016년 위민홍 회장이 서울대학교, EBS, ST유니타스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돕기도 했다.
< 과거 국내 교육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전세계 에듀테크 1위 기업 VIPKID를 방문한 모습 >
위 회장을 통해 투자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전한 투자란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 자금을 많이 주는 것이 좋은 투자일까?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좋은 투자일까?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많이 올리는 것이 좋은 투자일까?
스스로 내린 결론은, (스타트업과) 파트너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다.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도 중요하지만, 사람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과 함께 스케일업할 수 있는 엑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골드아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