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융합, 이젠 법률 서비스까지..? 리걸테크가 가져올 변화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IT 기술의 발전이 법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금융, 광고 등 과거에는 기술과 큰 연관이 없다고 여겨졌던 분야에 기술이 접목되어 핀테크(금융+IT), 애드테크(광고+IT)로 거듭난 것처럼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 리걸테크(Legaltech)가 각광받고 있다. 원래 리걸테크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법률 산업 종사자들에게 IT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의미하게 되었다.

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살인, 아동·청소년 상대 성폭력, 강간·추행, 강도, 마약 등 강력범 검거를 위한 과학 수사 기법의 활약이 눈부시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지난해부터 복역중인 강력범들의 DNA를 채취해 암호화하고 있다. 사진은 DFC의 심리분석실이다. 출처: 동아일보>

리걸테크란?

법률 서비스는 금융, 광고 등 다른 지식 서비스 산업과 비교해 IT 기술 도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법률과 기술의 융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법률 시장 자체적으로도 두 가지 측면에서 리걸테크를 반기고 있다. 첫 번째는 정보량 폭증이다.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검토해야 하는 자료가 증가하면서 법조인들의 부담이 증가했고, 이를 대신 분석해주고 조언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두 번째는 법조인 증가다. 개업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건 수임 및 해결을 두고 변호사간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비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IT 기술에 눈을 돌리는 법조인들이 많아졌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에서도 리걸테크는 각광받고 있다. ​

미국 투자기관 인베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는 4370억 달러 수준이고, 이 가운데 리걸테크 시장의 규모는 160억 달러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리걸테크가 3년마다 1.5배씩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트라테크에 따르면 법률 소프트웨어 시장 역시 2019년 57억 6300만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걸테크의 종류

전자증거개시(E-Discovery)와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은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검사와 변호사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법률 기술(AI Legaltech), 변호사와 법률 검색(Lawyer & Legal Search), 각종 온라인 법률 서비스 등도 리걸테크 산업의 한 종류다. ​

전자증거개시는 리걸테크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영역으로 미국에서는 관련 시장이 크게 발달하고 있다. 전자증거개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이메일, 문서 등 디지털로 구성된 전자 문서 및 자료를 법정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제도를 뜻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재판이 진행되기 전 검사와 피고인(형사소송) 또는 원고와 피고(민사소송)가 서로의 증거를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게 한 제도인 증거개시제도를 디지털 자료로 그 영역을 넓힌 것이다. 지난 2006년 미국 소송규칙의 개정으로 전자증거개시가 명문화된 이래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채택된 상태다. ​

전자증거개시가 시행된 후 영미법계를 채택한 국가의 법원에서 기업간 특허 다툼이나 계약 불이행에 따른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자 증거를 제대로 개시하지 못해 벌금을 물거나 소송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자증거개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때문에 기업들이 어떤 전자 증거(문서, 이메일)를 보유하고 있는지 찾아내고 재판에 유리한 증거로 정리해주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리걸테크 한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

지난 2011년 시작되었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도 전자 증거를 찾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소송은 관련 데이터만 종이 문서로 환산 시 4000만쪽이 넘었다. 변호사 수십 명이 투입되어도 자료 분석에만 수 개월이 걸릴 분량이다. 삼성은 이디스커버리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디스커버리 전문기업 프론테오의 소프트웨어 '릿 아이 뷰 (Lit I View)'는 삼성을 포함해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이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인 이디스커버리 툴과는 다르게 인공지능 기반의 Predictive Coding 기술을 탑재해 데이터의 특징을 포착해 관련성이 높은 순으로 데이터를 분류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문서 리뷰 예산과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에 특화된 전자문서 검색과 처리 기술을 통해 정확도가 높고,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정보 보안의 강점이 있어 국내에서는 이디스커버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걸테크
리걸테크

디지털포렌식은 현재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과학적 증거 수집 및 분석 기법이다. 스마트폰, PC, 태블릿PC, 서버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남아있는 데이터(이메일, 문자, 통화 기록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최소한 하나 이상의 디지털 기기와 연결되어 있고, 때문에 관련 디지털 정보가 해당 기기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대부분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도 발달했다. 때문에 현대 범죄수사에서 디지털포렌식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디지털포렌식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

인공지능 법률 기술이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법률 시장에 도입해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이 더 정확하고 빠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리걸테크의 한 축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이 판, 검사와 변호사를 대처하는 것이나 리걸테크 기업이 로펌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판, 검사와 변호사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를 표준화해 이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의료, 금융 등 다른 분야에 적용된 인공지능과 다를 바 없다. ​

미국 버튼대 로스쿨의 구디노프 교수는 리걸테크의 혁신을 세 단계로 정의했다. 1)기술적 능력이 향상되는 단계 2)기술이 점차 사람을 대체하는 단계 3)기술이 현 체제를 대체하거나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단계다. 현재는 2단계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제 작년 10월 영국 굴지의 로펌 소속 변호사와 케임브리지 법대생 4명이 만든 법률 인공지능 ‘케이스 크런처 알파’가 보험 끼워팔기 사건을 두고 소송으로 가야할지 합의를 해야할지 분류하는 작업을 두고 맞붙었다. 결과는 법률 인공지능의 압승이었다. 케이스 크런처 알파는 86.6%의 적중률을 보였고, 변호사들의 적중률은 66.3%에 불과했다. 변호사들의 시간당 자문료는 300파운드였지만, 법률 인공지능은 17파운드에 불과했다. 미국의 법률 인공지능 ‘로스’는 초당 10억 장의 판례를 검토할 수 있고, 사람과 대화를 나눠 적절한 자문도 제공할 수 있다. 노스포인트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법률 인공지능 ‘컴퍼스’는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분석해준다. ​

일반 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상황에 필요한 생활법률을 알려주고, 해당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변호사와 법률 검색도 리걸테크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국내의 경우 법률 관련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 판결의 승소 여부를 좌우하는 판례나 변호사 관련정보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리걸테크가 가져올 세 가지 긍정적 효과

리걸테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사용자와 기업에게 세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첫 번째는 법률 업무 효율화 및 자동화다. 법률과 기술의 융합으로 법률 서비스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자동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작업을 사람 대신 기술과 인공지능이 진행함으로써 사람은 보다 중요하고 복잡한 작업 및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자료 분석 및 정리에 들어가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

두 번째는 법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사람이 중요하고 복잡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변론 작성이나 사건 재구성과 같은 창조적인 업무에 전력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정교한 법률 전략이 수립되어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승소)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세 번째는 고객 경험 개선이다. 이전에는 찾기 어려웠던 정보를 더욱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소송 당사자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서비스 선택권도 넓힐 수 있다. 법률 서비스 제공자 역시 자신의 능력을 고객들에게 더욱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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