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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코리아] 럭스벨 : 여성에게 편한 속옷? 데이터로 맞춰주는 '사라스핏'

권명관

지난 1월 '2019 스케일업 코리아' 기업 공모에 50여개의 기업이 응모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었지만 이들 모두를 지원하기에는 프로젝트 팀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최종적으로 5개 기업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모 기업 중 아깝게 함께 하지 못한 일부 기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이 기업들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전문 속옷 맞춤 서비스 '사라스핏(Sara's Fit)'을 제공하고 있는 럭스벨입니다.

럭스벨 김민경 대표
< 럭스벨 김민경 대표 >

"내 사이즈를 모르는 여성들"

사라스핏을 서비스하고 있는 럭스벨 김민경 대표의 이력이 독특하다. 여성의 몸으로 한양대학교 공대(교통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이름만 데면 알만한 대기업 S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3년간 일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 MBA 유학을 다녀온 뒤, 럭스벨 창업을 결심했다. 미국 유학 중 뒤늦게 접한 '맞춤 속옷'의 신세계를 맛봤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입기 편하고, 스타일(몸매 라인)까지 살려주는 속옷을 한국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한다.

이른바 '펨테크'다. 펨테크는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몇 년 사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영국, 일본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펨테크 상품은 대부분 여성 건강과 생활 개선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주를 이루며, 기존 상품에 IT기술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나에게 맞는 속옷'으로 주목 받고 있는 펨테크 스타트업 사례, 제공: 럭스벨
< '나에게 맞는 속옷'으로 주목 받고 있는 펨테크 스타트업 사례, 제공: 럭스벨 >

사라스핏이 추구하는 것은 여성을 위한 '편한 속옷'이다. '여성들은 기존 속옷을 왜 불편해할까'에 집중했고,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해 이유를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사이즈를 모르는 여성'이 대다수였다. 사이즈를 묻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갑갑하다', '와이어가 아프다', '어깨가 결린다' 등 불편한 증상에 대한 피드백만 있을 뿐이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여성이 자기 스스로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일부 잘 알고 있는 여성도 한두개의 특정 속옷 브랜드의 기존 사이즈가 '잘 맞는다'라고 말하죠"라며, "브랜드 대기업은 대량 생산을 위해 몇 가지 획일화된 사이즈로 속옷을 디자인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70B/C, 75A/B/C 등이 대표적인데요. 다해봐야 6~9가지밖에 안됩니다. 달리 생각하면 대다수의 여성이 잘 모르는 사이즈로 획일화된 기존 상품에 억지로 몸을 맞춘 격이죠"라고 설명했다.

'나 혼자 창업한다' 럭스벨편, 출처: 유튜브
< '나 혼자 창업한다' 럭스벨편, 출처: 유튜브 >

"정확한 측정 방법을 위한 고민"

럭스벨 창업 후 김 대표의 생각은 단순했다. 여성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이 컸던 시기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정확하게 사이즈를 알고, 딱 맞는 속옷을 찾아 연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기존 속옷으로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모든 경우의 수를 맞출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직접 맞춤 속옷을 제작하게 된 이유다.

김 대표는 "기존의 여성 가슴 사이즈 측정 방법은 통상적으로 윗 둘레와 밑 둘레을 재고, 평균을 냅니다. 전세계 모두 동일한데요. 그만큼 오류가 많습니다. 이에 오프라인에서 약 1,000명의 고객을 만났습니다. 직접 수치를 하나씩 재면서 저장하는 과정을 거쳤어요"라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와 실제 제작한 샘플 등을 통해 70가지 이상의 사라스핏 사이즈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즉, 측정과 추천, 이를 통한 맞춤 제작, 배송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측정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라스핏, 출처: 사라스핏 홈페이지
< 온라인 측정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라스핏, 출처: 사라스핏 홈페이지 >

