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임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전용 모니터 선택을 고려하는 게이머가 많다. 주로 크기 외에 초당 60회 이상(60Hz) 깜박이는 고주사율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엔비디아 지싱크(지싱크 호환), AMD 프리싱크 등 시스템 사양에 따라 모니터 주사율도 유동적으로 조절되는 기술이 탑재된 제품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끊김 없는 움직임으로 게임에 몰두할 수 있어서다.

중요한 것은 기술 외에도 가격적인 면에 있다.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는 대부분 가격이 높다. 그렇다고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격과 몰입감 사이를 절묘하게 조율한 유명 제조사의 게이밍 모니터가 있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TUF GAMING) VG32VQ는 이런 요건을 어느 정도 만족시킨다. PC 부문에 있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에이수스라는 브랜드에 게임 몰입감에 필요한 기술을 담아 넣었다. 디스플레이도 32인치로 충분히 큰 편이기도 하다. 화려한 디자인과 화끈한 성능, 고해상도 등을 갖춘 제품이 있지만 부담스럽다면 대안이 될 모니터다.

32인치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입니다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VG32VQ는 32인치(31.5인치) 게이밍 모니터다. 게이머 공화국(ROG – Republic Of Gamers) 제품군이 최고 성능과 사양을 통해 몰입감을 제공한다면 터프 게이밍 제품군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기능을 바탕으로 대중화를 노린다.

이 모니터의 특징은 기본 144Hz 주사율을 지원하는 27인치 WQHD(2,560x1,440) 해상도 외에 178도 광시야각과 HDR-10 대응, 영상 반응속도(Moving Picture Response Time) 기준 1밀리초(ms) 반응 속도를 제공한다.

화면은 약간 휘어 있는 상태. 소위 말하는 '커브드(Curved)' 모니터다. 곡률은 1,800R. 반지름 1,800mm인 원의 테두리와 같다. 곡률이 작을수록 화면이 더 많이 휘는데, 그만큼 왜곡이 심해지므로 모니터 제조사는 주로 1,500~1,800R 정도의 곡률을 적용한다.

스탠드는 화면을 90도 돌려 세워주는 피벗(Pivot)을 제외한 대부분 기능이 제공된다. 좌우 방향으로 각각 90도 꺾는 스위블(Swivel), 화면 각도를 뒤로 기울이는 틸트(Tilt), 앉은키에 맞게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엘리베이션 기능이 있다. 해당 스탠드는 100x100 베사(VESA) 마운트로 장착하므로, 별매의 다기능 마운트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부 입력 단자는 HDMI 2.0 출력 1개, 디스플레이 포트 2개, HDMI/DP 입력으로 들어온 오디오 신호를 출력해주는 3.5mm 오디오 단자, 전원 단자 등이 제공된다. 모든 단자를 사용할 경우, 최대 3대의 컴퓨터 혹은 기타 출력 장치와 동시에 연결할 수 있어 활용도를 높였다.

게임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위한 화질과 기능

모니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봤다. 화질 관련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HDR 10 지원, 144Hz 주사율과 1밀리초 수준의 반응속도(영상 기준), 게이밍 모드와 함께 가변 주사율 기술을 지원하며, 마지막으로 시력 보호 관련(깜박임 방지, 청색광 제어)가 제공된다.

먼저 고관용도(HDR – High Dynamic Range)에 대해 알아보자. HDR은 밝은 부분의 계조는 낮추고, 어두운 부분의 계조는 끌어올려 화면 전체 밝기를 평준화하는 기능이다. 화면을 보면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자연스럽고 풍부한 색감으로 표시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HDR 화면은 스크린 샷이나 사진 촬영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실제 눈으로 보는 결과와 첨부한 결과물이 크게 다르다는 점 참고하자.

예시를 보면 별 주변의 밝은 부분이 줄어들고, 검은 부분이 살아나 모든 별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반면 일반 화면에서는 밝은 부분이 크게 강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일반 HDR이라면 HDR 10은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기존 HDR은 화면 전체의 명부와 암부를 보정한다면, HDR 10은 각 장면마다 보정을 더해 명암비와 화질을 구현하게 된다.

