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 2018] 웹VR과 블록체인의 결합? 차세대 가상현실 '디센트럴랜드'
[IT동아 강일용 기자] 아리 메이리치(Ari Meilich) 디센트럴랜드 CEO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현실 공간의 비전에 대해 밝혔다. 19일 '글로벌 개발자 포험 2018(Global Developers Forum, 이하 GDF 2018)’에 연사로 참석힌 메이리치 CEO는 디센트럴랜드야말로 국가,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의미의 가상현실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현실 공간이다. 투자자, 사용자들은 디센트럴랜드가 발행한 '마나(MANA)'라고 불리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디센트럴랜드상에 땅과 공간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디센트럴랜드 위에서 개발중인 제 3자 게임에서 이용되는 아바타와 아이템도 구매하는 등 경제할동도 진행할 수 있다. 구매한 공간을 꾸미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과거 일반 사용자를 상대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컨드 라이프'와 유사한 콘셉트를 갖추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와 디센트럴랜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앙 서버 대신 ERC 20 기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실행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디센트럴랜드는 이더리움 기반 기술인 ERC 20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지만, 이더리움의 단점인 초당 트랜젝션 수의 한계(1초에 15~20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다는 점)를 극복해 초당 수천 건의 트랜젝션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마나 ICO(가상화폐공개)를 진행해 1만여명의 투자자로부터 27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디센트럴랜드는 중앙서버 대신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환경에 인프라와 데이터베이스 등을 배치했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게임 서비스 또는 인프라 제공을 중단하면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동안 계속 유지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점을 주목해 여러 해외의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디센트럴랜드 내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센트럴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웹VR 기술을 이용해 씬클라이언트(가벼운 클라이언트, 저사양 환경을 말한다)에서도 실행되는 가상현실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가상현실 게임은 클라이언트상에서 가상현실을 처리하고, 서버에서 처리하는 것은 최소화했기 때문에 고사양 PC나 모바일 스마트폰이 필요한 단점이 있다. 반면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이 영상을 사용자에게 송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때문에 디센트럴랜드에 접근한 사용자의 PC와 스마트폰의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동일한 VR 경험을 할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의
전경. 씬클라이언트 기반이라 어떤 기기로 어디에서든 접속할 수 있다>
물론 디센트럴랜드는 작년에 막 시작된 서비스라 아직 갈 길이 멀다. VR 환경 3D 그래픽만 해도 기초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자들의 합류로 가상현실 공간의 정밀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메이리치 CEO의 설명이다. 현재 디센트럴랜드에는 3000여명 정도의 땅주인이 존재하며, 이들은 디센트럴랜드 개발자와 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메이리치 CEO의 궁극적인 목표는 웹 VR 기술과 블록체인을 결합해 정부, 기업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가상현실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은 한계가 많다, 분산환경에 따른 처리속도의 문제 때문에 게임이 정적일 수밖에 없고, 멀티플레이도 불가능하다. 그래픽도 화려하게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이 활성화되려면 대규모 게임 개발사의 참여와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디센트럴랜드에 관심을 가질 한국의 인디게임 개발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메이리치 CEO는 서울 가로수길에 블록체인 게이밍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센터를 열었다.
마지막으로 메이리치 CEO는 가상현실 공간이 음란성 콘텐츠나 불법 콘텐츠로 가득찰 것이라는 걱정을 일축했다. 가상현실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불량 콘텐츠 신고나 필터링에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가상현실 공간의 건정성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불량 사용자들을 추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콘텐츠가 블록체인에 저장되고 이것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불량 사용자 추적도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