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버넥트 B2B영업 (2): Go To Market!

산업용 증강현실(AR) 솔루션 기업 버넥트는 이미 9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어떻게 수익화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고객 영업에 달려있습니다.

한국IBM 부사장을 지낸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가 버넥트와 2회에 걸쳐 영업 전략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Go To Market(GTM, 고투마켓) 전략을 다루고자 합니다. 이 대표는 GTM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한다면 버넥트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장석 대표는 한국IBM에서 30년을 근무한 후, 2016년 (주)한국영업혁신그룹을 설립해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교육 컨설팅,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있다. 한국IBM에서 전략. 제품사업. 서비스 비즈니스. 마케팅, 고객영업, 채널사업 등 B2B 비즈니스 전영역에서 임원으로서 혁신을 주도했으며 아시아태평양본부에서 서비스 비즈니스 혁신을 리드하기도 했다. 이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버넥트 사무실에서 열린 B2B영업 2차 워크숍,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장석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버넥트 사무실에서 열린 B2B영업 2차 워크숍,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장석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버넥트 사무실에서 열린 B2B영업 2차 워크숍,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장석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

"Go To Market 모델이란?"

이장석 대표가 설명하는 고투마켓 모델의 정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시장과 고객의 기회, 니즈, 변화에 맞추어 필요한 자원을 배치하는 것, 그리고 시장까지 가는 경로를 세분화해 설계하는 것"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이 속엔 버넥트가 생각해야 할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 대표가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채널전략'이었다.

▷채널 전략: 시장 접근 전략부터 살피라
채널 전략은 말 그대로 내 회사의 제품이 어떤 과정(판매경로)을 거쳐 어디에서 팔리는지(시장)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분석이 영업 조직 구성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A라는 종합 전자회사가 있습니다. A사의 노트북PC 판매 채널과 휴대폰 판매 채널이 같을까요?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이 채널은 시시각각 바뀝니다. 조직부터 만들고 영업하는 게 아니라 채널부터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채널 분석을 먼저 해야 하는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영업 조직은 시장 전체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매출 규모나 접근 가능한 시장만 보고 영업조직을 구성한다. 이것이 문제다. 이 대표는 설명을 이어갔다.

한 회사의 판매 경로를 분석한 예시, 출처:
KSIG
한 회사의 판매 경로를 분석한 예시, 출처: KSIG

< 한 회사의 판매 경로를 분석한 예시, 출처: KSIG >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총 6개의 판매 루트를 가진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판매 루트1(Route 1)의 기여도는 26%로 가장 높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기여도가 높은 판매 루트에 영업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출 기여도와 시장 상황을 비교해보면 GAP과 문제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출처:
KSIG
매출 기여도와 시장 상황을 비교해보면 GAP과 문제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출처: KSIG

< 매출 기여도와 시장 상황을 비교해보면 GAP과 문제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출처: KSIG >

"그러나 넓게 보면 다른 결과가 보입니다. 루트1을 통해 만나는 '시장의 크기'는 제품 시장 전체 규모의 10% 정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10%밖에 안 되는 시장에 회사는 가장 많은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이 회사의 판매 루트4(Route4)를 통해 만나는 시장은 전체 시장규모의 30%를 차지합니다. 가장 큰 비중입니다. 그러나 B사 기준의 매출 기여도는 11%에 그칩니다. B사는 기회가 제일 많을 수 있는 시장에 겨우 11%의 영업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거죠."

이런 회사의 비즈니스는 궁극적으로 '안 좋은 결말'이 예정됐다고 볼 수 있다. 고객과 시장 움직임을 역행하는 영업이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따라서 영업에 투입하는 역량의 비중(%)과 실제 전체 시장의 비중(%) 간 차이(GAP)가 0이 되게 하는 전략 짜기가 '효율적인 영업'을 위해 바람직하다.

고투마켓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이장석 대표(좌)와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고투마켓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이장석 대표(좌)와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 고투마켓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이장석 대표(좌)와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

이때, 버넥트 하태진 대표가 질문했다.
"시장 접근 경로 별로 점유율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이장석 대표가 답했다.
"시장의 '기회 규모'는 작년 매출로 파악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률'을 뽑는 것입니다. 현재의 기회와 내년의 기회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게 성장률입니다"

▷고객 AIDA 분석 및 단계별 개선 영역 도출
이 대표는 고투마켓 모델을 만들 때 면밀히 살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고 조언했다. 바로 고객의 AIDA(Attention- Interest-Desire-Action)를 분석하는 것이다. AIDA 법칙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까지는 주의(Attention)하고, 흥미(Interest)를 갖고, 욕망(Desire)을 느끼고, 그리고 행동(Action)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1898년 E.S 루이스가 제시한 법칙이다. AIDA는 마케팅 프로세스를 이해하는데 자주 적용된다.