다른 강점은 고주사율과 민첩한 반응속도다. 주사율은 1초에 화면이 재생되는 횟수로, 144Hz라면 화면이 1초에 144회 재생된다는 이야기. 연결된 그래픽 카드가 게임 및 영상을 초당 144회 재생할 수 있고, 모니터가 144Hz 주사율을 지원하면 이를 모두 화상으로 볼 수 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표현되는데, 반대로 많은 이미지를 표시해야 되므로 요구되는 부하가 발생한다.

이 외에 모니터에는 AMD 프리싱크 기술과 자사 자체 기술인 초저화면번짐(ELMB – Extreme Low Motion Blur) 기술을 함께 녹였다. 과거 각각의 기술(가변 주사와 ELMB)은 동시에 쓸 수 없었다. 가변 주사율은 출력장치와 모니터의 주사율을 일치시키는 기능이고, ELMB는 주사율 사이에 검은색 화면을 삽입해 잔상을 줄이는 효과다. 이 두 기능을 동시에 쓰려면 매 순간 변하는 주사율 사이에 검은색 화면을 넣어야 했다.

하지만 에이수스는 해당 연산을 위한 전용 처리 장치를 탑재. 두 기능을 동시에 쓰도록 했다. 가변 주사율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잔상이 적은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프레임 사이에 검은 화면을 넣는 ELMB 특성상 화면이 깜빡이는 플리커(Flicker) 현상이 동반되며, HDR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없다는 점 참고하자.

게임을 즐겼을 때의 만족도는 높다. 평범한 중급 게이밍 PC 사양(코어 i5-9600K, 지포스 RTX 2060 등)임에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프리싱크 기술로 표시되는 화면 수가 부족해도 자연스러운 화면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다만, 초당 48매 이하로 화면이 그려지는 환경이라면 해당 기술이 무의미하다는 점 참고하자.

또, AMD 프리싱크 사용과 함께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도 쓸 수 있다. 지포스 10 시리즈 이상 그래픽카드에 디스플레이 포트 단자를 사용해야 된다. 이후, 엔비디아 제어판에 있는 지싱크 설정을 통해 사용 유무를 설정할 수 있다.

밝기는 400니트 사양이다. 1니트는 촛불 1개 밝기에 해당하는 단위로, 이 정도라면 태양광이 비치는 밝은 실내에서도 뚜렷하게 화상을 볼 수 있다. HDR 10 구현이 가능한 것도 이 밝기 수치에 의한 부분이다. 명암비는 3,000대 1이다.

화면 모드도 다양하다. 풍경, 레이싱, 시네마, RTS(실시간 전략 장르), RPG(롤플레잉 게임), FPS(1인칭 슈팅 게임), sRGB(웹 편집 모드), MOBA(다중 접속 전투 장르)에 최적화된 색감을 제공하는 게임 비주얼(Game Visual), 4가지 색온도 조절, 블루라이트 저감 및 플리커 제거가 포함돼있다.

합리적인 면을 뛰어 넘은 게이밍 모니터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VG32VQ의 강점은 32인치급 크기에 게이밍 몰입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안한다는 것에 있다. 이 제품의 가격은 온라인 기준으로 약 50만 원대에 구매 가능한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에이수스 고성능 모니터가 주로 100만 원대 이상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고 느껴질 정도.

아쉬움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하나 따진다면 패널인데, 이 제품은 수직 전계식(Vertical Alignment) 패널이기 때문에 평면내 전환(IPS – In Plane Switching) 방식을 선호한다면 어쩔 수 없이 타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VA 패널 모니터도 충분히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취향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게이밍 모니터. 이 제품은 이 목적에 충실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요소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력적이다. 여유로운 크기의 모니터를 찾고 있었다면 한 번은 고려해 보자.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