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요리노리 박 남매, "요리요? 놀이하듯 즐길 수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3월 2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업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 7,000억 원, 2015년 5조 1,000억 원, 2016년 5조 7,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단계.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운영 현황 >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에 특화한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개설했다. 서울시가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약 1,00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소비시장, 전통과 첨단이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우수한 4차산업 플랫폼을 통해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한 것.
운영 성과도 바로 나타났다. 2019년 6월 기준 누적 보육 스타트업은 총 89개사로 누적 매출 266억 원, 고용창출 146명, 투자유치 49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자세한 운영성과와 지원 서비스는 아래와 같다.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운영성과(2019년 6월 기준) >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기업 지원 사항 >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와사비, 레몬, 토마토 등 개성 넘치는 맛과 향을 담은 블렌딩 소금을 만들고 있는 '요리노리'의 박정수, 박지영 남매 이야기다.
요리에 즐거움을 더한다면?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요리노리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정수 대표: 요리를, 요리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선보인 것이 '요리노리(요리+놀이)'다. 요리의 즐거움을 어떻게 전달해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많은 시간 고민했다(웃음).
최근 외식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가족을 위한 가사활동의 일부라고 생각되던 요리는, 이제 행복을 위한 작은 일상 속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청소, 빨래처럼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행동이 아니라, 취미 활동처럼 요리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리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제품을 다양하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요리노리를 시작하게 됐다.
IT동아: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박정수 대표: 맞다. 우리가 추구하는 서비스, 제품의 시작점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요리를 즐기는 경험, 요리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드리고자 한다. 다양한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재료를 사고,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 등 요리 전반적인 영역을 다루고 싶었다. 그때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즐거움을 주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 요리노리 박정수 대표(좌)와 박지영 대표(우) >
박지영 대표: 요리를 참 좋아한다. 조리과학고등학교를 진학한 뒤, 지난 15년 동안 조리 연구의 길을 걸어왔다. 오빠와 함께 요리조리를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조미료'다.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조미료라는 점에 착안했다.
조미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금이다. 소금을 잘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좌우할 수 있다. '간 본다'라는 것은 결국 소금의 양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가에 달려있다.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 중 하나가 짠맛이다. 집에서 국물 음식을 만들 때 소금 한 꼬집으로 맛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소금을 요리조리 목표대로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어졌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 대표 조미료, 소금
IT동아: 요리노리의 첫번째 아이템으로 소금을 개발한 것인지.
박정수 대표: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나물을 무칠 때, 국의 부족한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사용한다. 고기 밑간에도 소금을 사용하고, 잘 익은 고기를 찍어먹을 때도 소금을 사용한다. 해산물, 고기, 빵, 심지어 디저트에도 사용되는 소금이다. 정말 많은 요리에 사용되는 것이 소금이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수많은 요리에 사용되는 소금인데, 왜 소금은 한 종류일 뿐일까.
이에 각 재료마다 잘 어울리는 소금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렇게 준비한 것이 요리노리의 블랜딩 솔트(소금)이다.
< 요리노리 블랜딩 솔트, 출처: 요리노리 아이디어스 >
박지영 대표: 4가지 맛의 소금을 개발했다. 와인의 고유한 아로마와 로즈마리의 상쾌한 향을 담은 '와인 솔트', 레몬의 신맛과 달콤한 유자향을 담은 '레몬 솔트', 와사비의 톡 쏘는 맛을 담은 '와사비 솔트', 감칠맛 좋은 토마토칩과 허브의 신선함을 담은 '토마토 솔트'다.
와인솔트는 스테이크와 같은 고기에, 레몬 솔트는 해산물 요리에, 와사비 솔트는 튀김류, 흰살 생선 요리에, 토마토 솔트는 돼지고기, 감자, 바게트, 토마토 파스타 등에 어울린다. 각 요리에 어울리는 풍미를 담은 소금…이라고 소개하고 싶다(웃음).
IT동아: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소금이라고 생각된다.