산업 전시회에 부스를 개설하는 것이 지금까지 버넥트의 주요한 고객 접근 경로였다. 워크숍 이후 다양한 시장 경로를 탐색하고 찾아가는
영업을 강화하게 됐다고 한다. 출처: 버넥트
산업 전시회에 부스를 개설하는 것이 지금까지 버넥트의 주요한 고객 접근 경로였다. 워크숍 이후 다양한 시장 경로를 탐색하고 찾아가는 영업을 강화하게 됐다고 한다. 출처: 버넥트

< 산업 전시회에 부스를 개설하는 것이 지금까지 버넥트의 주요한 고객 접근 경로였다. 워크숍 이후 다양한 시장 경로를 탐색하고 찾아가는 영업을 강화하게 됐다고 한다. 출처: 버넥트 >

B2B 영업에서도 고객이 제품을 알게 되고(A) 관심을 갖고 탐색한 이후(I) 그 가치를 인정하고 구매 의사가 있어야(D) 거래가 성사된다(A). 각 단계별로 시장과 고객의 AIDA를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영업 활동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고객 AIDA 분석 방법
고객 AIDA 분석 방법

< 고객 AIDA 분석 방법 >

쪼개서 보면 4단계지만, 버넥트와 같은 작은 스타트업은 인지-관심을 하나의 단계로 묶고(AI) 욕구-행동을 그다음 절차로 분류해도(DA) 무방하다.

고객 AIDA 단계별 개선 영역 도출
고객 AIDA 단계별 개선 영역 도출

< 고객 AIDA 단계별 개선 영역 도출 >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이를 사용하는 고객의 AIDA는 분명히 다르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 '방법' 또한 당연히 제품의 판매 경로(채널 또는 루트)에 따라 달라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가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 작성을 권하는 이유다.

Route 별 통합 Recovery Plan
수립
Route 별 통합 Recovery Plan 수립

< Route 별 통합 Recovery Plan 수립 >

"효율적인 영업 조직의 구성과 역할 정립"

위에서 언급한 채널 분석과 고객의 AIDA 파악 및 개선은 누가 해야 할까? 기업 내 마케팅 조직과 세일즈 조직 중 누구의 몫이어야 할까? 고투마켓 모델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 대표는 채널 분석의 경우 영업조직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CEO 등 리더십 팀이 함께 모여 토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2B 기업 영업의 전체 프로세스
B2B 기업 영업의 전체 프로세스

< B2B 기업 영업의 전체 프로세스 >

다음 단계 수행은 전담 조직의 영역이다. 다만, 마케팅과 세일즈의 중요성을 똑같이 알아주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시장을 분석하는 것(마케팅)과 고객과 접촉해 정보를 쌓고 거래를 성사하는 것(세일즈)은 완벽하게 협업해야 잘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를 전투 수행 과정으로 보면 세일즈는 육군의 역할, 마케팅은 공군의 역할과 비슷하다.

출처: 인터비즈
출처: 인터비즈

< 출처: 인터비즈 >

이 대표는 설명했다.
"보통 세일즈를 마케팅의 일부라고 알고 있지만, 잘못된 인식입니다. 마케팅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세일즈에 종속됩니다. 따라서 두 가지 역할(시장분석-영업활동)을 상호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조직을 통합 운영해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조직이 영업 조직이다"

이 대표는 버넥트같은 B2B 기업에게 있어 '영업은 구성원 모두의 몫' 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고객을 만나라, 정보 쌓아라
영업조직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물론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지만, 개발자들도 고객을 만나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을 꺼려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영업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전자-컴퓨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대형 유통 업체 '베스트바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베스트바이는 2012년 당시만 해도 유통업계를 사실상 '정복한' 아마존에 밀려 도태 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회사다.

"2012년 베스트바이의 신임 CEO(허버트 졸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모든 직원에게 모든 고객과의 접촉 정보를 의무적으로 실시간 입력하게 한 것입니다. 여기엔 콜센터-매장-영업 직원 구분이 없었습니다"

베스트바이는 모든 조직 구성원이 고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이 회사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폐허'나 다름없는 미국 전자제품 소매업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프라 구축: 고객 정보 넘어 '문화' 만들어야
회사는 모든 직원이 고객 정보를 쌓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그리고 공유해야 한다. '인프라'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플랫폼-사내 시스템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는 '문화'를 뜻한다. CEO도 CFO도 고객 만난 기록을 모두 적고 이를 구성원과 나누어야 한다.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1)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1)

<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1) >

그리고 이를 경영진이 집요하게 확인해야 한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See(관찰)'이다. 실제로 돌아가는지 안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 영업의 AtoZ는 고객 데이터다. 고객 만나기를 활성화하고, 연락 정보를 모아놓은 게 쌓이면 무시무시해진다. 일종의 '고객 경험 문화'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업 전담 직원이 불필요하게 '뛰어다니지 않게' 해야 한다. 지는 전장(戰場)에 나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도 필요하다.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2)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2)

< 고객 정보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2) >

▷동기부여
효율적인 영업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보상체계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뜻한다.

회사는 인센티브를 제시할 때 조직의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영업 직원에게 정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결과와 연동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경영진이 영업 직원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확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CEO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입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다양한 성과측정 지표가 있겠지만 계약, 매출, 순이익 등 3개 항목 가운데 2개 이상은 넣지 않는 게 좋다.

"이제는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

버넥트는 창업 이후 우수한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한 시장 루트에 맞게 제안하고 만나고 수주해야 한다.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버넥트의 하태진 대표와 구성원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하태진 대표는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세일즈의 여러 가지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어 보람 있었다"라고 말했다.

버넥트는 이 대표와의 두 차례 워크숍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하 대표를 비롯한 모든 관련 직원이 모이는 세일즈-컨설팅 관련 워크숍을 하루 종일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들에게 관련 서적도 구매해 나눠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시장의 전쟁터에 나서는 버넥트에게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인터비즈 윤현종 기자(inter-biz@naver.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