현재 사라스핏의 월 주문건수는 60~100건 정도로, 아직 본격적인 홍보/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아 외부 노출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맞춤 제작이라는 특성상 주문건수 편차는 다소 있는 편이다. 주문이 많이 몰릴 경우에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닫는다. 측정, 디자인 등 전 과정에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성들이 직접 집에서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로 사용하는 브랜드, 둘레 사이즈, 컵 사이즈 등을 입력하는 간단한 질문 몇 개에 응답하면, 사라스핏이 추천하는 제품을 보내고 직접 착용해 선택하는 '홈트라이온' 서비스가 고민의 결과물이다. 또한, 카메라와 센서 등을 이용해 여성의 몸을 스캔하는 '3D 스캔'과 '수트' 등의 개발도 시도했다. 다만, 3D 스캔과 수트는 자신의 데이터를 카메라, 센서 등으로 측정하는데 거부감을 표한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 실행 여부는 검토 중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있는 사라스핏, 출처: 럭스벨
< 정확한 측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있는 사라스핏, 출처: 럭스벨 >

"맞춤을 선택한 이유"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면, 이에 맞는 추천 알고리즘 완성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실제 추천 기반 아이템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올린 스타트업도 다수다. 하지만, 럭스벨이 마지막 단계에서 꺼내든 카드는 '맞춤 제작'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까지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직접 맞춤 제작은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였어요. 기성 속옷으로 우리가 원하는 속옷을 추천하지 못했거든요"라며,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적당한 측정과 빠른 추천, 정확한 측정과 느린 추천 사이에서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어요. '찾을 수 없으니 직접 만들자'로 결론을 내린거죠"라고 말한다.

직접 재단과 패턴 등을 디자인하고 있는 럭스벨 디자이너들
< 직접 재단과 패턴 등을 디자인하고 있는 럭스벨 디자이너들 >

공대생, 개발자가 속옷을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속옷 아카데미를 무작정 찾아가 수업을 들었다. 디자인과 패턴 작업을 도와줄 전문 디자이너를 영입한 뒤에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샘플을 들고 지난 2017년 1년 동안 봉제와 생산을 위한 공장을 찾아 뛰어다녔다. 김 대표는 "당시 차 안에 수많은 레이스와 속옷 샘플, 패턴 디자인이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사라스핏만의 사이즈와 패턴 디자인을 70여 가지로 맞춰가면서 측정 및 제작에 필요한 작업 프로세스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라스핏과 유사한 미국의 핏팅 속옷, 핏팅 브라 시장을 보며 온라인으로 고객이 직접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점차 단순하게 바꿔가고 있다.

럭스벨 사무실 한쪽에 보관되어 있는 지난 패턴 디자인과 사이즈 데이터들
< 럭스벨 사무실 한쪽에 보관되어 있는 지난 패턴 디자인과 사이즈 데이터들 >

"변하지 않은 목표, 여성에게 편한 속옷"

김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맞춤 속옷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조금만 더 아꼈으면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실제로 국내 맞춤 속옷, 맞춤 브라 시장 규모를 조사한 내역은 없는 수준이다. 대략적으로 기존 속옷에서 사이즈를 찾을 수 없는 여성이 20~30%라는 정도로 추산할 뿐이다. 시장 조사 및 접근 방법, 경험 등 럭스벨이 넘어야 할 과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다행히 몇몇 주요 업체의 협력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아디다스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사이즈 측정과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으며, ㈜쌍방울과 협력해 쌍방울 매장에서 사이즈 측정과 예약 구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시장 요구사항에 맞춰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과정에 집중할 생각이다.

더 편한 속옷을 찾기 위한 과정은 여전히 반복 중이다
< 더 편한 속옷을 찾기 위한 과정은 여전히 반복 중이다 >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묻는 지인이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 동안 월급을 못 가져간 기간도 1년 반 정도였고…, 금전적으로 힘들어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을 공유주택 서비스에 제공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라며, "사라스핏이 재미있습니다. 좋은 속옷 추천하는 '사라'로 고객에게 감사 메시지를 받는 것이 행복합니다. 여성이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요. 그 시작이 속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사라스핏의 목표는 변한 것이 없다. 준비 기간 동안 방식과 방법은 바뀌었을지언정 여성을 위한 편한 속옷을 제공하겠다는 서비스 이념만큼은 확실하다. '사라스핏에 관심을 부탁'하는 김 대표는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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