박정수 대표: 맞다. 하지만, 맞으면서 틀리다. 요리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요리노리 블랜딩 솔트를 다양한 조리 과정 속에 직접, 알아서,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아니다. 간단하게 찍어 먹는 요도로 사용해도 음식의 풍미가 달라진다. 소고기를 굽고 난 뒤 와인솔트에 찍어 먹어 보길 권한다. 달라진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아, 꼭 와인솔트에 찍어 먹을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요리노리 블랜딩 솔트를 찾으시면 된다.
< 와인솔트 활용 예시, 출처: 요리노리 와디즈 펀딩 >
IT동아: 예능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가수 이상민이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봤다. 마치 그 장면이 떠오른다(웃음). 가격이 궁금하다.
박정수 대표: 15g으로 소분한 4가지 소금을 담은 샘플러와 80g짜리 본품 1병 가격은 1만 2,000원이다(실제 구매 가격은 할인 등을 받아 만원 아래다). 시중에 판매되는 후추, 바질, 로즈마리 등을 섞은 블랜딩 솔트와 비슷한 가격이다. 조미료, 향신료 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딜리셔스 마켓'의 블랜딩 솔트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랜딩 솔트를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포장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친구, 연인, 친한 지인에게 선물할 때 '예쁘다'라는 기분을 줄 수 있도록 꾸몄다. 각인 서비스도 제공했다. 요리를 즐기는, 사용자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다.
박지영 대표: 시중 블랜딩 솔트와 비교해 1,000~2,000원 정도 비싸게 느낄 수 있다. 이 차이는 맛과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와디즈, 아이디어스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후기로 응원과 좋은 평가를 보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얼마 전 종료된 요리노리 와디즈 펀딩 >
남매가 만들어가는 작은 공방, 요리노리
IT동아: 두 분의 관계를 듣고 조금 놀랐다. 남매다. 정말 친한 친구, 가까운 지인도 동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웃음). 그런데 남매라니…. 형제, 자매도 아니고, 어떻게 같이 창업을 결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박성주 대표: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취직할 때 선배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입사를 잘 하려면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의 가치는 얼마인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평소 이 조언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에 취직하면 월급, 연봉이라는 액수에 내 가치를 가두는 것 아니냐고. 회사가 아닌 밖에서 내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 요리노리에서 함께하는 박 남매 >
사실 요리노리는 첫 창업이 아니다. 이전에 붙이는 방향제 '아로마 패치'로 창업하기도 했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가간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도 개발했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웃음). 당시 경험을 통해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스스로 잘 모르는 제품과 서비스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 쉽게 떠오르는 것이 없더라. 그때 동생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박지영 대표: 오빠와 부서는 다르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었고,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니 요리라는 접점을 찾게 됐다. 오빠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하지만, 참 먹는 걸 좋아한다(웃음). 그렇게 함께 하자는 결정을 내리고 난 뒤, 각자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 서비스 기획, 마케팅, 자금적인 부분은 오빠가, 제품 개발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요리노리 아이템과 블랜딩 솔트 개발을 결정한 뒤 작년 11월 작업실 겸 공방을 차렸고, 약 6개월 동안 제품을 개발했다. 올해 6월부터 3개월간 아이디어스에서 블랜딩솔트를 판매하며 의미있는 매출도 올렸고, 참가한 전시회 현장에서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첫번째 참가한 전시회의 경우 블랜딩 솔트와 같은 조미료, 향신료 전문 사업을 5년 정도 지속한 업체와 같은 매출을 올렸다. 자신감을 얻은 계기였다(웃음).
< 배송 준비 중인 요리노리 블랜딩 솔트 샘플러 >
11월 11일부터 와디즈 펀딩을 진행 중이며(인터뷰 당시는 와디즈 펀딩 진행중이었으며, 12월 11일 100만 원 목표금액을 502% 달성한 502만 원으로 종료됐다), 카카오메이커스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매가 운영하는 작은 공방 '요리노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